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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는 품질에 앞선다 -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

Curious ARTBRAIN 2021. 1. 16. 15:01

아이들 때문에 건대 스타시티에 있는 반디 앤 루니스를 갔다가, 그 앞에 있는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 (이하 '플라잉 타이거)을 우연히 방문하게 되었어. 그리고 바로 매료됐지.^^ 토요일부터 3일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찾아가서 아이들 선물도 사고, 내 장난감도 사고.

제품의 평균 가격이 3~4천 원. 문구와 장난감이 주종목이지만, 화분이나 컵, 냄비받침 등 작은 생활잡화도 취급하기 때문에, 가볍게 이것저것 지르기 좋아. 덴마크의 다이소랄까. 아니면 아주 저렴한 HAY? ^^

지난해부터 일본 제품 불매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다이소, 무지, 유니클로 등 일본 가게를 피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선택지가 아주 좁아졌어. 이케아, 자라... 끝? 그런데 이케아는 한 번 찾아가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고, 자라는 옷 밖에 없잖아. 확실히 일본 제품을 불매하게 되니, "싸고 품질 좋은 생활형 제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어. (물론, 무지는 일본처럼 저렴하지 않고, 다이소는 품질이 아쉽지만, 각자에게 기대하는 품질 수준이 있고, 그걸 저버리는 경우는 없으니까.)

 

그런데 플라잉 타이거는, 다이소만큼 싸면서도 특유의 위트가 있어서 좋아. 

사실 다이소나 여기나... 다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이잖아. ^^ 물론, 플라잉 타이거 공홈에서는 지속 가능한 생산이나 환경에 대한 투자를 얘기하고 있지만, 그런 걸 다 맞추면서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한지 의심이 들기는 해. 하지만 디자인을 할 때, 약간이라도 쉬운 공정을 타도록 설계하고, 정밀하게 맞추기보단 적절한 위트로 때우는 게 맘에 들어. 이런 게 진정 디자인의 힘이 아닐까 해. (솔직히 품질이나 내구성이 훌륭하진 않아)

또한 플라잉 타이거는 특이하게 핀터레스트를 운영하는데, 이거 괜찮은 아이디어 같아. 

(c) Flying Tiger Copenhagen, Pinterest

 

뻔하게 제품 광고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플라잉 타이거가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 처럼(?) 브랜딩 하는 거지. 좋은 판단이라 생각해. 아주 '뻔하게' 제품을 늘어놓은 인스타그램도 운영하지만, 여기는 디자인을 깔끔하게 잘해서 인정. ^^

(c) Flying Tiger Copenhagen, Instagram

 

마냥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냐. 환경을 생각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노력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플라스틱의 사용이 많고, 재활용하기 좋은 형태로 생산하지는 않는 것 같아. 아직은 "우리는 환경친화적 생산을 한다!" 라고 광고할 레벨은 아니라고 봐. 

또한, 다이소의 품질이 좋아진 걸 감안할 때, 플라잉 타이거의 제품 품질이 다이소에 비해서 우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아. 그냥 비슷해 보여. 품질에 대한 실망감이 생기지 않게 적절한 유쾌함을 섞는 게 이들의 성공 비결이 아닐까 해. 

게다가, 위트가 있고 제품 설계에 공을 들이는 것 같다고 말하긴 했지만, 동시에 카피한 듯한 제품도 많이 보이더라구. 창의력을 보이는 라인과 그렇지 않은 라인이 명확해. 한마디로 말해서, 디자인이 완전히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 

 

(c) Flying Tiger Copenhagen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디자인이다 보니 - 이런 위트센스유머를 보면, 어쩔 수 없이 무장해제 되는 느낌이야. 어쩔 수 없지.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을 알고 나서 조금 찾아보니, 요즘 공격적으로 국내 점포 수를 늘리는 모양이더라구. 조금 경계가 되긴 해. 유럽 회사라지만, 그래도 자본주의는 어쩔 수 없는 건가. 결국 덴마크라는 이름을 방패삼아 중국 제품이 우리나라를 가득 채우게 되는 걸까. ㅎㅎ

짐작컨대 이 회사는 최근에 Tipping point를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 이때 잘해야지, 초심을 잃기 쉬운 시기잖아. 조금만 더 관찰하면 알게 되겠지. 응원해야 할 기업인지, 디자인과 위트 뒤에 숨은 나쁜 기업인지. 그래도 지금은 응원해, 코펜하겐.

 

이만한 캔버스가 6천원인 게 말이 되냐구. ㅎㄷㄷ - (c) Flying Tiger Copenhag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