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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디자이너 뽑는 이야기 (1)

ARTBRAIN 2022. 5. 25. 17:00

리멤버 인플루언서 2기에 선정되어서, 앞으로 몇 개의 글을 리멤버 앱에 올리게 되었어.
여기에도 함께 공유하려 해. ( 리멤버 글 경로는 여기 : 링크 )

리멤버에서는 경어로 쓰지만, 여기는 편하게 하던 대로 + 좀 더 살을 붙였어.


웹디자인, 또는 GUI 디자인으로 시작해서 20년이 약간 넘는 경력이지만, 일찍 팀장을 단 덕분에 구인을 한 경력은 15년이 넘어. 그러다 보니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지. 요즘 한창 대규모(?) 채용을 하다 보니, 면접을 일주일에 3~4명은 보는데, 지원자의 한결같음이 답답하기도 하고, 스스로도 내 채용 패턴을 정리해보고자 글을 써. 이 글이 새로운 회사에 지원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고.

채용이란 게. 사람이 필요해서 하는 일이잖아.

그리고 한 번 뽑아두면 최소 1년 이상은 함께 할 생각으로 뽑는 거니, 신중하지 않을 수 없지.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기싸움이라 에너지 소모가 장난 아냐. 업무를 하지 않고 채용만 신경 쓰면 좋겠지만, 그러기도 쉽지 않지. 어떻게 보면 내 '업무시간'을 쓰는 거니까, 최대한 효율성을 따지게 돼.

돌이켜 보니, 지난 2달 동안 80~90명 정도가 지원했고, 그 중 스무 명 정도를 인터뷰했어. 2~30% 정도 되는 것 같아. 맘에 드는 사람이 적다 보니 은근 조바심도 들고 해서 인터뷰 비율을 점점 높이고 있는데... 항상 되뇌는 거지만, 정말 채용은 쉽지 않은 것 같아. 

회사에 얘기하거나, 개인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정원의 3배수'를 후보에 올리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는 것 같아. 대충 1.6~1.8 배수 정도. 그러니까, 나한테서 인터뷰 요청이 나가면 그 사람은 '웬만하면' 채용되는 거야. 본인만 원하면.

그런데 지원자 대 인터뷰의 비율을 늘이다 보니 요즘은 인터뷰 후 불합격을 주는 비중도 그만큼 늘어나는 것 같아. 내 기준에 아슬아슬한 친구인데 인터뷰에서 감점 요소가 있으면 탈락하게 되는 거지. (다음 편에선 면접장에서의 면접관의 관점을 쓸까 해.)

그럼 나는, 누구에게 인터뷰를 요청할까?

당연히 제일 중요한 건 포트폴리오지. 가끔 너무 예쁜 프로필 사진이 섬네일로 뜨는 경우를 제외하면 포폴보다 이력서를 먼저 열어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아. ^^

디자이너는 포폴이 90% 이상이라고 봐.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몇몇은 오해를 하더라구. "깔쌈한" 이미지가 중요하단 얘기로 듣는데, 그런 뜻은 아니야. "어떻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는가"를 보는 거지.

이력서나 경력 증명서는 부수적인 요소야. 당신이 페북이나 AirBnB 쯤 되는 회사에서 온 게 아닌 다음에야, 이력서 때문에 포폴을 다시 돌아보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봐. (애초에 페북 다녔던 애가 지원하지도 않을테지만.) 

가끔 이런 애들은 있더라.

그러니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쓰는 데 힘쓰지 마. 그건 포폴 통과된 다음에 쐐기를 박는 역할이지, 인터뷰를 요청하는 단서가 되지는 않아. (컬러리스트, 디자인 산업기사, 웹디자인 기사...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개인적인 관심으로 따 두는 건 아무래도 좋지만, 취업을 위해서 고생하는 건 정말 말리고 싶어. 그 시간에 언어 하날 더 하는 게 도움이 될 거야.)

다시 말하지만, 포폴은 '삐까뻔쩍'한 게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아. 어떤 의도로 정리했는가가 중요하지. 

포폴 내용이 나쁠 수도 있어. 회사가 변변치 않으면 좋은 결과물은 내기 힘들지. 그렇다고, 이전 회사 욕할 것도 아니잖아. 프로젝트가 다 별로면 포폴도 별로여야 할까? 나는 아니라고 봐.

중요한 건 관점이야. 관점이 없으면 포착할 수도 없고, 포착되기도 힘들어. 

많은 애들이 자신의 몸집을 애써 부풀리며 "나는 이렇게 대단한 일을 했어!"라며 과장하는데, 대부분의 면접관들은 대충 알지.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란 걸. 좋은 디렉터/파트너를 만났을 수도 있고, 좋은 환경에서 작업했을 수도 있고, 애초에 회사의 업력이 대단했을 수도 있고. 

