ときめき。

Art, Design, Essay, News

Design 7

ZEN of UX. 02 - “이게 더 예쁘군요”라는 디자인 피드백에 대한 옹호

이전에 RightBrain에 있을 때 쓴 글인데, 반가와서 여기에 옮겨. 약간만 고쳤어. 아마 2018년 글일 거야. 디자이너들은 항상 다양한 피드백을 마주하게 됩니다. 디자인은 사용자의 다양한 관점 – 경제성, 기능성, 심리성 등 – 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심도 깊은 대화와 피드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숱한 피드백 중 꽤나 성가신 유형의 피드백이 있습니다. 바로 “이게 더 예쁘네요” 피드백이죠. 발화자가 디자이너라면 그나마 좀 낫습니다. 서로 심미적인 속성을 이야기해도 되는 사이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예쁘네요” 피드백은 기획자로부터, 클라이언트로부터, 개발자로부터, 마케터로부터 더 많이 듣습니다. 뭐, 어느 정도는 자존심의 문제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

ZEN of UX 2020.12.11

Wicked : 첫 폰트의 추억

dafont에 기록되어 있기로는 2014년 6월에 업로드한 걸로 나오니까, 아마 2014년 초반에 만들었나 봐. 내 첫 폰트인 Wicked를 소개할까 해. 지금도 폰트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긴 하지만, 당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어. 폰트랩(Fontlab)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폰트를 만든다더라~ 하는 소문만 듣고, 맨 땅에 헤딩하듯 이것저것 만져보던 시절이었지. 다행히 이런저런 그래픽 툴을 써 본 짬이 있기에 적응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폰트 자체에 대한 감각이 없으니까 테크닉은 크게 중요하지 않더라구. 나는 항상 '나음보다 다름'이라, 특이한 걸 만들어 보고 싶었어. 그래서 어떻게 폰트에 개성을 줄까 하다가, 대문자와 소문자가 서로 다른 스타일인 폰트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어. 디자..

IMG 2020.12.11

코웨이 : 하룻밤의 도움. 내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중앙일보를 힘겹게 끝낸 후 컨디션을 추스르고 있었을 때야. 마냥 슬픈 시기였지. 번아웃과, 삶의 불안감이 겹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10여 년의 경력이 아깝기는 하지만 -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빠르면 3년, 길어야 10년 주기로 개편되는 이 분야의 특성, 즉, 물성 없이 금방 휘발되는 이 일이 과연 의미 있는 걸까 싶기도 하고.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제껏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며 상실감과 회의에 빠져 있던 때였어. 그러던 어느 날, 옆 팀이 눈에 들어왔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거든. 새 프로젝트를 맡은 모양인데, 갓 책임을 단 시니어 한 명과 주니어 세 명으로 구성된 디자인 TF는 이미 충분히 지쳐 보였어. 일주일 동안 새벽까지 일한 모양인데, 전혀 진도를 ..

IMG 2020.09.27

ZEN of UX. 01 - Squircle, 스쿼클?

요즘 다시 스쿼클이 주목받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이걸 어디서 처음 시도했는지 의견이 분분하더라고. 삼성 One UI, 카카오톡의 프로필 이미지가 이 스쿼클을 사용하고 있어서 마치 이들이 첫 시도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내가 기억하기로 스쿼클은 Nokia N9 가이드라인이 첫 시도였다고 봐. Nokia N9 UX Guidelines n9.dy.fi 국내에선 널리 회자되지 않았지만,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 오면서 고전했던 노키아의 야심찬 도전이 N9 Guideline (이후 meego로 개명) 이었어. 폰트, 색상, 아이콘 스타일 등 정말 쟁쟁한 디자이너들을 모아 만든 걸작이었지만, 이미 노키아가 시장에서 밀린 상황이어서 그다지 넓게 확장되지는 못했어. 개인적으론 참... 더 멀리 가는 모습을 ..

ZEN of UX 2020.08.18

중앙일보 : 지우기 어려운 상처와 연민

내 페북이나 이전 웹사이트들을 본 사람, 또는 나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꽤 오래전에 중앙일보 디지털 개편 사업을 총괄 디자인했고, 그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한참 동안 힘들어했었어. 견디기 힘든 비합리성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 권력구조 안에서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였는지를 처절하게 느끼게 해주는 상황을 겪고 나니, 내 인생의 모든 게 비합리적인 결과로 끝날 수 있겠다는 불안감과, 나의 미래 역시 의지보다 운명이겠구나 싶은 끔찍한 감정을 한참 달고 살았던 것 같아. 게다가 어리석게도, 비합리적인 상황을 이겨보겠다고 부득불 온갖 내 역량을 쏟아부은 프로젝트이기에, 이후에 큰 도전과제가 생기면 마치 가정폭력을 당하고 자란 어린이처럼 어둠 속으로 움츠러드는 버릇까지 생겼었지. ..

IMG 2020.07.15

프로젝트 돌아보기 : Naver 메인화면 개편

이전에 내가 쓰던 글은 모두 오피셜한 거라, 보안 이슈도 있었고 또 말을 가려서 썼어야 했는데, 이제 개인 블로그에 글을 쓰니, 조금 자유로운 마음이야. 특히 이 네이버 프로젝트의 경우는, 보안 지침이 좀 있었어서 섣불리 꺼내지 못한 이야기였는데, 네이버가 이 때 이후에 한 번 더 업데이트를 했으니, 이젠 이 내용이 그다지 민감한 건 아니지 않나 싶어서 - 이 얘기를 꺼내보려 해. 2016년이었나 봐. 막 프로젝트를 끝내고 한숨 돌리고 있었는데, 네이버로부터 재밌는 제안이 왔어. 네이버 업무 영역 중 4가지를 골라서, (나름 이름난) 네 곳의 에이전시에게 의뢰한다는 거야. 그 4가지 사업영역은, ① 네이버 뮤직 개편, ② 네이버 오피스 개편, ③ 네이버 메인화면 개편이었고... 하나는 기억이 안나네. 이..

IMG 2020.06.02

프로젝트 돌아보기 : KBS - 새로운 유형의 문제 (02)

보통 어떤 서비스를 개편할 때, 내가 첫번째로 생각하는 건 ‘어디가 가장 문제일까, 잘못 끼워진 단추는 어디일까’야. 기존의 구조가 잘 짜여져 있다면, 컴퍼넌트를 다듬고 불필요한 동선을 조정하는 정도만 해도 확 좋아지고, 구조가 문제라면, 구조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다른 자잘한 문제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라 후반 작업이 쉬워. 트렌드 캐치업이 문제라면, 사장님이 좋아하시는 톤으로만 정리해주면 되는 거고. ^^ * 디자이너에 대한 흔한 오해이기도 하고, 디자이너 스스로가 하는 흔한 착각이 이 부분이야. 디자이너는 뭔가를 ‘새롭게, 예쁘게’ 만들어야만 한다는 생각.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그 ‘새로움, 예쁨’이 - 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거나, ② 기존 유저를 혼란스럽게 한다면 그건 진정한 디자인이 아니라..

IMG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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