2006/06/28 배두나 인터뷰
2006/04/05 괴물, 배두나
원본기사 : http://www.magazinet.co.kr/Articles/article_view.php?mm=013002001&article_id=39474


T 두나씨가 그동안 연기한 역할들을 보면 이모, 고모, 유학생, 일본에서 살다가 건너온 사람… 이런 식이라서, ‘인사이더’라는 느낌이 안 들고 경계에 있거나 밖에서 오거나 언젠가는 떠날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자유로운 이미지 때문일까요.


배두나 캐릭터를 고를 때 내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걸 고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복수는 나의 것>의 영미나 <고양이를 부탁해>의 태희나, 모두 현실 속에서 있을 것 같은 일상적인 역할인데 어떻게 보면 되게 비현실적인 역할이잖아요. 저는 사실 지극히 현실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상형을 연기하고 싶어한다는 생각은 해봤어요. 내가 현실에서 도전할 수 없는 것을 극 중에서 내가 영화 찍을 동안만이라도 그렇게 살아보는 게 어떨까.

만인이 자고 싶은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T 무관심한 성격이라고 본인이 얘기했는데 왜일까요.

배두나 이게 원래 성격인지 아니면 연기를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건지 모르겠어요. 하나에 집중하면서 다른 걸 안 보게 돼요. 어느 날 생각해 보니까 저는 진짜 은행에 가본 적도 없고 연기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연기만 하는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아예 모르는 것에 대해 더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게 악순환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주니까 좋은 점도 있죠. 작품을 안 할 때가 문제인 거죠. 그래서 사진도 찍고 뭔가에 집착하고 있는 거예요. 무관심과 집착은 정말 한 끗 차이지만.



T 블로그를 하시는데, 덧글 달리는 건 다 읽으세요?

배두나 다는 안 읽어요. 모두를 위한 블로그는 아니니까. 블로그는 제 팬이랑 만나기 위한 통로예요. 만인을 위한 제가 될 수는 없어요. 그게 저의 한계이기도 해요. 옛날에 어떤 남성지와 인터뷰를 한 일이 있어요. 그때 “남자들이 배두나와는 평생 친구하고 싶어하지만 같이 자고 싶어하지는 않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그래서 “난 만인이 자고 싶은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떠보는 것에 넘어가고 싶지도 않았고. 만인의 여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블로그는 저를 좋아해주는 마니아들이나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고리에요.



T 연기자라면 모든 사람에게 다 어필하고 싶은 매력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일이 많은데 특이한 경우인 것 같아요.

배두나 그렇게 따지면 난 정말 못됐나 봐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진짜로. 모든 사람한테 사랑받고 싶다거나 내가 좀 맞춰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못했어요. 좋아하려면 좋아하고 말려면 말아라, 못되게 생각하면 그런 거였고. 지금은 책임감 때문에 원하는 걸 해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에요.



T 하지만 자기한테 중요한 사람, 특히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촬영현장에서는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고.

배두나 저는 촬영장 분위기가 나쁜 건 견딜 수가 없어요. 저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과정이 그렇게 힘들면 결과가 좋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에요. 옛날에 감독님이랑 촬영감독님 사이가 안 좋아져서 세 시간 동안 덜덜 떨고 서 있었던 일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행복하려면 이 현장이 행복해야 돼’라고 생각하게 됐죠. (웃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데 테크닉을 키우지 마라”












T <떨리는 가슴>의 <사랑> 에피소드에서 언니 집에 술 먹고 가서 “몰라 몰라, 비밀이에요” 하던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단순히 잘 우는 게 아니라 정말 저 심정을 아는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배두나 저는 제가 사람들을 설득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엄마(연극배우 김화영 씨)가 예전부터 말씀을 하신 게, “절대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테크닉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제가 사실 가짜 눈물연기가 안돼요. 렌즈를 끼기 때문에 티어 스틱을 발라도 눈물이 안 나요. 티어 스틱은 눈 주위에 호랑이 약 같은 걸 발라서 눈이 시리게 만들어 눈물이 콸콸 나게 되는 건데, 저는 렌즈가 각막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발라도 눈물이 한 방울도 안 나요. 안약을 넣어도 그냥 들어가고. 그러면 제가 우는 방법을 터득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저는 살면서 별로 슬퍼본 일이 없어요. 내가 정말 큰 절망을 느껴봤다거나 주위 사람을 잃어봤다거나….



T 실연은?