그런데 정작, "나는 그 일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았는가"를 서술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그냥 삐까뻔쩍한 이미지 몇 장 올려두고 "봐! 예쁘지!?" 하는 건 부처님 손바닥에서 재롱떠는 것에 가까워. 채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당신보다 경험이 많을 텐데, 어디서 되도 않는 현혹질이야. ^^

오히려, "이 일은 참 재미없는 일이 될 뻔했지만, 나는 이렇게 다르게 접근해서 프로젝트에 흥미로움을 더했습니다"가 모범답안일 수 있어. 프로세스가 하라는 대로 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쨌거나 여전히 디자인은 창의의 영역이거든. 개인의 역량을 알아보는 건데, 다른 경쟁자들보다 뭐라도 하나는 달라야 할 거잖아.

물론... 전통적인 시간순 나열도 나쁘진 않아. 어쨌든 기본적인 면접관의 관점은 "이 회사에서 ~ 이런 사람들과 함께 ~ 이런 일을 했구나"니까. 하지만 10년 차 이상이라면 몰라도, 그 이하라면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장부가 아니라 그 자체로 디자인이니까, 자신의 의도를 조금이라도 담기 위해 노력하길 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거만한 채용 담당자는~ 당신의 포폴이 100% 마음에 들진 않지. 다들 눈만 높아가지고. ^^

대부분 잘할 "것 같은" 애들을 뽑는 거야. 잘하는 애들을 뽑으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가 그렇게 많진 않으니까. 성실하고, 변화에 익숙하고, 이해가 빠른 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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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폴에서 패스했다면, 그다음은 이력서나 경력 증명서를 열어. 

개인적으로는 - 주니어의 경우 작은 회사 출신을, 시니어의 경우 규모 있는 회사 출신을 선호해. 대기업 출신은 아주 잘하지 않는 한 애초에 제쳐 놓는 편이고.

아직 경력이 작을 때 작은 회사에서 두루두루 (자기 범위를 넘어서는 일도 포함) 해 보면 사업의 흐름이라던가 거시적인 관점을 대강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작은 회사 출신의 디자이너를 선호하는데, 중간급 이사의 회사에서는 손도 못 대 볼 주요 화면 디자인을 하기도 하니까 아무래도 생각의 덩어리가 좀 큼지막하지.

그에 비해 시니어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를 주로 평가하는데, 그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최소한 회사 규모가 7~80명은 되는 게 좋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되도 않는 디자인 피드백도 들어보고, 그런 사람들을 설득해 보기도 하고... 조직의 프로세스대로 일하다가 프로세스의 효율성에 대한 고민도 해 보고 하면 나무랄 데 없는 인재가 될 거야.

대기업 출신을 선호하지 않는 건 딱 하나야. 지나친 전문성 때문에 숲을 보지 못하는 친구들을 너무 많이 겪었거든. 지금 하는 그 디자인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어떻게 흐름을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개념없이 (아니, 개념이 없다기 보단 애써 무시하는 것 같아) 현재의 디자인에만 집중하는 태도가 있더라구. 모르지, 그냥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경험상 거의 예외는 없었어.

아, 이직이 너무 잦았다고 걱정하지는 마. 6개월 단위로 5~6번씩 옮겨 다니지 않은 다음에야,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해. 워낙 우리 바닥이 이직률이 잦잖아. 2년 단위면 충분하지. 오히려 한 회사에 15년씩 다닌 인재는 ... 이력서 보고 "허걱!" 하는 게 있어. 머리가 굳지는 않았을까. 그 회사의 방식에 익숙해서 융통성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고. 

그리고, 대망의 자기소개.

언젠가는 자기소개도 증명사진처럼, 이력서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 별 효용이 없거든. 이력서에 자기 사진도 안 붙이는 시대에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하신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얘기를 왜 내가 들어야 하며,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면, 그림을 그리지 그랬어. 그냥 아무말 대잔치야.

차라리, 포폴의 텍스트판+보강판이라고 생각해 보길 바라. 
나는 다른 디자이너에 비해 이런 강점이 있고, 이런 (업무 외) 경력이 있으며, 이런 걸 좋아하는 취향입니다. 정도.

길지 않고 짧게. 매우 중요해. 읽을만하게.

중요한 건 마지막 호기심을 얻어내는 거야.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람 대 사람으로 일하는 거니까, 사람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무시 못하지. 최근에는 '해비타트 경력을 죽 적은' 분하고, '서핑, 암벽타기, 마라톤 등의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분의 이력서를 봤는데... 그 둘은 딴 건 기억 안 나고, 그 자기소개만 기억나더라. 포폴 때문에 탈락하긴 했어도, 만일 그 두 분이 웬만큼의 포폴을 갖고 있었다면 동일한 퀄리티의 경쟁자보다 그들을 뽑았을 거야.

다음 편에는 '면접을 진행할 때 면접관이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서 쓰려해.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는 건 : 대부분의 면접관들은 당신을 '뽑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거야. 그렇지 않다면 뭐하러 자신의 아까운 시간을 빼가면서 당신을 만나겠어. 절대로 쫄지 말고, 깊이 있는 걸 물어본다고 울지도 말고 (실제로 봤음) 자존감 좀 챙겨 가길 바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