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범 교수님께서 돌아가신 지 벌써 10년이 되었군.
내가 어렸을 때 그는 KBS에서 작은 방송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는데, 주로 우리말의 어원과 변형을 설명해 주는 5분짜리 짧은 구성이었어. 이를테면 이런 거였지.
... 이 '설겆다'는 옛말로는 '설엊다'입니다. 여기서 '설다'는 '치우다, 정리하다'의 뜻이 있습니다. 한자로는 '수습'의 의미가 있죠. 즉, '설엊-'은 '설-' + '엊-'의 조합이며, '엊-'은 '겆다'의 의미로 기역이 탈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겆다' 역시 '수습하다, 정리하다'의 뜻이 있습니다. ...
교수님 특유의 가볍게 새는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나. ^^ 5분짜리 프로그램이라서 챙겨 보려면 나름 신경 써야 했을 텐데, 어린아이가 꼬박꼬박 챙겨본 걸 보면 되게 맘에 들었었나 봐. 언어가 시대에 따라서 변화하고, 서로 달라보이는 낱말들이 사실은 한뿌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꽤 신기했던 모양이야.
이후로 내가 롤랑바르트나 푸코, 에코를 좋아하고 언어 및 언어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 분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해. 유치원도 다니지 못한 어린아이의 생각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아.
서정범 교수님은 2009년도에 돌아가셨어. 어떤 무당의 모략으로 인한 명예 실추, 그로 인한 화병으로 돌아가셨다지.
뒤레피스는 오랜 투쟁 끝에 정의로운 판결을 얻어냈지만, 현실세계에서 정의가 실현되는 확률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지. 특히나 이렇게 황망하게 돌아가시는 경우는 방법이 없어. 지난 10년간 이 분을 돌아가시게 만든 분들에게 정의(처벌)가 실현되었는지를 보면, 또 그것도 아니고.
40년 넘게 살았지만,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는 말을 여전히 믿고 싶어서 두서없이 글을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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