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간만에 회사 소개. 독일의 에이전시 구르댕(?) - 프랑스어로 '곤봉, 몽둥이'라는 뜻이야.
함부르크에 있는 독일 회사인데 왜 이름은 Gourdin인지 모르겠지만.
https://studio-gourdin.com/en/
기본적으로는 사이니지 회사인 것 같은데, 폰트에 대한 감각도 매우 좋고, 브랜드 에이전시로서도 매우 훌륭해. 웬만한 메이저 브랜딩 에이전시에 필적할 정도라고 생각해. 사이니지를 비롯하여 공간 디자인, 전시 디자인 등 이것저것 자신과 맞는 결이면 가리지 않고 하는 것 같아.
재밌는 것은, 매우 스타일리시하다는 거야. 나쁘게 말하면 여러 프로젝트에 동일한 해법을 들이밀고 있다는 건데, 볼드하고 직선적인 형태를 사용하고 큰 콘트라스트를 사용해서 '정도'의 차이를 만들지 않아. 이들의 산출물에서는 '요정도만, 조금 더' 개념이 들어올 수 없어. All or Nothing이지. 엄청난 공격성이고 간결함이라서 매혹적이야.
블랙 앤 화이트가 대부분이고, 색상을 쓰더라도 한 두 색상만으로 압축해. 클라이언트와 말하기 싫어하는 디자이너의 인상을 줘. 다들 비슷한 느낌이긴 한데, 각 프로젝트에 착 붙는 느낌이라서 비판할 거리도 없어. 이런 거 정말 어려운 거잖아.
이런 작업이 전형적인 그들의 기본 방식이야. 강하게 응집시키고 대비시켜서 집중을 유도하고 불필요한 요소는 다 지웠지만, 글자와 픽토그램의 미감이 전체의 흐름을 즐겁게 만드는 방식. 블랙 앤 화이트, 볼드, 그루핑. 끝.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 두 개만 기재하자면,
1.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도서관 사인 시스템
이 도서관은 리노베이션 할 때 재밌는 설정을 했어. 북쪽은 그룹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 활기차고 시끄러운 공간, 남쪽은 전통적인 조용한 도서관 콘셉트. 그걸 사이니지의 폰트에 너무나 정직하게 대입했어. 시끄러운 쪽은 볼드하게, 조용한 쪽은 얇은 이탤릭으로.
그런데 여기까지면 재미없지. 얘들은 이걸 붙였어.
참... 만들기도 어려웠을 텐데. 대단해. 이게 기능으로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일반적으로는 그저 '글자를 두껍게 만드는' 입체화로 끝나는 일인데, 이들은 그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 거잖아. 만들기도 어려웠을 테고 설득도 쉽지 않았을 테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훌륭해.
2. 수영장, Mol
결과물로 보면, 그냥 유리벽을 따로 두고 거기에 시트지 붙인 거야. 그런데 결과물은 참 놀라워.
규소가 많이 채취되는 고장이라서 분자구조를 차용해서 그렸대. 그래서 이름이 Mol(ecule)이야. 그런데 누가 보더라도 수영장을 위에서 보는 느낌, 물결의 반짝임이 수영장 바닥에 비추는 느낌이잖아. 각 다각형은 선의 두께로 강약을 다르게 주었고, 유리 벽과 내부 벽 사이의 거리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윤슬처럼 착시가 일어날 거야. 사진으로만 봐도 반짝임이 느껴질 정도.
그런데 전경을 보면 참 별거 아니거든, 멀리서 보면 느낌도 안나잖아. 그런데 실제로 보면 정말 매혹적일 것 같아. 근데 이것도 뭐 없지. 무질서한 다각형을 그리고, 그 안의 줄무늬 두께를 서로 다르게 한 것뿐. 이런 게 참 대단해.
요즘은 참 재밌는 작업을 만나기 힘든데, 모처럼 기분전환이 되었어.
좋은 작업 계속 만들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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