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Design & Life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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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C 13

입문용 만년필의 최강자는? - 라미 사파리 vs. 트위스비 에코

최근에 산 페리스휠 노란색 잉크(link)와 궁합이 좋은 만년필이 있을까 해서 갖고 있는 것 중에 색깔이 어울릴만한 두 자루를 골라 봤는데, 공교롭게도 입문용 만년필의 대명사인 라미 알스타와 트위스비 에코였어. 꺼내고 찬찬히 살펴보니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만년필이라서, 만년필 입문자들이 고민할 사항을 기준으로 글을 써보려 해. 모쪼록 도움이 되길 바라. 제목에는 라미 '사파리'라고 썼는데, 오른쪽 만년필은 사파리보다 한 등급 높은 알스타(al-star)라는 모델이야. 하지만 사파리와 알스타는 배럴의 소재만 다르고 완전히 같은 모델이거든. 사파리는 배럴이 ABS 플라스틱이고 알스타는 알루미늄이라는 차이밖에 없어. 그래서 이미지는 알스타지만 내용은 사파리를 기준으로 쓸게. (노란색 잉크에 어울리..

BLC 2021.09.05

걸 온 더 트레인 - 영화와 소설 모두 아쉬운.

언제부턴가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게 루틴이 되었어. 소설 '걸 온 더 트레인'을 우연히 읽게 되었고, 엄청나게 흥행했다길래 영화화되었을까 찾아보니, 왓챠에 있더라고. 2016년 작. 넷플릭스에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인도 영화가 있는데, 그건 뭐... 시작하자마자 춤추고 난리도 아니어서 패스. ^^ 소설을 기준으로 먼저 얘기하자면 — 세 남자와 세 여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실종(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추리를 이끌어야 하는 주인공 레이첼(에밀리 블런트)이 알코올 중독자라서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데다 대책없는 거짓말도 해대는 캐릭터야. 추리물의 주인공은 다들 흠결이 하나씩은 있다지만, 이 정도로 엉망인 주인공을 주인공으로 세운 건 처음 보는 것 같아. (요 네스뵈 소설의 주인공 해리 홀레 형..

BLC 2021.08.08

원작 소설과 영화의 관계 - 영화와 소설을 모두 보는 게 좋은 걸까?

어쩌다 영화는 소설로부터 시나리오를 추출하게 되었을까. 최근에는 원작 없는 영화를 본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아. 픽사 영화정도? 1917도 원작이 없던가? 시나리오 자체가 원작인 영화도 많겠지만, 이제껏 본 영화를 복기해 보면 소설이 원작인 영화가 두 배는 더 많은 것 같아. 제작자 입장에서는 소설을 통해 검증된 시나리오를 받는 게 유리하겠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뭔가 찜찜한 느낌이야. 영화와 소설을 모두 감상한다고 하더라도 즐거움이 두 배 될리는 만무하거니와, 자연스레 둘을 비교하게 되니까 어느 한쪽에는 아쉬움이 생기게 되는 거지. 그래서인지 영화 사이트에 올라오는 관객 리뷰를 보면 한결같아. "원작 소설을 반도 살리지 못했다." "원작을 훼손했다." 사실, 영화 입장에서는 억울할 거야. 장편 소설을 ..

BLC 2021.06.22

핸드폰 역사의 결정적 장면 - iPhone 1 vs. InfoBar 2

2007년은 아이폰의 신화가 시작된 첫 해지만, 동시에 피처폰의 전성기이기도 했어. 이미 피처폰은 전화 기능을 넘어서서 mp3 플레이어이기도 했고, 영상 재생장치이기도 했으며, eBook 리더기이기도 했지. 기능을 탐구하긴 했지만, 부족함을 느끼는 상황은 아니었어. 폰은 원하는 만큼 작아질 수도 있었고, 다양한 모색을 할 수 있는 기술적 여유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작은 시도들에 도취되어 있었지. 이때까지만 해도 IT/테크 쪽은 일본이 한국보다 나았어. 이미 아이팟이 mp3 시장을 장악한 시기였지만, 소니와 파나소닉 등은 여전히 건재했고, "정밀 기술 = 일본"이라는 공식이 유효하던 시절이었으니까. 비록 핸드폰 시장은 노키아와 모토롤라의 것이었지만, 일본은 워크맨 등을 만들던 노하우가 있는지라, 디자인..

BLC 2021.05.03

어떤 유형의 디자이너가 되어야 할까 — 알 파치노 vs. 로버트 드 니로

둘 다 좋아하는 배우야.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고, 둘 다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이라 그런지 제스처나 표정이 서로 닮아있지만, 정작 연기하는 방식은 너무나 다르지. 로버트 드 니로는 각 역할에 맞게 자신을 바꾸는 형태로 연기를 하지만, 알 파치노는 어느 영화에서든 알 파치노로 연기하는 편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로버트 드 니로는 갱스터에서 은퇴한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역할을 하는 데 반해서, 알 파치노는 매번 느와르, 스릴러 장르물에만 출연하는 것 같아. 각각의 장점이 있겠지? 감독 입장이라면, 자신의 역할에 몰입해서 자신을 역할에 맞게 변화시키는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방식을 선호하겠지만, 어떤 감독은 예상 가능한 연기를 보여주는 알 파치노를 더 선호할 수도 있어. (캐스팅 하기도 전에 알 파치노를 염두..

