ときめき。

Art, Design, Essay, News

ZEN of UX

ZEN of UX. 06 - 디자인을 잘하기 위한 사소한 습관 만들기 - UX, UI, GUI

ARTBRAIN 2021. 1. 9. 02:41

이 글도 2018년에 기고한 글을 옮겨 적은 건데, 약간만 고쳤어.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는데, 오랜만에 보니 조금 오글. 존댓말이었는데, 여기에 맞게 반말체로. 조금 더 시니컬하게 내용을 바꿨음. ^^ 버릇없이 '너'라고 말하는 게 글의 톤과 맞으니 양해를. 철저하게 '선배'의 관점으로 쓴 글이니까.

 


 

“디자인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종종 듣는 질문이긴 하지만, “그런 방법이 있다면 내가 먼저 했지”라는 뻔한 농담만 하는 수밖에. (질문할 때는 진심이겠지만, 솔직히 하란대로 하는 사람을 못 봐서 그래. ^^)

일단, 질문 자체가 좀 어려워. 쉽게 대답할 거리가 아니지. 질문이 어려운 이유는 - 

모든 디자이너에게 통용되는 일반적인 발전의 방법론이라는 것이 있을 리 만무하거니와, 디자인은 다른 학문과는 다르게, 끊임없이 개인의 취향과 태도의 간섭을 포용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하지, 누가 알려 줄 방법이 없다고 봐. 물론, 가이드는 해줄 수 있겠지. 그런데, 그 방식이 정작 본인에게 고통스럽거나 도움이 안 되면 어떻게 해? 가이드해 준 사람 탓만 할 거야?

그래서, 최소한 UI, UX, GUI 분야의 주니어들에게 줄 아주 간단한 가이드가 있을까 고민하고, 이 글을 써. 

별로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하지만 버릇이 되면 좋을만한 습관. 내가 해봤던 습관이고, 확실이 성장에 도움이 되었던 습관. 실행 난이도를 나눴어. 쉬운 것부터 해봐. 도움이 되리라 확신해.

하지만...... 아마 넌 하지 않을 거야. 대부분 스스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조금의 수고도 감수하려 하지 않거든. 물론, 너는 아닐지도 몰라! 그런데 이 분야의 시니어로서, 경력자로서, 리더직과 교육직을 모두 수행해 본 사람으로서... 이 내용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실행에 옮기는 비율은 10%도 안될 걸. 물론, 이 내용을 싫어하거나 비관적으로 바라 볼 사람이 읽는 사람이 절반은 될 테고. ^^ 따라서, 네가 이걸 따라 할 확률은 많아야 5% 이내라고 생각해. 하지만, 5%... 이 정도면 유효숫자지. ^^

 

728x90

 

1. 핸드폰을 영문으로 설정 (일문, 불문도 좋음) - 난이도 ★☆☆☆☆

영문 디자인을 한글로 그대로 바꿔서 어색해진 경우, 특히 글의 길이, 행간 등을 잘 봐봐.

 

설정에서 바꾸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어렵지 않아. 모든 OS에서 언어 바꾸는 거 다 되잖아. 쓰는 컴퓨터 언어를 바꾸는 것도 굳.

다들 영어 어느 정도는 하잖아.^^ 최소한 자기가 쓰는 앱을 한글에서 영어로 바꿨다고 해서 못쓰게 되지는 않을 거야. 조금 민감한, 은행권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거기는 언어를 바꿔도 한글로 나오더라구. ^^

핸드폰 언어를 영어로 바꾸란 이유는 단순해. OS 및 주요 앱들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고 + 영어권에서 디자인을 배운 사람들이 틀을 만든 거잖아. 애초에 거의 모든 UI, UX, GUI는 철저하게 영어 기반의 디자인일 수밖에 없어. (영어가 아니더라도, 라틴문자 - 알파벳 - 으로 쓰인 언어들) 그들이 아무리 Universal한 디자인을 하려고 해도, 영어적인 감각은 어쩔 수 없다고 봐. 그러니까 당연히 영문으로 된 디자인을 봐야 제작자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지. 특히 텍스트가 강한 개성을 내뿜는 AirBnB 같은 앱들은, 한글로 볼 경우 디자이너가 의도한 톤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서, 꼭 영문으로 확인하길 바라.

