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Design & Lifelog

Art, Philosophy, Design, Font, Music, Essay, Critique, Diary, Opinion, News

LOG/SHP

즐겨쓰는 만년필 잉크 - 업데이트

ARTBRAIN 2022. 10. 8. 16:19

이전에 '주로 쓰는 잉크'에 대한 블로그를 올린 적이 있는데 (링크), 그 사이 취향도 바뀌고, 새로 얻은 잉크 중에 맘에 드는 아이도 생겨서 다시 블로그를 써 보려 해. 거의 1년 만에 올리는 거라 후보가 많을 줄 알았는데, 쓸만한 건 몇 개 없더라구. ^^

728x90


1. Diamine Inkvent : Polar Glow (링크)

요즘 가장 많이 쓰는 잉크야. 사진에는 잘 찍히지 않았는데, 보라색과 파란색이 거의 반반으로 나오는 느낌이 참 오묘해. 상당히 두텁게 쌓이는 데다 점성도 좀 있는 것 같아서 처음엔 '이거 딥펜용 아닌가?' 싶었는데, 의외로 깨끗이 닦이고 흐름도 좋아서 신기한 잉크야. 원래는 디아민과 허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 (둘 다 첫경험이 안 좋았거든^^)

이건 '테'의 개념이 아니라 '빛 반사'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거라서 사진을 찍어놓고 보면 그냥 파란색인데, 각도를 다르게 해서 보면 자줏빛이 강하게 드러나. 만년필에 무리를 주지도 않고, 흐름도 좋고, 발색도 좋으니 안 쓸 이유가 없지. 무엇보다 기본 파란색이 너무 내 취향의 진득한 느낌을 주어서 계속 손이 가네. 50ml에 2만 원이면 그닥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병도 특이하고 충분히 즐길만하니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느낌은 없어.

 

2. Noodler's Bulletproof Eel Black (링크)

나름 꽤 지명도 있는 브랜드인데, 우리나라에선 인기가 별로 없어서 수입도 잘 안 하더라고. 몇 년 전 아마존에서 구매했다가 실망했던 누들러인데, 이번에는 방수 잉크를 사서 그림을 그려 볼 욕심에 샀어. Bulletproof... 이름은 거창하지만 그냥 방수 잉크라는 뜻.

누들러는 실용성이 그들의 가장 큰 장점이라, 그래서 포장은 정말 별로야. 병도 플라스틱인 데다, 앞에 붙어있는 그림도 그냥 일반 종이에 프린트로 출력한 느낌. 대신 뚜껑을 열면 찰랑찰랑 가득 채워진 잉크가 뿌듯하기도 해. 실용성!

방수 기능이라는 건, 마르면 그 위에 물을 부어도 번지지 않는다는 뜻이야. 그래서 그림 그리는 애들이 수채물감, 마커와 함께 쓰기 좋지. 그래서인지 색계조가 없이 그냥 시커먼 색깔이야. 입자도 다소 굵은 느낌인데, 아직까지는 만년필에 큰 무리를 일으킨 적은 없어.

가끔은 이런 단색 검정이 필요하기도 하거든. 이런 흐름에 이런 단계조 잉크를 찾는 건 쉽지 않아. 

하지만 의외의 단점은, 너무 마르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 오늘 소개하는 잉크 중 압도적으로 천천히 마르더라구. 내 경우는 그림을 그릴 때 쓸거라 괜찮은데, 혹시 상용으로 쓸 거면 참고하길 바라.

 

3. 비스콘티... Black (링크)

쿠팡에서 우연히 구매. 그래서 모델명을 몰라. 병이 이뻐서 샀는데 플라스틱이더라구. 유리였다면 정말 좋았을걸. 

처음엔 너무 별로였는데, 어두운 회색이라고 생각하니 또 용서가 되더라구. ^^

물을 탄 것처럼 묽은 편이고, 계조가 잘 나타나서 회화적인 느낌이 들어. 잘 쓰면 마치 인쇄한 듯한, 혹은 연필로 쓴듯한 질감을 보여주는데, 다른 잉크처럼 종이 위에 묻는 게 아니라 거의 온전히 스미는 느낌이야. B, BB 등으로 쓰면 재밌어. (세필에는 어울리지 않음)

 

4. Pelikan 4001 Brilliant Black (링크)

오른쪽 것은 옛날 디자인

파카 큉크와 더불어 가장 베이직한 잉크인 4001. 

최근 10년 정도는 4001을 안써서 패키지 디자인이 바뀐 줄 모르고 '새로 나온 모델'이라고 생각했지만, 디자인만 바뀐 거고 잉크 자체의 품질은 그대로더라구. (좋아지지도 않고 나빠지지도 않고, 기억하던 그 느낌 그대로) 

큉크가 '흐름 좋은 잉크'로서 제 명성을 갖고 있다면, 이녀석은 '딱 중간'을 지키고 있어서 자신의 존재감을 지키는 것 같아. 모나지도 않고 수더분한, 그래서 만년필을 얘기할 때 기준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봐. 가격도 나쁘지 않고.

단점은... 잘 알겠지만, 먹물 냄새. ^^

 

5. Graf vod Faber-Castell Moss Green (링크)


이로시주쿠 신로쿠가 가장 좋은 녹색인 줄 알고 쓰다가, 최근에 디플로마트니 오로라니 여러 녹색을 써보면서, "더 나은 녹색이 있지 않을까" 둘러보기 시작했고, 정착한 곳이 그라폰 모스그린이야. 

무엇보다 병이 예쁘고^^ (그라폰의 다른 색들에 비해) 종이에 착 달라붙는 진득한 녹색이 맘에 들었어. 취바취 사바사지만,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가장 차분한 녹색이 나오는 것 같아. 단점은 좀 비싸다는 것. 75ml에 31,500원.

 

6. J.Herbin Violette Pensée (링크)

어릴 적에는 '묽은 건 나쁜 잉크'라는 생각이 강했고, 대표적인 '묽은 잉크'로 알려진 제이허빈은 항상 후순위였어. 

그런데 'Bleu de Profondeur'를 한번 써보고 나니, 나름 그것도 맛이더라구. 그래서 하나를 더 샀지. 조금 더 쨍한 보라색을 보고 싶어서. 

나쁘지도 않은데, 딱 좋다는 느낌은 없어. 다만 주로 쓰는 펜 하나를 이 색과 짝지어 놓으니 계속 쓰게 되는데, 나쁘지 않아. 병뚜껑 앞에 펜을 거치할 수 있는 홈이 있는 것도 실용적이고 매력적이야. 

 

7. Diamine Majestic Purple (링크)


싼 가격이라 망설임 없이 산 잉크. (40ml에 4,850원) 병 디자인이 이뻐서 주르륵 여러개 사서 늘어놓는 맛이 있어.

빨리 마르는 편이고, 흐름도 보통. ef에는 좋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무리를 줄 것 같지는 않아. 뭔가 물보다 표면장력이 적은 듯한 느낌. 나는 디아민이 좀 플랫하다고 느껴. 이 색은 추천하는데, 다른 색상은 거의 다 별로였음. ^^ (1번에서 설명한 inkvent 시리즈는 디아민에서 만든 게 맞을까?)


(오차가 없도록 한 종이에 칠한 후 한 컷으로 촬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