배두나 실연은 금방 잊어요. 저는 새로운 사랑을 빨리빨리 하기 때문에…. (웃음) 실연이 저의 치명적인 좌절이었던 적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떨리는 가슴>에서는 연기에 몰입을 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감독님들도 “너도 이제 기술을 익혀야 되지 않겠냐. 한 신 한 신, 한 컷 한 컷 다 몰입하려고 하면 니가 힘들다. 버리고 가는 신도 있어야 한다” 그러세요.



T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한 뒤 계속 연기를 하기 위해서 여성으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노출연기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어요. 두나씨는 <청춘>을 통해 노출연기를 일찍 했어요. 그래도 <린다 린다 린다> 같은 어린 역할이 들어오는 것에 신경이 쓰이지는 않나요?

배두나 저는 사실 열아홉 살 때 누드집을 내고 싶었어요. 제가 처음 모델 데뷔했을 때가 열아홉 살이었는데 시기를 놓쳤어요. 갑자기 ‘배두나 누드집 낸다’는 식의 기사가 먼저 나가는 바람에 그런 생각 자체를 접었어요. 이렇게 누구나 벗는 이 마당에는 절대 내지 않죠. 제가 만약 <청춘>을 미리 하지 않았다면 “쟤 드디어 벗는구나”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복수는 나의 것>도 꺼려졌을 것 같아요. 저는 남들이 안 할 때 먼저 치고 나가는 게 좋아요. 지금의 제게는 굳히기가 관건이죠. 저는 변신해야 된다는 강박이 없어요.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변하니까.



T 나이를 먹고 있다는 실감을 하나요?

배두나 많이 하죠. 경력을 얘기할 때도 그렇고, 이제는 인터뷰나 모든 것이 아무렇지 않고 편안해요. 예전에는 회식 자리에서 술도 안 마셨고, 그래서 너무 재미없고 스트레스만 받았어요. ‘내 성격과 적성에 안 맞는 이런 자리에 와 있어야 하다니…’ 그러면서.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도 너무 편하고, 사회생활에 익숙한 나 자신을 볼 때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요즘엔 노래 가사를 잘 못 외우겠어요. 다 똑같애…. (웃음)



저는 팬들을 오랫동안 시험해보았어요












T 왜 사람들이 두나씨를 좋아할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배두나 그건 절대 모르겠어요. 왜냐면 나는 절대 비위를 맞춰주지 않잖아요. 내가 친절하게 항상 다른 사람들의 구미에 딱 맞는 걸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제 자신이 항상 불친절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6, 7년 된 팬들한테는 잘 해요. 일본 갔다 오면 선물도 사다주고 친하게 지내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그걸 쑥스러워서 못했는데. 이젠 심심하면 “우리 교보 갈래?”라고 연락해서 놀곤 해요. 사실 저는 팬들을 색안경 끼고 오랫동안 지켜봤어요. ‘도대체 날 언제까지 좋아할까….’ (웃음) 그런데 끝까지 좋아해주고, <선데이 서울> 연극을 여섯, 일곱 번씩 보러 와준 분들도 있고 하니까 잘하려고 노력해요.



T피플(wnstjd999): 1999년도 한창 잘 나가는 모델일 때 모 잡지 인터뷰에서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무엇을 택하겠냐는 질문에 사랑이라고 택한 두나씨의 대답이 인상적이었어요. 아직도 유효한가요?

배두나 네. 저는 무엇보다 사랑이…. (웃음) 일보다도. 예전엔 일이 우선이었는데 지금은 무조건 사랑이에요.



T피플(mesquite): 연예인이라기보다는 배우로서의 삶을 공고히 하는 길을 택했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런 선택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작품 자체보다 흥행 성적에 연연하고 그에 따른 인기만을 척도로 하는 현실로부터 쿨한 태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걸 가능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배두나 물론 연예인보다는 배우로서의 삶을 택하지만 그렇다고 흥행을 무시하지는 않아요. 흥행을 하면 연예인이고, 흥행을 못하고 작품성 있는 작품을 하면 배우라는 뜻은 절대 아니잖아요. 저도 절대 흥행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런 작품이 언젠가는 나에게 맞아떨어지는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사실 <괴물>도 어느 정도는 기대를 하고 택한 것이기도 해요. 물론 <괴물>은 블록버스터라서가 아니라 봉준호 감독님 영화였기 때문에 택한 게 컸지만. 대신 제가 그동안에 왜 흥행작들을 못 했냐면, 지금까지 흥행 했던 작품 중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었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우리나라 코미디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아요. 내가 설득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남을 설득해요? 그러니까 안 했던 거예요.