비단 텍스트 문제만이 아니야. 중문이든 독문이든 - 폰이 다른 언어로 바뀌는 순간, UI가, UX 감각이 모두 낯설게 느껴질 거야. 앱을 사용할 때 일상적으로 수행했던 플로우나 인터랙션 등 UI, UX 적인 내용이 새롭게 다가오게 되지. 이제까지 네 폰은 생활의 도구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UX 감각을 기르는 도구로도 쓰이는 셈이지. 하지만, 넌 아마 하지 않을 거야. 복잡하게 살기 싫거든. 언어를 바꾸면 뭔가 꼬일까봐,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귀찮거든.

 

2. 복습 혹은 이미지 트레이닝 - 난이도 ★★☆☆☆

어짜피 볼 핸드폰, 조금이라도 가치있게

드롭박스나 구글 드라이브 등 클라우드 서비스, 다들 유료든 무료든 하나씩은 쓰잖아. 회사의 보안 이슈가 없다면, 클라우드를 작업 폴더로 사용해 봐. 작업 폴더로 하기 힘들다면, export만이라도 그쪽으로 잡아두면 돼. (개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쪽으로 하길!)

공부도 마찬가지지만, 예습 복습이 중요해. 그런데 너희들 대부분은, 사무실에서 나가면 워라밸 사수한다며 디자인한 것 전혀 생각하지 않잖아. ^^ 물론, 회사 밖에서 일하는 것 결사반대! 일에 목매서 앉으나서나 일 생각인 것도 절대 반대! 그러라고 이 얘기를 하는 게 아님!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딱 하나, 궁금할 때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는 거. 그리고 디자인 감각을 늘리고 싶다면, 퇴근 후 1분씩 3회에 걸쳐서 나눠 보는 투자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잖아? 응? 

퇴근하고, 씻고, 맥주 한 캔 따갖고 TV 앞에 앉아서 한참 시청하다가, 문득 궁금하면 핸드폰 열어서 딱 1분만 둘러 봐. 오늘 네가 했던 디자인들. 환경과 상황이 달라지면, 보는 게 달라져. (왜 다들 밤에 쓴 연애편지 아침에 읽어보고 손발이 오그라들어 본 경험 한번쯤 있지 않아?) 그리고, 네가 한 디자인을 보는 유저들은 네가 작업하듯 책상에 앉아서 '업무 모드'로 쳐다보지 않아. 밥 먹으면서, 또는 화장실에서, 또는 TV 보다가, 또는 전철 안에서, 버스 안에서. 다양한 환경 안에서 보는 거지. 

디자인 환경을 Mobile하게 할 수 없다면, 참조하는 환경이라도 Ubiquitous하게 만들란 말이지. 하지만, 아마도 안 할거야. 네이버 동영상 광고 15초/30초는 참고 기다리면서, 자기가 작업한 거 10초 쳐다보는 건 많이들 못참더라구.

 

3. 기성 서비스를 멀리하자 - 난이도 ★★★☆☆

네가 하는 서비스가 웹툰과 어학당과 스포츠 컨텐츠를 동시에 운영할 확률은? 비디오를 스무개로 나눈 클립 하나하나에 댓글이 몇백개씩 붙고, 시리즈 묶음, 채널 묶음, 관리자 묶음 등 hierarchy가 네다섯겹이 될 확률은? 

 

스마트폰,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에겐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다 싶은데, 외국의 앱 유행을 쉽게 잘 받아들이는 걸 보면 의외로 쉬운 일일 수 있어. 바로, 유명한 앱을 쓰지 않기.

제일 위험한 게 네이버와 카카오 서비스야. 문어발이잖아. 계속 새로운 서비스 출시하고, 잘 되는 서비스 안에 태워 넣고. 이벤트 열어서 뭐 설치하면 할인해준다 하고.^^ 대기업은 동시에 여러 사업을 하는지라, 어떤 서비스도 하나의 기능만 수행하지 않아. 

예를 들어볼까. 

요즘 다들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카카오톡으로 로그인' 쓰지? 편하니까 계속 쓰지?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일일이 입력해서 회원가입하는 경우가 줄지 않았어? 계속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회원 가입할 때 어떤 데이터를 물고 들어올 수 있는지 (= 가입한 유저를 관리할 때 가용한 데이터는 어떤 것이 있는지), 다른 유저들과 어떻게 관계 맺게 해 주어야 할지 등등 - 전반적인 유저 유입에 대한 감각이 둔해지지.

