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트 뎀.

Art, Design, Essay, News

LOG/SHP

Kaweco DIA 2 (ef) 리뷰

ARTBRAIN 2022. 10. 6. 15:12

모처럼의 만년필 리뷰. 베스트펜에서 12만 원에 샀어.


원래 카웨코(독일어니까 카베코가 맞겠지만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에 대한 편견이 있었어. 가진 게 릴리풋, 스포츠, 스튜던트 등이라서 그저 '작고 가벼운 펜' 정도로 여겼지. 품질보다는 재미로 쓰는 펜. 그런데 이번에 나온 DIA2는 뭔가 좀 달라 보였어. 옛날 듀오폴드를 닮은 중결링이나, 유선형 클립이 카웨코스럽지 않더라구. 카웨코에 대한 기대는 없었지만 호기심에 질렀어. (워터맨 찰스톤같은 복고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

728x90

그런데 기대 이상.

우선, 무게가 마음에 들었어. 기존 카웨코들은 허망할 정도로 가볍고 밸런스가 좋지 않았는데, 이 펜은 묵직한 편이야. (배럴 안쪽이 잘 안보이는데... 황동이지 않을까 싶고) 스포츠 같은 모델은 카쿠노보다도 가벼운 느낌이 들어서 쓰는 게 불쾌할 정도였는데, 이건 밀도가 꽤 높아. 비교로 놓은 캡리스보다 약간 가벼운 정도야. 길이는 펠리칸 200보단 약간 길 것 같은데, 배가 볼록해서 잡는 느낌은 200보다 나은 것 같아.


캡은 빼고 쓰는 걸 추천. 캡꽂해도 밸런스가 나쁘진 않은데, 닙이 워낙 작아놔서 시각적으로 왠지 불안해. 정말 닙이 너무너무너무 작아. 이게 유일한(?) 단점. 두 단계는 더 큰 닙을 써야 할 것 같은데. 왤케 작은 걸 썼는지.ㅠㅠ (그래서 인터넷에 보면, Bock 76 닙을 사서 다는 사람들이 많더라구.)

Bock 76, 약 5만 원?

닙 자체는 나쁘지 않아. Bock닙이 이 정도로 좋았었나 싶게 부드러워. 스튜던트 모델과 같은 닙이라는데 - 밸런스가 달라서일까, 이게 훨씬 더 쾌적해. 원래는 f를 신청했는데, 배송이 늦을 거라고 해서 걍 ef로 샀어. 결과적으로는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게, 왠지 두꺼울수록 둔해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닙도 작은지라 ef가 더 어울리는 것도 같고 말이지. Bock답지 않게 부드러운데, 그게 흔히 말하는 '버터필감' 쪽이 아니라 왠지 볼펜의 볼이 구르는 듯한 느낌을 줘.

그립 자체도 동급 최강에 가까와. 적당한 곡선감이나 제 위치에 있는 나사산도 훌륭해. 형태만으로는 펠리칸 200(계속 비교하게 되네 ㅠㅠ)의 그립과 거의 비슷한데, 얘는 그립 밖 - 즉, 배럴 부분을 잡으면 안정감이 확 떨어지는 것 같아. 펠200은 길게 잡아도 안정적인데, 얘는 딱 그립부만 잡아야 하는 것 같아. 사람마다 손 모양/크기가 다르니까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겠지만, 펜을 길게 잡는 사람들은 좀 어색함을 느낄거야.

아까 듀폴 얘기도 했지만, 금장이 은장보단 이뻐. 위아래와 클립에 있는 kaweco라는 글자가 금장의 반짝거림과 만나니 뭔가 디테일한 무늬를 새긴듯한 착각을 주거든. ^^

이 펜에 대한 총평은 ★★★★☆ (4/5)


한 시간 정도 써본 거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닙 마름도 없고 마감도 훌륭해. 캡을 닫고 보면 30만 원 이상은 되는 것처럼 보여. 캡을 열어 닙을 보면 좀 실망스러운데^^ 또 쓰다 보면 적응될 것 같고.


이 가격대는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이걸 꼭 사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유럽 브랜드에 한정한다면 꽤 경쟁력이 있는 것 같아. 같은 값이면 당연히 펠리칸(200, 205)을 사라고 하겠지만, 비슷한 금액대의 비스콘티나 파카, 라미 보다는 이게 나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파버카스텔 온도로와 이것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는데, 온도로는 이미 세 번이나 사봤기 때문에... ^^


ps. 카웨코의 틴케이스가 아니라 가죽 질감의 종이 케이스를 줘(바로 버림^^). 사이트에는 나와있지 않은데 컨버터 하나와 카트리지 두 알이 들어있어.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