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 전자장비를 자주 구매하는 편이야. 지난 20년간 컴퓨터와 태블릿, 노트북을 산 개수를 다 합하면 약 15~20개 정도 되는 것 같은데, 현재까지 쓰고 있는 장비를 정리만 추리면 대충 이 정도 ;
Macbook Air 2011, Surface pro 5 (2017), 11inch iPad pro 2nd 2020, Nexus 7 2013, Amazon kindle paperwhite 2015, 리디 페이퍼 라이트 2016, iriver story k HD, (그리고 iPhone 12 mini와 Apple watch series 5)
개인적으로는 노트북보단 타블렛을 선호하는 것 같아. 태블릿이야말로 궁극적인 전자장비의 형태라고 생각해. 한때 e-ink에 대한 호기심과 책읽기라는 취미 때문에 열심히 전자책도 사모았는데, 지금 곁에 있는 건 몇 개 없어.
오늘은, 오랫동안 실사용한 태블릿을 리뷰하고자 해. 왼쪽부터 차례대로.
1. Nexus 7 2013
태블릿 중에서는 10년 가까이 써 온 태블릿이고, 세 번이나 수리해서 살릴 정도로 애착이 큰 장비야. 휴대성과 그립감의 측면으로는 이 크기가 사용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것 같아. 아이패드와 다르게 화면 비례가 길쭉해서 동영상을 보기도 좋고, 구글의 레퍼런스 디바이스라서 사용이 쾌적해. 8년차 태블릿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요즘 앱도 무리없이(약간 버벅거리긴 함) 돌아가는 데다, 안드로이드 마시멜로까지는 꾸준히 업데이트가 되었어. 무려 3번의 버전 업데이트를 감당하는 디바이스가 또 있을까?
유일한 단점은 디스플레이가 터치 컨트롤과 한 덩어리라서 유리가 깨지면 터치가 안 먹어. 정확하게는 깨진 부분 아래로 먹통이 돼. 원가를 절감할 목적이었을까. 10만원 들여서 화면을 두 번 갈았기 때문에 '한 번 더 깨지면 미련 없이 버리리라' 결심했는데, 그 뒤로는 다행히 사고가 없었어. 하지만 화면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어. 색상 재현력도 좋고 dpi도 높아서 현재 디바이스 기준으로도 손색이 없어.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은 무선충전 기능도 있고 여러모로 훌륭한 디바이스야.
넥서스 시리즈가 made by google로 바뀌면서 태블릿 쪽 사업을 접은 것 같은데, 이 크기로 베젤리스가 나온다면 바로 살 거야. 비슷한 규격의 타사 태블릿이 없는 건 아닌데, 레퍼런스 디바이스만큼 쾌적한 다른 태블릿을 발견하진 못했어.
2. Iriver story k HD
선물받은 전자책이고, 겉모습은 (아이리버답게) 아주 예쁘지만, 사용성은 최악이야. 디자인만 좋고 사용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현재는 단종된 것 같지만, 누가 중고로 구입한다면 말리고 싶어. UI도 엉망이고, 백라이트도 없고, 와이파이도 요즘 세대 규격을 지원하지 않고, 키보드가 달려 있으면 쓸 일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고, 폰트 변경이나 레이아웃 변경이 안되면 기본 규격이라도 좋아야 할 텐데, 글씨를 그냥 '뿌려대는' 느낌일 뿐, 타이포적인 고려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 그냥 txt 변환기 레벨이라고 봐. 난 그냥 만화나 pdf를 보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어. HD라는 모델명 답게 해상도가 좋거든.
이쁘긴 이뻐. 그립감도 좋고. 배터리도 오래가고. 쓰기 불편한 게 유일한(?) 흠.
3.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2세대)
태블릿 쪽에서는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패드.
이전까지 쓰던 아이패드는 2세대였는데, 그것도 거의 7~8년 동안 불만없이 잘 사용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잘 구동되지만 요즘 앱의 요구사항을 따라가지 못해서 쓰고 있지 않을 뿐이야. (집안 어디에 있을 텐데 찾으려니 안 나오네)
회사 업무를 할 때도 잘 쓰고 있고, 멀티미디어 용도로도 잘 쓰고 있어. 특히 전자책들 중에서 pdf 형식이거나 만화책인 경우는 아이패드로 보는 편이야. 아무래도 화면 크기가 일반 전자책보다 압도적으로 크니까. 개인적으론 매직 키보드의 사용감이 별로라서 위 이미지처럼 단순한 커버를 사용하고 있는데, 매직 키보드의 터치감이 별로인 것도 있고, 아이패드의 키패드 반응성이 좋아서 별 불편을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 (가상 키패드를 잘 만드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가 봐)
요즘은 나보다 애들이 더 많이 써. 원격 수업할 때도 쓰고 게임머신으로 쓰기도 하고.