돈 되는 정보니까 대기업은 '우리가 알아서 해줄게' 하는 거고, 우리는 편하니까 그냥 쓰는 거잖아. 그런데, 우리는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거든. 우리는 이 바닥의 기본 프로세스를 잘 알아야 하고, 네가 주니어라면 더 중요한 일일 텐데, 대기업 것만 쓰면 계속 퇴화하는 거야. (물론, 트렌드를 익히기 위해서 완전히 단절하면 안되겠지만)

또 다른 문제는, 네이버/카카오 얘들은 수많은 서비스들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말도 안되는 예외적인 UI, UX, GUI를 그릴 수밖에 없어. 보통의 경우엔 필요도 없는 소팅을 한다던지, 버튼이어도 되는데 풀다운을 넣는다던지, 레이블 항목이 많아서 리스트가 덕지덕지 하다던지... 이루 다 헤아릴 수도 없지.

그런데, 너는, 꼭 이런 말로 네 선배들과 디렉터의 속을 좍 긁고 말지 - 
네이버도 그렇게 하던데요?

다시 말하지만, 네이버/카카오는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고, 뭐 하나만 바꿔도 온갖 지ㄹ을 하는 소비자가 있고, 여러 사업을 확장하려 하는 욕심 많은 임원 어르신이 있고, 그들 사이에 서로 파이를 뺏기지 않으려는 힘겨루기가 있고, 프로젝트는 오랫동안 자라 온 거라 온갖 부분에 땜빵이 있고... 디자인 자체보다 회사의 정치사회경제적인 감안하다 보니 기형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밖에 없어. (그래서 대기업 디자이너들이 오히려 때깔만 좋게 만드는 '꾸밈러'로 자라기 쉬운 거지. 불합리한 한계를 자주 보니까 깔끔하게 정리만...)

헷갈리지 마. 앞뒤 상황을, 과정을, 요건들을 추론해 봐. 이해하지 않고 따라가는 건 어리석은 일이잖아. 그들이 그린 UI, GUI의 절반 이상은 감탄할 만큼 좋지만, 비판적으로 보지 않으면, 사방이 함정이야.

네이버, 카카오 말고 - 아주 단순한 구조, 단순한 Flow, 단일 기능의 서비스를 써보길 권해. 오래되긴 했지만, Clear todo 같은 앱. 그런 단일 프로세스 앱을 온전히 익히고 나면, 크고 복잡한 UI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카카오톡, 페북 메신저, 이런 것만 쓰지 말고, 스냅챗이나 젠리나 (이런 것도 이미 유명해졌구나...) 쇼핑할 때도 처음 보는 서비스를 사용해 보고. (구매하기 전에 꼭 scamadviser 함 돌려보고. ^^)

하... 하지만, 이건 정말 안 할 거야. 어렵거든. 뭘 피해야 할지도 모르겠거든. 여러 개를 깔았다 지웠다 하면서 비판적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회사에선 이런 뻘짓을 할 시간을 안 주고, 퇴근하면 피곤하거든.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토익, 공무원 준비 등 딴 살 길을 찾는 게 더 중요할 거 같거든.

 

4. 열심히 안 해도 돼

난 무식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쿨하게 힘 빼고서도 잘하는 사람이 더 좋더라구. 너무 힘 빡 주고 잘하려고 하는 애들은 오히려 오버해서 일을 그르치고, 주변에 스트레스만 퍼뜨리지. 함께 일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아.

열심히 안 해도 돼. 적당한 힘만으로 최대의 효율을 찾기 바래. 

하지만, 넌, 아예 아무것도 안 할 거야.

디자이너 면담을 하면, 백이면 백. 성장하고 싶대. 성장하기 위해 뭘 하냐고 하면, 곧잘 대답을 해. 그런데, 반년쯤 지나서... 그거 잘하고 있냐고 하면, 유지하는 애들이 10%도 안돼. (그 10%는 이미 나보다 훨씬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갔지^^) 이런 면담을, 이런 경험을 10년 넘게 하니까, 너희의 말을 믿을 수 없게 돼버렸어. 정말 아무것도 안하더라구. 그렇게 행동하면서, 정말 성장하고 싶은 거야?

저주를 거는 건 아냐. 선배로서, 너희가 모두 잘되길 바라.^^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