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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영화는 초반이 매끈합니다. 20년동안의 외계인 이주사를 초반 10분만에 완전히 털어버리고 본격적인 스토리를 전개합니다. 길다면 긴 시간이겠지만, 초반 10분을 비주얼로 승부하려 하는 이쪽 장르 영화들보다는 훨씬 효과적인 도입이지요. 원래 전 앞에서 주절주절 설명하는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스타워즈 시리즈만 빼구요. 하지만 이 영화는, 사용설명서처럼 관객의 머릿속에 막 우겨넣으려는 식이 아니라 인터뷰 형식의 다큐를 통해 캐릭터 설명과 배경지식 설명을 동시에 성취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설정이 구체적고 현실적이어서, 몇 안되는 '성숙한' 외계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문명의 진보 끝에 얻은 즉물적인 태도와 순진한 반응, 그리고 개인소유 개념이 옅어진 북유럽의 사람들을 연상시키는 이들 외계인들은, 마치 가까운 미래의 인류를 풍자한 듯 보입니다.

영화를 메시지로서 "읽"으려 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뻔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메시지로서의 이 영화는 피터잭슨의 '킹콩'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순수하지만 천대받거나 두려움을 주는 반인물과 탐욕이 강한 인간을 대비시킴으로써, 역시 가장 큰 사악함은 인간의 욕심이라는 둥의 독후감이 나오기 쉬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 별 의미 없어요. 요즘 누가 '교훈'을 얻기 위해 영화를 볼까요, 사실 작가들조차 그런 훈계조의 말은 농담으로라도 사용하지 않는게 요즈음의 현실입니다. 문제는 얼마나 상태(status)를 잘 표현해 내느냐이죠. 이것이 중요해지면서, 영화에서는 그렇게도 부산하게 '장르(Genre)'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계를 구축하고 논리화하는 데에는 탁월한 재주를 보였지만, 인간적인 스토리텔링에는 좀 어색한 구석이 많습니다. 주인공이 위기에 빠졌을 때 극적으로 구조되는 부분은 솔직히 TV 드라마적입니다.  "때마침" 이루어지는 게 너무 많아요. LP판이 툭툭 튀는 느낌입니다. 감독이 '본(Bourne)' 시리즈를 참고했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쉬워요. 그 부분을 감추기 위해 얼빵한 주인공을 세웠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주인공은 우연한 상황에 대해서 "왜지?" 라는 의문을 품지 않고, "어...어?그래?그렇군" 하는 타입입니다. 덕분에 관객도 그 개연성없음을 신경쓰지 않거나, 조금 영민한 관객들도 코미디처럼 '풋' 하고 지나치게 되는거죠. 비단 주인공 뿐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평면적입니다.

말이 나온김에, 단점 하나더. 외계인의 메카닉입니다. 너무 이쁩니다. 하지만, 외계인의 것 같지 않고, 미래의 인간이 쓸 것 같이 생겼습니다. 외계인의 신체와는 너무 달라서, '뭐야 저거 지구인거 아녔어?'라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갱 두목의 아지트에서 외계인의 무기와 지구인의 무기가 어지러이 널려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워크맨이나 아이팟스러운 건 외계인무기, 뻣뻣한 건 지구인 무기라는 식이더군요. 아이언맨의 메카닉팀(혹은 미술팀)이 참여했다는 심증 90%. 하지만, 이 영화 자체를 이해 못한 유일한 스탭군이 아닌가 싶어요. 나중에 주인공이 타는 모빌슈츠(^^)와 그 조종인터페이스는, 아이언맨의 그것과 너무 유사합니다. 솔직히, 그 자체로만 보면 모두 굉장히 훌륭하지만, 영화속에서 그들의 작업물은 그다지 높게 쳐줄 게 못됩니다.

뭐... 이런 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체적인 가치는 아주 높습니다. 우연찮게도, 감독이 남아공 출신인데다가, 배경장소가 요하네스버그이고, 요즘 가뜩 이슈가 되던, 남아공의 역-인종차별/슬램화 문제와 묘하게 얽혀 많은 추측거리를 만들어냅니다. 외계인은 남아공의 흑인을 상징하는 것인가? 라는 좀 질낮은 의문도, 막상 가려낼려면 묘하게 어려워서 영화관람 후의 생각들을 더 재밌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ps.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나 많은 영화들이 연상되었습니다. 괴물은 물론이고, theFly, 몇몇 버디무비의 클리셰들(you go, we go), 핸드헬드를 쓴 전쟁영화들의 독특한 앵글(주인공과 카메라의 위치관계)... 뭐 표절했다는 게 아니라, 그런 점이 참 전형적이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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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9 12:11 Comment 0
  • 루나한참동안 음악을 듣고 갑니다,,
  • 지영오우-재미있는 분석입니다
  • artbrain안녕하세요^^ 여러번 질문받은건데^^ 그냥 다운로드 받으신 플래시파일을 경로대로 넣고, 사용하시는...
  • 비밀방문자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artbrain넹,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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