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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LIB 8

엔칸토 - 가족에 빗댄 삶의 서사

스포가 많아요. 오랜만에 영화를 봤어. 펑펑 울고 왔네. 최근 어머니의 건강 문제 때문에 마음이 좀 약해져 있었나 봐. 모든 장면에 몰입해서 본 것 같아. 모처럼의 휴식이라, 평소처럼 분석적으로 영화를 보려 하지 않고 아이들과 편하게 즐길 생각으로 갔는데…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것 같아. '마드리갈'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엇! 이거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감정과는 관계없이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어. 이거, 여느 디즈니 영화랑은 다르겠구나. 뭔가 복잡한 알레고리가 있겠구나 싶었거든. 눈물이 그렁그렁 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여러 '참조'들을 소환하는… 참 복잡한 영화관람이었어. 우선, 가족의 성姓인 "마드리갈Madrigal" — 이거 음악 용어잖아. 대충 중세의 돌림노래 형식의 성악곡이라고 ..

LOG/LIB 2021.12.07

듄(Dune, 2021) : 영화에서 힌트만 준 것들. 스포 포함

네 달쯤 전에, Dune을 영화화한다는 얘기를 듣고 서둘러 소설책을 구해 읽었어. 감독이나 배우들을 보고 짐작컨대 — 꽤 괜찮은 영화가 될 것 같았거든. 소설을 읽은 후에 본 영화가 실망스러울 땐 영화를 안 본 셈 치면 되는데, 소설을 읽지 않고 본 영화가 만족스러우면 꽤 난감해져. 아무래도 영화화하면서 압축된 설정과 디테일들을 소설 속에서 재구성하는 게 어렵기도 하고, 영화의 시각적 설정들에 얽매이게 되어서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지니까. 그래서 개인적으론 '왕좌의 게임'과 '반지의 제왕'을 영상으로 먼저 접한 게 참 후회스러웠어. 듄의 경우, 영화보다 소설을 먼저 본 건 옳은 선택이었어. 덕분에 드뇌 빌뇌브 감독의 역량을 분명히 알게 된 것 같아. 그의 영화를 많이 보진 못했는데, 이야기를 통합..

LOG/LIB 2021.11.08

보부아르의 '잘 늙는 열 가지 방법'

'어크로스의 문장들'에서 트위터에 올린 문장을 발췌하여 기록한다. 또한 이 내용은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이라고 한다. 내용이 좋아서 기록을 남기지만, 아래 내용이 시몬느 보부아르가 직접 한(쓴) 말인지는 의심이 든다. 아마도 적절한 인용으로 자신(저자)의 생각을 말한 거겠지. 1. 과거를 받아들일 것 나는 이러한 회상을 '위대한 정리'라고 부른다. 이들은 과거의 희미한 윤곽과 어렸을 때는 파악하지 못했던 인생의 흐름을 분간하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조망한다. 또한 상서로운 우연을 알아채기 시작한다. 보부아르는 이를 "여러 선이 한곳에서 만나는 지점"이라고 말한다. 2. 친구를 사귈 것 젊은이들에게 친구는 중요하다. 나이 들면 친구는 더욱더 중요해진다. 공통의 관심사..

LOG/LIB 2021.04.29

트위터에 모아뒀던 Quote 모음, Since 2009

140자로만 쓸 수 있다지만 사실은 더 쓸 수 있는 트위터. 2010년 이후로 쌓인 것 중에 Quote만 모아서 정리함. 나름 의미가 있겠지. 나를 위로했던, 내게 깨달음을 주었던. 내가 사랑했던 글들. 누구에게든 본질적이고 필요한 것은 자신의 구원을 위해 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혹은 했는지를 아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구원에 합당한 자가 되기 위해 스스로 해야 할 바를 아는 것이다. ( …… ) 즉 단순 숭배의 종교는 ‘신의 호의’를 추구하지만 사실상 그리고 본질상 행동하지 않고 기도와 욕망만을 가르친다. 여기서 인간은 죄의 용서를 통한 것이라 할지라도 더 선해질 필요가 있다. - 데리다의 중에서 데리다가 칸트를 인용한 글, 결국은 '너나 잘해'. 쾌락의 추구는 무기력한 감각 또는 인간에 대한 경멸에..

