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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PTF

Celestine : 여전히 모자란

Curious ARTBRAIN 2020. 12. 24. 00:16

폰트 만드는 데 매너리즘이 왔어. 독학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러다가, 이제까지 시도해 본 폰트 중에 슬라브 폰트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 세리프는 내 능력에 너무 어렵지만, 슬라브라면 가능할 것도 같았지. 산세리프 폰트에 획만 더 추가하면 되는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거야.

아무래도, 없어도 되는 자리에 슬라브를 두게 되니까, 커닝 등 간격이 애매해질 수밖에 없지. 슬라브라는 폰트 문화 자체가 내게 익숙하지 않아서, 슬라브를 더하는 행위가 피상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 

슬라브를 놓은 위치는 가급적 서체의 안쪽으로 두는 게 안전할 것 같았는데, 그러다 보니 더 이상해 보여서, e, q, D 등의 슬라브를 바깥으로 향하게 했어. e의 가운데 획을 길게 뽑은 건 억지 같기도 했지만, q와 D는 일반적인 필기체에서도 드러나는 형상이니 자연스러워 보였지. 그러다 보니 B, H, L, M, N, P, R, U 까지. 같은 규칙을 적용해야 해서... 슬라브가 바깥으로 향하는 현상이 걷잡을 수 없게 되었어. e, q, Q 는 창의적인 것 같은데, 나머지는 의식의 흐름에 따른 진행이었지.

다양한 Ligature를 만드는 건 참 재밌어, 실제로 쓰지는 않지만. 

Ligature를 많이 넣으면 멋스러울 줄 알았지만, 너무 많이 등장하게 되면 읽는 흐름을 방해한다는 걸 깨달았어. 뭐든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한게지. (하하, 왜 난 다 끝나면 깨달을까.) 게다가 레귤러 기준으로 커닝을 잡고, 볼드는 걍 볼드하게 키운 거라, 볼드의 커닝이 좀 더 어색하게 되었어. 난 볼드와 레귤러를 섞어 쓸 때 문장의 길이가 바뀌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 - ;

뭐 늘상 그렇지만, 아쉬움이 남아. 하지만, 나는 폰트를 하나씩 공들여 내는 것보다 배우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서, 한 폰트를 오래 세공하는 것보다 여러 개를 자주 만들어 내는 게 더 적절하다고 봐. 빨리 배우고 죽기 전에 멋진 거 한 놈 남기는 게 목표니까. ^^

게다가... 이 폰트를 진행하고서 느낀 건, 힌팅의 중요성이야. 이전까지는 힌팅에 대해서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즉, 지금 배울 게 아니라는 입장) 이렇게 둥실둥실한 폰트를 만들고 보니, 뭔가 뿌옇고 둔한 느낌이야. 다음에는 힌팅을 배워볼까 봐.

이름 셀레스틴은, 영화 Ernest et Célestine에서 따 왔어.

(c) Ernest et Célestine

뭔가 순진하고, 작아 보이는 느낌. 그리고 'celeste~'의 어원이 약간 반짝반짝하는 천궁? 같은 거라서 - 좀 오글거리지만 - 어울리는 느낌이었어. 특히 이 폰트에서 가장 특이한 글리프인 'e'를 많이 보여주는 이름이기를 바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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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이름으로 이미 폰트가 있더만.

이 폰트도 그다지 '셀리스티~' 하진 않지만 (https://www.dafont.com/celestine.font)

그래서 그런지, 이 폰트는 아직 한 번도 팔리지 않았어. 뭐 팔려고 한 건 아니지만. (정신승리?)
상업적인 사용이 아니라면 무료고, 다운로드는 여기에서 받을 수 있어. 심심하면 설치해 보고, 안쓸 거면 지워 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