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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 지우기 어려운 상처와 연민

 

@중앙일보

 

내 페북이나 이전 웹사이트들을 본 사람, 또는 나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꽤 오래전에 중앙일보 디지털 개편 사업을 총괄 디자인했고, 그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한참 동안 힘들어했었어.

견디기 힘든 비합리성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 권력구조 안에서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였는지를 처절하게 느끼게 해주는 상황을 겪고 나니, 내 인생의 모든 게 비합리적인 결과로 끝날 수 있겠다는 불안감과, 나의 미래 역시 의지보다 운명이겠구나 싶은 끔찍한 감정을 한참 달고 살았던 것 같아.

게다가 어리석게도, 비합리적인 상황을 이겨보겠다고 부득불 온갖 내 역량을 쏟아부은 프로젝트이기에, 이후에 큰 도전과제가 생기면 마치 가정폭력을 당하고 자란 어린이처럼 어둠 속으로 움츠러드는 버릇까지 생겼었지. 한동안 운전을 할 때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이것이 마지막일까"라는 헛된 망상을 할 지경이었어. 이런 상태가 거의 2~3년 지속됐었고,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어.

이 웹사이트가 - 여느 포트폴리오와는 달리 - 경험의 서술을 중심으로 하는 블로그형 포트폴리오를 목표로 하기에, "중앙일보"에 대한 정리를 하고 싶었어. 하지만, 한 달째 블로그를 켰다 껐다를 반복한 끝에, 오늘 이렇게 GG를 치고 있어.

이 프로젝트는 한동안 이 쪽 업계에서 "우리나라 언론사의 디지털 구축 표준 사례"로 언급되어 왔고, 이후 RB가 언론사+방송사 프로젝트를 연속적으로 수주/수행하는 데 큰 공헌을 한 - 나름 기념비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이 포트폴리오에 자세히 정리해야 마땅하겠지만, 막상 정리를 하려고 하니 예의 그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야. 하면 안되겠구나 싶어. 중앙일보는 내 포폴에는 계속 남아있겠지만, 앞에 정리했던 KBS, Naver처럼 문장으로 풀어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더라고.

하지만, 사람이 신기한 것이 - 페북이나 인터넷 광고를 통해서 조인스 프라임을 보게 되면, 흠칫 놀라는 동시에, 속으로 중얼거리게 돼. 

 

"저 보라색을 처음으로 세팅한 것이 나라는 걸 누가 알아줄까."

 

미련인 거지, 끔찍한 선민의식인 거고. 나를 몇 년 동안 힘들게 했던 트라우마지만, 저 보라색 —

중앙일보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한 색상이 필요하다기에, 색상환에서 "중앙일보의 노란색과 갈색" + "인터넷에서 쓰이는 UI 요소로서의 파란색"과 서로 120도를 이루는 보라색을 제안했고, 이는 텍스트 정책, 스타일 가이드의 잔재와 함께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
* 조인스 프라임은 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내가 할 때는 있지도 않은 서비스. 이전 서비스에서 보라색을 계승해 온 것 뿐

5년 전(2015) 프로젝트이고, 2년 전쯤에 대대적인 개편이 있었던 만큼, 이제 내 디자인의 흔적은 별로 남아있지 않아. 국내의 규모 있는 서비스 중에서는 가장 처음 시도했던 '어절 단위 줄바꿈'이라던가, 폰트 테이블 정책과 구조, 색상 정책, 운영 정책의 일부가 흔적처럼 남아 있을 뿐이야.

하지만, 일부러 중앙일보에 접근하지 않고서도 내가 마주치게 되는 저 보라색. 어쩔 수 없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폰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마다 내 반응은 똑같아. 저 보라색을 볼 때마다, 내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구나. 나는 끔찍한 미련쟁이구나 싶어. 마음이 아파.

긴 변명이었어 :
앞으로도 중앙일보를 다시 되새김하는 일은 없을 테야. 이게 마지막이야. 징징거림도 이게 마지막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