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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 of UX

ZEN of UX. 10 - FontShare를 통해 본 폰트 트렌드 2021

ARTBRAIN 2021. 3. 29. 01:17

 

fonts.google.com

 

이제는 구글 폰트를 통해서 양질의 폰트를 - 저작권 걱정 없이 - 얻을 수 있지만, 디자이너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폰트에 대한 갈증이 있게 마련이지. 아무래도 구글 폰트는 저작권 및 배포 문제를 해결해서 가져오느라 시간도 좀 걸리고, 범용성을 기준으로 선별하기 때문에 트렌드를 반영하긴 어려워. 트렌드를 반영하는 무료 폰트를 찾느라 dafontfontsquirrel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워낙 퀄리티가 떨어지는 아이들이 많아서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느낌이고, 찾더라도 저작권이 깨끗하게 해결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하지. (물론 베스트는 현질 ^^)

그런데 최근에 fontshare라는 서비스가 런칭을 했어.

요즘애들이 좋아할만한 디자인

 

Indian Type Foundry (ITF) 사에서 만든 서비스이고, 상업/비상업적인 모든 사용을 프리 오픈했다고 해. 아무래도 자기 회사 폰트가 가장 많이 실려 있고, 개인 작업도 제법 있는 것 같아. 완전히 프리라고 해도 EULA(최종 사용자 라이센스 동의서)를 살펴보면, 전통적인 제한은 여전히 있어. 수정/변형하지 말 것. 추출할 수 있는 형태로 폰트를 임베드하지 말 것. 이건 아주 당연한 얘기인데, 의외로 여기까지 자율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구. (폰트를 변형해서 로고를 만드는 것은 허용되지만, 그 로고를 서체의 형태로 가공하면 불법이야.)

그런데, 이 파운드리 - 제법 트렌디한 것 같아. (자신감이 있으니까 이렇게 무료로 폰트를 뿌리며 바이럴을 도모하는 거겠지.) 오늘은,이 사이트에서 발견한 몇 개의 폰트를 소개하면서, 올해의 폰트 트렌드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할까 해.


 

 

1. 넓은 장평의 서체 : Panchang (link)

Condensed와 Extended는 최근에 들어서 독립적인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 세계적으로 장평, 자간, 행간이 점점 넓어지는 추세인데, 아마도 디지털 환경을 배려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거겠지.

Condensed 서체에 대한 실험은 지난 4~5년 간 트렌드에 적절히 반영되었지만, 의외로 Extended 서체는 많이 실험하지 않았어. 자동차 엠블럼 등 몇몇 산업 디자인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있었거든.

 

©porsche

 

시선을 오래 잡아두는 특징 때문에 extended는 로고 등 제한적인 용도로만 사용 가능하다는 편견(독립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넓은 여백이 필요하다.)이 있었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텍스트의 모든 간격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보니, extended 역시 다른 텍스트나 이미지들과 섞어 써도 무리가 없어 보여. 물론 여전히 '산업 디자인'의 포스도 가지고 있지만, 웹이나 잡지의 본문 타이틀로 써도 될 만큼 캐주얼하게 여겨지는 것 같아. 오래 가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2~3년 동안은 도전적으로 사용하면 참신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2. 좁은 장평의 서체 + 강한 컨트라스트 : Pramukh Rounded (link)

이 서체는 지난 몇 년간의 유행 요소를 여러 가지 가지고 있어. 가독성을 포기한 장식적인 사용으로서의 Condensed 형태, 최근 1~2년 사이에 급격히 떠오르고 있는 극단적인 스트로크의 변화, 마지막으로 비-원형의 라운딩.

약간 60년대 히피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가도, 나름 새로운 시대의 리듬을 보여주는 것 같아. 게다가 여러 개의 weight를 가지고 있으니, 옛날 cooper처럼 용도가 고정되어 있지도 않고. 대유행을 타기는 어렵겠지만, 한동안은 condensed의 발전을 관찰해야 할 거야.

 

 

 

 

3. 안티-지오메트리 : Clash Display (link)

유행으로 보자면 거의 끝물인 것 같은데, 속에 담긴 철학이 깊어서 한동안 여러 담론을 만들어낼 것 같아. 바우하우스에서 너무나 순진한 얼굴로 무시했던 정원형, 정사각형의 한계를 되짚어 보는 과정이지.

지오메트릭 폰트의 얼개를 유지하되, 내부의 공간을 정원형에서 스쿼클 또는 타원형으로 변형한 건데, 시도해 볼만한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해서, 유행으로 자리잡기에는 시간이걸릴 것 같아. 아직은 폰트 디자이너의 영역인 것 같고, 폰트를 활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직 살갑지 않을 것 같아.

아직은 '낯설게 하기' 기법으로만 쓸 수 있을 것 같고, 도전적으로 쓰기에도 아직은 완성도 있는 폰트를 보지 못한 것 같아. 이 폰트도 시도는 좋지만, 조형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곳곳에 있어 보여.

* 2021.04.05 update
최근에 하라켄야가 샤오미 로고를 업데이트했어. 마이너한 수정인 것 같지만, 이것 역시 geometic한 도형이 가지는 문제를 수정하는 작업이었다고 봐. Rounded Rectangle 이었던 기존의 테두리는 물론 소문자 mi의 라운딩도 보다 부드럽게 변경했지. (이전 squircle 포스팅 참조)

 

 

 


4. 다이내믹한 스트로크의 변화 + 시크한 끊음 : Cabinet Grotesk (link)

이건 올해까지가 유효기간인 것 같아. 지난 5~6년간 지겨울 정도로 비슷한 폰트가 쏟아져 나왔고, 타율도 좋았던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Subjective 폰트가 흥미로왔어.) thin 레벨의 두께부터 black 레벨의 두께까지 급하게 두꺼워지다가 딱! 끊기거나 1920년대 패션처럼 시크하게 끊어내는 방식. 

1910~2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정교해진 폰트 환경을 반영했기 때문에 운용하는 즐거움도 있어. 1910~20년대면 아직 아르누보의 영향도 남아 있기 때문에, 공예적인 디자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때문에 서체만 쓰는 것보다 보조 장치를 적절히 섞어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여러가지 기발한 장치를 많이 썼지만, 완성도가 있다고는... ©Indian Type Foundry

 

 

하지만 Indian Type Foundry가 제공하는 이 폰트가, 비슷한 계열의 다른 폰트들보다 우수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사실... Foundry 이름을 걸고 팔기에도 약간 아쉬운 정도. 하지만 뭐... 결과물보다, 이런 흐름을 인식하고 만들어낸 것, 도전한 것에 높은 점수를 줘야지.


앞으로는, 무료로 나누고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공조하는 문화가 점점 더 많아질 것 같아. 그게 또 하나의 생존전략이 될지도 몰라. 디자인 산업에서는 낯선 일이지만, 모쪼록 디자인 산업에서도 cowork + share 하는 문화가 많아졌으면 좋겠어. 그런 면에서 Indian Type Foundry의 이 사이트는 충분히 가치가 있고, 응원해. 

위 서체는 상업/비상업 모두 무료라고 하고, 더 많은, 좋은 서체들이 사이트에 있으니까 둘러보고 그들을 응원해 주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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