T피플(realoz): <선데이 서울>은 가까이서 연기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다음번에 좀더 두나씨 색채가 묻어나는 연극을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본인이 기획을 해본다면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배두나 <선데이 서울>은 소극장이라기보다는 중극장에 더 가까웠어요. 무대에서 관객의 끝이 너무 멀었어요. 저는 100석 정도 규모의 소극장에서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워낙에 카메라를 통해 연기를 했기 때문에, 디테일한 연기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거든요. 나름대로 크게 연기하고 있는데 저 뒤에서는 ‘영화 찍고 있나보다’ 이러고. 연극할 때는 저희 엄마한테 혼 많이 났어요. 그렇게밖에 못하냐고 해서 막 울고불고….



T 연기의 역할모델이 있나요?

배두나 많죠. 윤여정 선생님도 그렇고. 그분은 TV에서 보기에도 너무 파워풀하시잖아요. 모든 사람을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있으시고, 같이 해보면 뼈저리게 느껴요. 이 분이 어느 정도로 나에게 영감을 주실 수 있는가. 평소에는 되게 무서운 선생님이거든요. 그런데 같이 세트에 서면, 그분만 보면 그냥 막 눈물이 나요. 그 정도로 저를 만들어주세요. 너무 감성만 갖고 가는 것도 안 되고 살짝 이성적으로도 계산을 해가면서 연기하고 싶어요. 결정적으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배우는 정말 싫어요.



천천히 찍는 클래식한 게 좋아요












T 영화에서는 항상 맨얼굴로 나오고 옷도 <플란다스의 개>에서는 노란 후드티, <괴물>에서는 수원시청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와요. 데뷔했을 땐 패셔니스타로 유명했었는데요. 예쁘게 나오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배두나그런 건 없어요. 작품 밖에서 얼마든지 마음에 들게 옷을 입을 수 있는데, 굳이 작품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플란다스의 개>라는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저는 그 전까지, 물론 연기도 몰랐거니와 MC도 하고 있었거든요. 화장 예쁘게 받아가며 생방송 하고, 라디오 DJ도 하고, <광끼>라는 드라마 찍고… 그런데 <플란다스의 개>에서 엄청나게 망가트리더라구요. 저는 검증되지 못한 신인이었기 때문에 입 한 번 뻥긋 할 수가 없었어요. 왜 이런 걸 입히냐고 할 수도 없고. 감독님은 어떻게 하면 제일 촌스럽게 할 수 있을까만 고민하셨어요. 화장을 벗고 머리를 질끈 묶고 카메라 앞에 선 건 처음이었어요. 노란 후드티를 낡아 보이려고 사포로 문대서 입고 카메라 앞에 섰는데 그 순간부터 아무것도 무섭지가 않은 거예요. 더 이상 망가질 게 없으니까. 어느 방향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도 이상하게 나올 게 뻔하기 때문에 더 이상 예쁘게 보이려고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어요. 그렇게 자신만만해본 게 데뷔 이래 처음이었어요.

항상 ‘이렇게 하면 내가 못생겨 보이지 않을까’를 고민하게 되는데 <플란다스의 개>로 그걸 깨달은 거예요. 오히려 다 벗어던지니까 이렇게 자신감에 찰 수가 없는 거예요. 너무 자유롭고 편하게 연기를 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즐겨요. 몰입을 하는 데 훨씬 도움이 돼요.



T 라이카 M6 카메라를 아낀다고 들었어요. 다루기 쉬운 카메라도 아닌데.

배두나 너무 어렵죠. 어려워서 더 의미가 있는 거고. 저도 카메라의 변천사가 있어요. 콘탁스 G2가 저의 첫 카메라였고, 니콘 FM3A, 롤라이플렉스, 핫셀블라드… 그 다음에 라이카예요. 점점 클래시컬한 걸로 가고 있어요. 사진은 빨리 찍는 것보다 천천히 찍는 게 사진이 훨씬 더 잘 나오더라구요. 천천히 포커스를 맞추고 천천히 찍는 사진이 더 잘 나오더라구요. 클래식한 게 제일 좋아요.



2006/06/28 10:47 Comment 0
  • artbrain안녕하세요, 어드민 부분을 말씀하시는건가요? 그건 기본 제공되는 것이어서 수정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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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brain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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