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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 of UX

ZEN of UX. 14 - 문화로서의 UX

ARTBRAIN 2021. 6. 24. 01:59

언어(言語) ;
사상·감정을 나타내고 의사를 소통하기 위한, 음성·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

개발언어(프로그래밍 언어)가 'Language'로서 인정받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거야. 사상과 감정을 드러내는 데 서투르기는 하지만, 비교적 언어의 정의를 충족시켜주니까 틀린 말은 아니겠다 싶어.
그렇다면, 개발언어로 만든 프로덕트가 만드는 담론인 'UX'도 언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상과 감정을 나타내는 측면에서는 개발언어보다 UX가 오히려 언어의 정의에 가깝지 않을까? 혼란, 좌절감, 성취감, 지루함, 갈등, 고민, 집중... 개발언어에서는 다루지 않는 감정적인 부분이 UX를 이야기할 때는 흔히 사용되니까 말야.
하지만 인풋-아웃풋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 언어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 같아. 일물일어설 까지는 아니더라도, 특정 형태나 기호가 항상 일정한 감각소여를 불러 일으켜야 할 텐데, UX는 상황이나 구조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기호로서의 역할이 많이 약하지 않을까 싶어. 물론, 언어도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동일한 문장이 다른 뜻을 가지는 건 마찬가지지만, UX는 그 가변성이 언어보다 훨씬 더 큰 것 같거든.
각 요소를 객관적으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것과, 음성•문자로서 기능하기엔 범위가 넓다는 것, 소통하는 각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는 폭이 일반적인 언어보다 복잡하다는 점에서 보면, 어쩌면 UX란 언어의 상위개념 같기도 해. 개발언어를 바탕으로 HCI(Human-Computer Interaction)가 형성되었고, HCI를 바탕으로 인간 행동을 바라보는 것이 UX라면... UX는 디지털 문화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문화(文化) ;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

우리가 보통 "문화"라고 말할 땐 예술이나 종교 등 정신적 가치에 기반한 인류 공동의 성취 쯤으로 생각하지만, 정치나 법, 제도, 규범, 풍습도 문화를 이루는 한 요소지. UX가 "제대로된" 문화가 되려면 다음의 몇 가지를 성취해야 한다고 봐.

  1. UX가 모든 서비스(?)에서 유사한 형태로 발생해야 한다.
  2. 이전 세대의 UX를 바탕으로 새로운 (≠나은) UX가 발생해야 한다.
  3. UX의 각 요소가 서로 통합성을 갖고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이제 UX는 개발 언어를 통해서, 널리 배포된 디바이스를 통해서, 여러 서비스들을 통해서 고유한 문화를 형성하는 과정에 있고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힘을 가지게 된 것 같아. 누구도 나서서 정의하지 않았지만, 아이콘의 모양이나 스와이프 등의 동작들이 대부분의 디바이스에서 비슷한 결과를 내리라고 모두들 기대하게 되었잖아. 아직 온전하지는 않지만.
디지털 문화에 있어서 법, 제도, 규범이라고 할 수 있는 HCI나 OS등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약법 3장까지는 충분히 수립한 것 같고, 세부 조항이 정해지는 중이라고 생각해.
문화로서의 UX는 지금이 딱 좋은 시기인 것 같아. 제작할 때의 다양성도 충분히 있고, 유저들도 나름의 기호체계를 익혔기 때문에 양방향에서 큰 어려움이 없지. 궁금한 건 우리 다음 세대야. (그래봐야 2~3년 안에 도래하겠지만) 그 때까지 나도 꾸준히 업데이트 되어야 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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