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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를 닮은 노트 - 제로북스 空冊

ARTBRAIN 2021. 2. 19. 16:56

2018년에 있었던 한일 분쟁 이후로, 그동안 생각해 왔던 일본 불매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어.

하지만, 아직 불매하지 않은 품목이 있었으니, 바로 미도리 노트.

압도적 품질 - © Midori


미도리 노트를 쓴 지는 10년이 넘어가지만, 아직까지 이것보다 더 좋은 종이를 찾지 못했어. 일본 제품 불매를 시작한 이래로 3~40만 원을 들여서 각국의 좋은 노트들을 다 테스트해 보았지만, 내게 더 맞는 종이를 찾지 못해서 다시 미도리로 돌아왔어. 2021년에도 다이어리 한 권과 노트 두 권을 미도리 제품으로 사용하고 있고.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한 제로북스의 '空冊'.

© 0 Books

 

2021 공책 空冊 0 BOOKS 제로북스 : 0 BOOKS

[0 BOOKS] 제로북스는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향합니다.

smartstore.naver.com

 

주문한 지 나흘 만에, 아주 꼼꼼한 포장으로 도착.


실험적인 제품인지, 200번 한정의 일련번호가 적혀있고, 내가 받는 건 145번째 에디션. 

15,000원이면 비싼 것 같지만, 두 권이 한 묶음이야, 그러니까 한 권이 반 년치 다이어리인 거지. 가격 면으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혹자는 '노트 한 권에 7,500원이면 비싼 것 아니야?'라고 할 수 있을텐데, 미도리나 로디아 등 - 좋은 종이 기준의 노트로 보면 오히려 싼 편이라고 봐.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손 크기


크기는 아주 좋아. 180 페이지 정도라서 두께도 두껍지 않고 적당해. 개인적으로는 이 크기가 가장 휴대하기 좋은 크기라고 생각해. 너무 작으면 데스크에서 필기하기 어렵고, 너무 크면 들고 (수첩처럼) 필기하기 어려운데, 그 중간의 가장 적절한 크기인 것 같아. 

디자인이 미도리를 닮은 건 기분 탓일까? ^^ 따라한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이런 무미한 디자인은 워낙 흔하니까.

© 0 Books

디자인 자체는 일단 합격. 일반 다이어리들의 투머치 디자인보다는 없는 것에 가까운 노트가 쓰기도 좋고 보기도 좋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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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일 중요한 종이 질에 대해서는 좀... 쏘쏘라고 해두자.


왼쪽이 미도리 캘린더, 오른쪽은 제로북스 공책. 비침의 경우는 합격점이라고 생각해. 얇은 종이는 필연적으로 비침이 생길 수밖에 없어. 비침이 덜 생긴다는 건 그만큼 두껍다는 뜻일 테고, 실제로도 미묘하게 미도리보다 두꺼워. (미도리 다이어리가 워낙 얇은 성경책 종이 질감이라서) 참, 두 권의 지질이 다른데, 하나는 미색 모조 80g (위 사진), 다른 하나는 백색 모조 80g를 사용했더라구. 

확실히, 지질의 퀄리티는 미도리를 이기지 못하지. 제로북스가 지업사가 아니니까 한계는 분명해. 어쩔 수 없다고 봐.


제로북스의 단점은 엄청난 고스팅에 있어. 미도리(좌)의 경우는 잉크가 뒷면에 배어 나오지 않는 반면, 제로북스 공책은 아예 검은색으로 보일 정도야. 확실히, 만년필을 쓰기엔 적합하지 않아.


하지만, 다른 필기구는 쓸만해. 특히 연필이 긁히는 정도는 딱 적당한 것 같아. 볼펜도 쓸 만한 레벨이고. 만년필 잉크의 블리딩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일반적인 노트 수준이라고 생각해.


총평

꽤 잘 디자인된 노트임에는 분명해. 페이지의 분류도 적당하고. 두 권의 지질을 다르게 한 것도 재밌는 부분인 것 같아. 하지만, 디자인 스타일이 미도리와 유사한 건 아쉬운 부분이고, 지질도 좋지는 않지만 - 미도리의 절반 가격이니 어쩔 수 없지. 신선한 시도이긴 하지만, 다시 구매를 할까 싶기는 해. 들고 다니면서 쓰기에는 참 좋은 노트이긴 하지만, 만년필을 쓰는 내게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참고로, 내가 추천하는 노트 브랜드는 다음과 같아. 미도리를 별 다섯개라고 할 때, 내 평가는 다음과 같아. 

클레르퐁텐 - ★★★★
국내에서 쉽게 살 수 있다는 이점, 중상 가격대. 

Katie Leamon - ★★
국내 지점이 없으나, 괜찮은 지질. 많이 누런 게 단점.

로디아 - ★★★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아주 괜찮은 종이. 조금 두껍고 기름지다. 

몰스킨 - ★★★
유명하고, 에디션이 다양해서 모으는 재미가 있는 편, 가성비가 낮다. 만년필엔 극악. 

Hay - ★★★
헤이도 노트를 만들어. ^^ 지질은 꽤 좋으나, 가격이 사악. 

에브리데이 노트 - ★★
미국산. 디자인이 괜찮고, 종이도 중상은 간다. 블리딩이 적다.

필드노트 - ★★
볼펜에는 적절하나, 다른 필기도구에는 최악이다. 내구성과 디자인이 좋아 애용. 

파브리아노 - ★★★☆
미술용 종이라서 가격이 좀 쎄다. 필기용으로 쓰기엔 과함. 좀 두꺼움. 

Canson - ?
스케치로 쓰기에 적당. 지질이 다양해서 노트마다 케바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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