BLC 2021.04.14

언어의 변화 - 후배에게 반말할 것인가, 압존법을 버릴 것인가.

라떼는 말이지. 회사에서 후배에게 반말하는 게 크게 어색하지 않았어. 나이 차이가 꽤 나는 경우엔 첫마디부터 반말하는 상사들도 많았고, 적당히 나이가 많다 싶으면 한 달 안에 말을 놓는 게 보통이었지. 내가 느끼기엔, 2000년대 초반부터 그런 문화가 조금씩 사그라들지 않았나 싶은데, 거스 히딩크가 팀 내에서 반말 쓰기를 지시했던 그 즈음부터 존대의 효용에 대한 국가적인 재고가 있었다고 봐. 이승우의 "나와 나와"로 생각해보는 히딩크 감독의 "축구장 존대 금지" 꽤 효과적이고 필요한 문화 www.huffingtonpost.kr 대기업에서 유행처럼 번진 '~님' 문화도 비슷한 시기였을 거야. 암튼 2000년대 초반은 상호 존중과 효율성의 관점에서 존댓말이 재평가를 받았던 시기였던 거 같아. (반말을 장려하..

BLC 2021.03.28

내가 좋아하는 예술 작품이 비도덕적인 예술가에게서 나온 거라면?

항상 고민하는 문제 : 나쁜 예술가에게서 나온 좋은 예술품은 어떤 지위를 가져야 하는가. 예술가의 창의력은 항상 신비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야 한다던가, 결핵과 같은 질병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던가. 심지어는 자신이나 연인의 생명을 담보로 하던가. 수많은 설화와 소설, 영화 등에서 이런 플롯은 수없이 반복된다. 이런 오래된 신화 덕분에, 예술가들의 괴벽이나 기행은 용인되며, 심지어는 숭배된다. 그들의 질병이나 요절, 파란만장한 삶의 고난도 마찬가지로 신화화된다. 대중은 예술가들을 마치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처럼 과장하여 이야기한다. 즉, 군중은 예술과 예술가들을 신비화하는 동시에 타자화한다. 오래된 서양의 밈으로서 '바보(광인)들의 배 (Narrenschiff)' 라는 게 있다. 중세시..

BLC 2021.01.20

모두에겐 각자의 시간이 있다 - 제니퍼 로렌스 vs 엠마 스톤

가수 에일리가 인스타그램에 쓴 글이야. 원저는 모르겠고. 뉴욕은 캘리포니아보다 3시간 빠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캘리포니아가 뒤처진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22세에 졸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5년을 기다렸습니다. 어떤 사람은 25세에 CEO가 됐습니다. 그리고 50세에 사망했습니다. 반면, 또 어떤 사람은 50세에 CEO가 됐습니다. 그리고 90세까지 살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직도 미혼입니다. 반면 다른 어떤 사람은 결혼을 했습니다. 오바마는 55세에 은퇴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70세에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시간대에서 일합니다. 당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당신을 앞서가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보다 뒤처진 것 같기도 합니..

BLC 2021.01.13

행복하겠다는 건 똑같은데, 행동 양식은 완전히 다른 - 욜로족 vs. 파이어족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YOLO는 You Only Live Once, 즉 현재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삶의 방식이고, FIRE는 Financial Independence & Retire Early, 즉 젊을 때 바짝 벌어놓고 일찍 은퇴해서 편히 살자는 삶의 방식이야. 때문에 욜로족은 현재의 욕망에 충실한 편이고, 파이어족은 은퇴하기 전까지 근검절약하면서 계획적인 미래를 그리는 편이지. 그런데, 생각해 보면 둘 모두 행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잖아. 지금 행복할 것인가 나중에 행복할 것인가의 차이일 뿐이지. 조금 구분하자면, 전자는 내 현재의 행복에 대한 집중인 거고, 후자는 나와 가족의 행복에 대한 집중인 거지. 그래서 나이가 들 수록 파이어족 취향으로 변하는 것 같아...

BLC 2020.12.25

우리 세대는 일본 여배우에 대한 특별한 감상이 있지 - 아오이 유우 vs. 우에노 주리

요즘에야 한류가 대세라지만, X-Japan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 세대에게는 일본 문화가 영향을 주었음을 부인하긴 어려워. 난 일찍부터 서양 문화에 경도되었지만, 주변의 많은 친구들은 일본 만화책, 뮤지션, 연예인, 패션에 이르기까지 - 삶의 많은 부분에서 일본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어. 물론, 학교 교육도 일본 문화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한 시점이어서 - 성문 영어나 수학의 정석 등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교재들이 일본에서 거의 그대로 따 온 상황이었지, 지금은 바뀌었나 모르겠네 - 우리 세대는 일본 문화가 어디까지인지, 무엇이 우리의 문화인지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아. 여학생들은 non-no 같은 일본 패션잡지를 보고 옷을 따라 입었고, 남학생들은 드래곤볼, 3x3 아이즈, 북두신권 등 만화로부터 ..

BLC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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