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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펜 구매 - 펠리칸 M205, 오퍼스 콜로로, 페리스휠 잉크

Curious ARTBRAIN 2021. 7. 26. 19:35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Endless Pens(링크) 에서 할인을 하기에 펜을 좀 샀어.

왼쪽부터 - 펠리칸 M205EF, 페리스휠 버터팝콘, 오퍼스 88 Kolor

원래 Endless pens을 자주 이용하지는 않았었는데, 요즘은 대안이 몇 개 없어서. 일본 라쿠텐이 글로벌 사이트를 닫은 탓도 있고, 국내 만년필 판매사가 가격을 지나치게 후려치는(?) 탓도 있고. Endless pens가 싼 판매사는 아니지만, 가끔 세일을 핑계로 정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파니까. ^^

실수로 USPS(미국 우체국)를 통해서 배송을 받았는데, 그 덕에 2주일 만에 받은 건 안 비밀. USPS는 거의 중국 배편만큼 느린 것 같아. ㅠㅠ 한국 들어오면 트래킹도 어렵고... 가급적 피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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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elikan Fountain Pen - M205 Classic - Blue-Marbled / Extra Fine $99.99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좀 작아. 제원을 보고 산 거긴 한데 이렇게 작은지는 몰랐어. 간단히 M205를 설명하자면, M은 (플런저) 만년필, 2는 크기등급(클 수록 크다), 뒤의 두 숫자는 골드(00)이거나 크롬(05)을 나타내는 것. 펠리칸은 천(1000, 1005)이 제일 높은 숫자로 알고 있어. m7000도 있지만 그건 이런 식의 분류는 아닌 것 같고. 그래도 블루 마블은 사진보다 실물이 더 예쁘고, 캡을 꽂아 쓰면 의외로 밸런스도 좋아. 독일제 펜 중에서도 펠리칸이 얇게 나오는 편인데, 미니펜이다보니 더 가볍고 날렵해. 어찌 보면 세일러나 파일롯트 같은 일제 펜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그것보단 좀 더 매끄러운 편이야. 그래서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경쾌하게 쓰게 돼. 긁는 느낌은 거의 없고,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낭창낭창했으면 좋겠는데, 강성의 질감이 애매해. 그렇다고 아주 뻣뻣하지도 않고. 

펠리칸의 특성이지만, 플런저(피스톤필러) 방식은 여전히 적응이 안돼. 잉크가 많이 들어가는 게 장점이기도 하지만, 청소하기도 어렵고 깔끔하게 잉크를 넣는 것도 힘들고. 

우리나라에서 14~20만 원 정도 하던 펜이라 그닥 싸게 산 느낌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펠리칸의 부드러운 필기감을 느껴서 좋아. (개인적으로는 펠리칸이 빨리 길들여지는 편이라 생각해. 지금 이 느낌은 금방 사라질 듯)

2. Ferris Wheel Press Ink Bottle (85ml) - Summer 2019 - Buttered Popcorn $27.00

처음에 사진을 봤을 땐 "저렇게 투명해서 뭐가 써지겠어?" 싶었는데, 실제로 받은 건 간장... ㅠㅠ 그럼 그렇지.

버터팝콘이라는 색상인데, 개나리색을 베이스로 어두운 주황색의 림(rim)이 생겨. 이로시주쿠처럼 림에 집착하는(?) 브랜드는 아닌가 봐. (생긴 건 화려한 림 빨을 자랑할 것 같이 생겼는데.) 잉크 자체의 퀄리티는 좀 두고 봐야겠지만, opus에 넣어 본 걸로는... 다른 펜에 넣어보는 건 좀 보류해야 할 것 같아.

광고 사진만 보면 되게 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크지 않아. 자두만한 크기. 

3. Opus 88 Fountain Pen - Koloro - Orange/Fine $59.99

대만 만년필 회사인 opus88의 Koloro 만년필이야. 사이트에서 본 것보다 훨씬 칙칙해서 좀 실망. 그리고 매트한 부분은 마치 코르크처럼 자잘한 검은 반점 무늬가 있어. 약간 쑥색이 나기도 하고. 6~7만 원대의 만년필이라기엔 소재 선택이 아쉬워. 애매한 크롬 링도 많이 튀고.

처음 써보는 페리스휠의 잉크라서, 오퍼스의 펜 질감이 잉크의 영향인지 본래의 특성인지 구별은 안 가지만, 필기감 자체는 좀 먹먹한 느낌이야. 흐름도 풍부한 편이 아니고. 닙은 아주 조금 낭창한데 그다지 매력적인 느낌은 아니야. 이런 질감이라면 잉크 흐름이 쏟아질 듯 나와주면 좋을 텐데 좀. 아쉬워. 

opus88의 특징 중 하나는 전통적인(?) 잉크 주입방법인데, 함께 들어있는 스포이드로 배럴에 직접 넣는 방법이야. 불편하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플런져 방식보단 이게 좀 더 개운해. 플런져 방식보다 잉크를 더 꽉 채워 담을 수 있고, 잉크가 손에 묻을 일도 없고. 물론 카트리지를 사용할 수 없고, 집 밖에서 잉크를 채우기에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지만... 잉크를 외부에서 담을 필요는 딱히 없으니까. 

딴 건 다 그렇다 쳐도, 가장 아쉬운 부분은 그립 부분이야. 몸통의 두께가 통통한 편이라서 그립하는 부분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내 기준으로는 저 스크류(나사) 부분에 손이 닿아서 애매해. 스크류 부분보다 짧게 잡거나 길게 잡으면 상대적으로 무거운 캡 때문에 밸런스가 좋지 않아. 뭔가 전반적인 설계가 잘못된 것 같아.

확실히, 이 가격대에 준하는 품질은 아니라고 봐.
(update) 흐름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서 닙의 어깨를 눌러보기도 하고 세게 눌러 써보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닙의 타인이 안쪽으로 쏠려 있는 느낌이 들었어. 지나친 탄성 때문일까 싶어서 1주일 동안 집중해서 관리했지. 평소 쓰는 압력으로 일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써 보고, 세척도 괜히 여러 번 해 주고. 한 주가 지난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여전히 닙 끝이 먹먹한 느낌은 있지만, 처음의 느낌보다는 확실히 좋아. 뽑기 운이 없었나 봐. 흐름도 이젠 정상 수준이고. 괜찮네 이 펜. ^^  

우리나라에선 98,000원에 파는 펜이고, 이 회사의 펜 중 제일 비싼 건 126,000원이야. 그렇다면 이 펜은 이 회사의 넘버 2~3 정도는 되는 모델이란 소린데... 라인업을 고려할 때 가장 가성비가 좋아야 하는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가격만큼의 퀄리티는 아닌 것 같아. 이 가격이면 라미를 세 개는 사는 가격인데...^^ 요즘 저가 모델들이 잘 나와서 상대적으로 실망감이 큰 걸까? 걍 페리스휠 노란 잉크 전용 펜으로 쓸까봐. 


만년필을 살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건 - 
브랜드 있는 걸 사야 후회를 안 한다는 거. 예전에 conklin과 noodler(ㅠㅠ)를 살 때 정신 차렸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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