별다른 단점을 찾기가 어려워. 내구성이 약한 게 단점이라서 애들이 쓸 때는 엄청 두꺼운 갑옷을 입혀주긴 하지만, 그걸 단점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13인치를 살까 하다가 11인치를 샀는데 잘한 것 같아. 11인치도 들고 보기엔 살짝 무겁거든.
4. 리디 페이퍼 라이트
당시에는 149,000원이 비싸서 라이트를 샀는데, 요즘 가격을 보면 그냥 300dpi짜리 살 걸 후회가 돼. 요즘 모델은 20만 원 중반대에 구할 수 있지만, 그렇게 비쌀 일일까 싶어. (직접 비교하긴 무리가 있지만) 킨들 가격에 비하면 많이 비싸.
하지만 UI나 생태계로는 아마존 킨들에 필적할 만큼 좋아. 국내 원탑이고, 킨들을 제외하면 다른 e-ink 프로덕트 중에서는 최상인 것 같아. 맨 위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검은색 부분 플라스틱이 충격에 약해서 다 깨졌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커버를 입혀 쓰고 있어. (다행히 디스플레이 부분에는 손상이 없었음)
UI로는 훌륭하고 책을 사서 읽는 프로세스도 말끔한데, 기기 자체의 가성비가 좋지 않아. 백라이트 밝기 조절도 투박하고, 버튼감도 별로고, 내구성도 약하고, 무엇보다 배터리가 e-ink 장비치고는 굉장히 빨리 닳아. (내구성과 배터리 문제는 요즘 것도 똑같더라구) 그래도 한글 책을 읽는 데 이만한 장비가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하고 있어. e-ink가 아무래도 태블릿보단 눈이 편하거든.
5. 아마존 킨들 페이퍼화이트
2015년인가 16년인가에 블프 할인으로 싸게 샀어. 이걸 쓰면서 '전자책이란 이래야 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지.
여전히 UI나 퍼포먼스에서 킨들을 이기는 서비스는 없을 것 같아. 불필요한 장식적인 기능은 적지만 본질적인 독서행위에 대한 배려는 차고도 넘치는 것 같아. 한두 달 서랍 속에 방치하더라도 5~6% 배터리가 남아있는 극강의 배터리 효율도 훌륭하고, 새로운 책을 추천받거나 탐색하는 것도 부드럽고, 원클릭으로 구매가 돼버리는 건 좀 무섭긴 하지만 편하긴 겁나 편해.
영어를 잘했다면 정말 잘 이용할 텐데, 가끔 '왕좌의 게임'이나 짧은 소설 등을 원서로 읽는 정도로만 써. 해킹을 할 줄 안다면 킨들을 하나 더 사서 리디를 깔아 쓰면 어떨까 싶기도 해. (킨들 UI로 리디를 쓸 순 없겠지? ^^)
ps. 지금은 곁에 없으나 사용해 본 태블릿, 전자책 한줄 평
크레마 카르타 : 장비 자체는 쓸만하지만, 도서관 연계등의 프로세스가 일반 웹사이트만큼 복잡함. 디자인도 UI도 별로
교보 SAM : 이것도 선물받은건데, 교보가 ebook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아서(?) 활용성이 크지 않음
레노버 탭4 : 8인치지만 넙데데해서 9인치 같은. 싼맛에 샀는데 한참 전에 산 넥서스보다 둔함. 디스플레이는 괜춘
태블릿과 전자책은 정말 괜찮은 소일거리^^라고 생각해.
새로운 태블릿을 구매하고 싶지만, 요즘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태블릿에 별 관심이 없나 봐. 요즘엔 관심이 가는 매력적인 태블릿이 안보여. (방수가 되는 킨들이나 오아시스 모델이 탐나긴 하지만, 페이퍼화이트가 멀쩡히 동작하는 상태라 킨들을 새로 살 명분이 없어;)
아이패드가 혼자 너무 멀리 나가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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