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 만드는 데 매너리즘이 왔어. 독학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러다가, 이제까지 시도해 본 폰트 중에 슬라브 폰트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 세리프는 내 능력에 너무 어렵지만, 슬라브라면 가능할 것도 같았지. 산세리프 폰트에 획만 더 추가하면 되는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거야. 아무래도, 없어도 되는 자리에 슬라브를 두게 되니까, 커닝 등 간격이 애매해질 수밖에 없지. 슬라브라는 폰트 문화 자체가 내게 익숙하지 않아서, 슬라브를 더하는 행위가 피상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 슬라브를 놓은 위치는 가급적 서체의 안쪽으로 두는 게 안전할 것 같았는데, 그러다 보니 더 이상해 보여서, e, q, D 등의 슬라브를 바깥으로 향하게 했어. e의 가운데 획을 길게 뽑은 건 억지 같기도 했지만, q와 D는 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