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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마로 포폴 만들기 (2) : 새로운 포폴 컨셉?

ARTBRAIN 2023. 3. 26. 20:31
(1) 옛 포폴이 사라졌다 (링크)
(2) 새로운 포폴 컨셉?
(3) 기술적인 문제들 (링크)
(4) 회고 (링크)

이전 폼을 바꾸고 싶었어.

10년 넘게 써 온 스타일... 이라기보단, 10년 동안 건드리지 않은 형식.
굳이 바꿔야 할 필요도 없지만 그대로 쓰기엔 뭔가 아쉬운 상태.
열정적으로 바꿀 생각은 없지만 안 바꾸는 것보단 바꾸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 ^^ 

남에게 보여주려고 기를 쓰고 컨셉을 만드는 게 의미도 없거니와 먹히지도 않는 거긴 한데, 만드는 입장은 그렇지 않잖아? 뭔가 다르다는 걸 어필하고 싶고, 나는 누구다! 라는 걸 강조하고 싶고.

알지 다 알지. 나 역시도 새 포폴을 만드는 거니까 그런 자의식이 넘실대는 건 당연한 거랄까. ^^

(이 때는 별 생각 없었음. 노란색과 disturbance만 쓰기로 하고 진행)


처음에 하려던 컨셉(?)은 스크래치 보드였어.

왜 있잖아. 처음엔 시커먼 종이지만, 펜으로 긁으면 다채로운 색깔이 나오는 거. 

마스킹을 거꾸로 주는 방법이니 만드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았고, 종이 출력용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용도로 만드는 거면 바탕이 검은 것도 좋겠다 싶었거든. 또, 이제까지 이걸 바탕으로 디자인이나 포폴을 만든 사례를 본 적이 없어서 (나음보다 다름을 추구하는 INTP) 도전의식도 생겼어. 

주제로서도 마음에 드는 게... 나는 나이 든 디자이너잖아? ^^
시커먼 종이를 긁으면 화려한 색깔이 나오는 이 놀이의 구조가, 시커먼 늙은 남자 아자씨가 밝고 화려한 디자인을 하는 비유에도 어울리고, 아직 긁을 곳이 있다는 처연함... 도 어울리는 것 같아. 하하. 다 긁어서 바탕만 드러난다면 참 헛헛하겠지만, 난 나름 10%도 긁지 않은 것 같거든. 

업무를 위해 그린 일러스트(달리는 아이)와 순서도로 장식한 배경까지, 여기까진 나쁘지 않았어. 하지만...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가독성이 너무 별로였어.

그래서 안 쓰던 Campton 폰트도 써봤지만... 영문은 그렇다 해도 한글은 어쩔거여. 글을 많이 써야 하니까 글자가 작을 수밖에 없는데 - 검은 바탕에 밝은 글씨, 게다가 변화하는 색상이니 가독성을 확보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구. 못 읽을 정도까진 아닌데, 이걸로 수십 장을 본다면 말이 다르지. ㅎㅎ

흰색 바탕을 사용하는 건 완전히 다른 질감이라 아쉽긴 한데,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것 같고...(?)

그나마 가독성 테스트 중에 건진 건 JTBC의 유용성이었어. 어차피 저작권 때문에 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한글 중에는 유일하게 읽을만하면서도 과하게 두꺼워지지 않아도 되는 서체.

피그마로 만들 거니까 인터랙션/트랜지션으로 해결해 보려는 시도도 해봤지. 뭔가 조작하면 그라데이션 면이 나오면서 (검은색을 벗겨내면서) 가독성을 만들어 볼까도 했었고...

계속 더 나락으로 빠지는 느낌이 있지만, 어떻게든 하다 보면 답이 나오겠거니 하며 디자인을 이어갔어. 계속 찜찜함은 있지만, 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급할 것도 없으니 갈 데까진 가보자는 마음이었지. 처음에 생각했던 Scratch Board 느낌은 완전히 사라졌고 그라데이션만 남은 데다, 인터랙션을 위해 얇은 세로선을 인터랙션에 이용하기 위해 추가해 보기도 하고... 초심이 사라져 버렸어. 

동시에 재미도 없어졌지. 그래서 잠시 홀딩.
그런데...


흥미가 뚝 떨어져서 손을 놓은 지 네 달만인 어느 날.

Biennale라는 폰트를 만났어. (링크)

마침 Geometric 한 폰트에 지겨움을 느끼는 중이었는데, 우연히 이 폰트를 발견하고서는 눈이 번쩍 떠지더라구. 

대충 보면 여느 Gotham이나 Futura, Avenir 등등의 하위 호환 같은데, 그게 참 묘하게 정감 있고, 묘하게 뒤틀려 있어. 여러 Geometric 폰트를 계승함과 동시에 매우 낯선 느낌이 드는데 뭐라고 딱히 꼬집어 설명할 순 없는. 애매한 느낌!

이전 버전까지 진행했던 게 22년 2월쯤.
두세 달 손 놓고 있다가 이 폰트를 발견하고 블로그에 글을 올린 게 22년 6월.

그리고 또 반년이 지난 23년 1월에,  2023 트렌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큰 라운딩 스타일을 발견하고 이 둘을 합쳐 포폴을 다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 딱 1년 만에 다시 할 마음이 생긴 거지. (게으르긴)

(3부에 계속)

 

🚧 완료한 포트폴리오는https://www.panopt.net/page/ABOUT 에서 볼 수 있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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