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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라는 취미의 가벼움

ARTBRAIN 2022. 6. 23. 01:35

언어를 배우는 걸 좋아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 "말해봐"라고 되묻지. 하지만 난 회화를 잘하고 싶어서 공부하는 게 아니거든. 그냥 '알아가는 단계'를 즐길 뿐이야. 썸을 즐긴다고 해야 하나? ^^

영어는 중학교 때부터 워낙 오랫동안 배워 왔고, AFKN이나 영화, 음악 등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었던지라 잘하지는 못해도 그냥저냥 살아가는 데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는 익숙하고, 불어는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흥미롭게 공부했던 데다, 방통대에서 전공했기 때문에 고등학생의 제2 외국어 수준보다는 좀 낫게 하는 편이고, 일본 문화(드라마, 야동)가 나한테 좀 맞는지라 일어는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공부하는데, 갓 히라가나/가타카나를 뗀 수준이고, 독일어는 1년 전부터 '가벼운 학습지'를 통해서 공부하고 있어서, 그냥 '격'이란 게 이런 거구나~ 불어랑은 이런 게 다르구나~ 를 느끼는 정도. 그리고 요즘엔 중남미 문화권의 자유로움에 흥미를 느껴서 오늘 스페인어 교재를 샀어. 

재능이 있다면 지금쯤 하나 정도는 프리토킹이 되어야 하겠지만, 단순히 '호기심 단계를 즐기는' 편인지라 어떤 것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지. 하지만 스스로에게 불만은 없어. 당연히 TOEIC이나 DELF, JTLP 등을 본 적도, 볼 생각도 없고. (공짜로 모의 토익시험을 볼 기회가 있어서 해봤는데, 700 중반 정도 나오더라구. 그게 20년 전이니 지금은 500점이나 나올까 몰라.)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난 몇 마디 외국어를 어설픈 발음으로 흉내내는 것보다 언어 쪽 전설을 말해주는 편이야.

전설 1 :
자유롭게 대화 가능한 수준으로 가장 많은 언어를 구사했던 사람은 몇 개 언어를 구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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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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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개!
놀랍지 않아? 난 이 얘기 처음 듣고 정말 세상이 바뀌는 것 같았어. 그게 가능해?

물론, 그분은 위의 3대가 모두 다른 언어권 출신이란 이점도 있었지만... (아빠는 라틴어권, 엄마는 인도 출신, 할아버지는 아프리카 태생 등등 -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리 그래도 뇌가 감당할 수 없는 레벨이지 않을까 싶었어. 심지어 처음 듣는 언어도 몇 마디를 하고 나면 금방 룰을 익히고 기초 수준의 대화가 가능해졌다고 하는데... 정말 여전히 믿기지 않아.

이 영상처럼, 몇 마디만 하면 원리를 대충 이해하는 거지. (언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장면은 정말 매혹적이야! ^^) 여기서 두 번째 언어의 전설이 이어지는데 —

전설 2 : 모든 언어의 기저에 공통의 "Super grammar"가 깔려있다는 얘기.

언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보물섬 같은 얘기지. 그것만 알면 굳이 각 언어의 문법을 공부하지 않더라도 금세 다른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거잖아? 바빌로니아던가... 고대 어떤 나라에는 어학원 같은 게 있었는데, 거기서는 다른 언어를 세 달 안에 배우지 못하면 지능이 낮은 거라고 여겼대. super grammar가 실재했다는 증거일까? ^^

실제로 영어를 알고 나서 불어를 처음 배울 때 '엇, 단어가 비슷한데?'라는 익숙함이 있었고, 독일어를 배울 때는 '엇, 이것도 불어/영어랑 비슷한데?'라는 (더 강한) 느낌을 받았어. 그리고 세 언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마치고 나니, 스페인어는 어느 정도 그냥 들리더라구. ㅋㅋ. 내가 감각이 좋아서가 아니라 유럽어 하나쯤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느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해. 신기하지 않아? 다들 라틴어권이라서 당연한 걸 테지만, 언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꼈어. 이런 느낌은 - 일어를 처음 배울 때 대부분 느꼈을 거야. 한국어랑 일어는 서로 다른 어족인데도 말이지.

이런 '뭔가 알게 될 것 같은' 간질간질함이 난 참 좋아. 외국에 여행 갔다가 돌아올 때는 - "딱 일주일만 더 있으면 이 언어를 익힐 수도 있겠는데?" 하는 아쉬움을 항상 느끼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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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스페인어 첫걸음 책을 산 김에 포스팅을 하는 거라, 딱히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없어.

그저 익명의 당신에게 부탁하는 건 - 언어 공부하는 사람에게 "말해봐"라고 요청하는 건 좀 재미없는 리액션이니 하지 말라는 거고, 언어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당신에게는 - 나처럼 언어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으니 다시 흥미를 가져 보라는 거지 뭐. ^^

그냥 끝내기는 뭐하니까, 최근에 (3년 전?) 재밌게 읽었던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마크 포사이스 저/홍한결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언론인, 교정인인 마크 포사이스가 단어의 기원을 추적한다. 이 책은 영어 어원의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역사, 과학, 문학, 언어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한마디로,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일단 알려주고 보는 ‘TMI 어원 사전’이다. “이 단어의 어원이 이런 거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