LOG/LIB 2021.01.27 (1)

자유 - 폴 엘뤼아르

Liberté Paul Eluard Sur mes cahiers d’écolier 나의 학교 노트 위에 Sur mon pupitre et les arbres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Sur le sable sur la neige 모래 위에 눈 위에 J’écris ton nom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Sur toutes les pages lues 내가 읽은 모든 책장 위에 Sur toutes les pages blanches 모든 백지 위에 Pierre sang papier ou cendre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 J’écris ton nom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Sur les images dorées 황금빛 조각 위에 Sur les armes des guerriers 병사들의 총칼 위에 Sur la ..

LOG/LIB 2021.01.16

나의 피는 잉크가 되었소.

나의 피는 잉크가 되었소. 사람들이 이 불쾌한 일을 어떻게 해서든지 방해했어야 좋았을 텐데. 나는 뼈 속까지 중독되었소. 나는 검은 비애 속으로 노래를 불러 넣었고 지금 그것은 나를 두렵게 하는 바로 그 노래요. 그리고 좀 더 나은 것은, 내가 나병에 걸려 있다는 것이오. 마치 프로필같은 이 곰팡이 얼룩들을 당신은 아시오? 나의 나병의 어떤 매력이 세상을 우롱하고, 또 세상이 나를 껴안도록 부추기는지 난 모르겠소. 세상은 어쩔 수 없소. 그 결과들은 내가 알 바가 아니오. 난 내 상처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내보이지 않았소. 사람들은 매혹적인 기발한 착상이라고 말하고 있소. 그것은 나의 과실이요. 필요없이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은 미친 짓이지요. 나의 혼란은 탑으로 쌓으면 하늘까지 올라갈 것이오. 내가 사..

LOG/LIB 2020.12.25

다문 입으로 파리가 들어온다

전갈은 어째서 독을 품고 거북은 무엇을 생각할까 그늘이 사라지는 곳은 어디일까 빗방울은 무슨 노래를 부를까 새들은 어디에서 마지막을 맞을까 나뭇잎은 어째서 초록색일까 우리가 아는 것은 한 줌도 안되고 짐작하는 것만이 산더미 같다 그토록 열심히 배우건만 우리는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 뿐 - 빠블로 네루다 옛날에 메모장에 옮겨 둔 시인데, 누가 번역했는지, 문장은 맞는지 확실하지 않다. 제목은 왜 저런 제목인지, 이 시의 제목이 맞기는 한 건지도 모른다. 그래, 모른다. 질문하다 사라질 듯. * UPDATE 2021.09.15 - 전체 내용이 담긴 시를 찾았기 때문에 다시 옮김. 번역이 이전과 다르네. 제목도 '한국 제목'과 원래 제목이 다른가 봐.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 어디에서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

LOG/LIB 2020.11.28

나는 별이다.

ICH BIN EIN STERN 나는 별이다 Herman Hesse Ich bin ein Stern am Firmament, 나는 높은 하늘의 별이니 Der die Welt betrachtet, die Welt verachtet, 세계를 바라보며, 세계를 비웃고 Und in der eignen Glut verbrennt. 나 자신의 뜨거운 불에 몸을 사른다. Ich bin das Meer, das nächtens stürmt, 나는 밤마다 노도치는 바다니 Das klagende Meer, das opferschwer 지난 죄에 새로운 죄를 쌓아 올리고 Zu alten Sünden neue türmt. 호된 희생물을 바치는 탄식의 바다여라. Ich bin von Eurer Welt verbannt, 나는 ..

LOG/LIB 20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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