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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UX 초심자 여러분에게

ARTBRAIN 2022. 10. 1. 20:51

리멤버 인플루언서 활동을 2기 때부터 참여했고, 벌써 4기 활동에 참여하고 있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시작한 건데, 억지로 글을 쓰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아. 이번에도 글쓰기를 독려하는 '얼리버드' 상품을 타기 위해 급하게 글을 썼는데, 나름 좋은 반응이 있어서 블로그에도 옮겨 봐. 약간의 수정과 함께. (리멤버 링크는 여기)


UX 디자인은,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현재 시니어로 계시는 대부분의 UX 디자이너는 웹 디자이너 혹은 GUI 디자이너에서 전향했거나, 전통적인 의미의 ‘기획자’에서 커리어를 연장한 케이스입니다. 당시는 UX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이 독학으로 관련 지식을 습득했고 각자의 방식으로 UX를 이해했습니다. 매일매일 공부해 가면서 UX 업무에 적응해 갔죠. 따라서 이 세대의 디자이너들은 약간씩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상당수의 디자이너는 기존의 웹 디자인 / UI / GUI / 기획자의 개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세대의 한계죠.

반면, 이제 주니어로서 UX 분야에 첫 발을 내디딘 여러분들은 저희 세대와 상황이 좀 다릅니다.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의 커리큘럼도 매우 전문화되었고, 시작부터 UX 디자이너를 목표로 학습해 왔을 겁니다.

이런 간극 (UX라는 직종에 대한 협업자들의 부족한 이해도, UX를 알음알음 배워 왔던 여러분들의 시니어와의 충돌, 학교에서 배운 것과 다르게 진행되는 업무방식)으로 인해, 여러분들은 종종 압도당하거나, 길을 잃거나, 좌절할 수 있습니다.

하여 오늘은, UX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막 시작한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시작부터 약간 꼰대 같지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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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가 중요합니다. 독학이 필요합니다.

- 저는, 우리나라의 UX 교육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육은 그래도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반면, 여러 학원들의 커리큘럼을 둘러보면 - 학문으로서의 UX를 가르친다기보다 실무에 바로 쓸 수 있는 표피적인 내용이 많아 보였습니다.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으니 금방 유능해질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UX의 본질을 놓칠 우려가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애플 HCI, 구글 매터리얼 가이드, 도널드 노먼 사이트 등을 통해 원론적인 이해가 있어야 탄탄한 기본기를 가지실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각적인 재능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 시각 디자인 전공자가 UX를 접했을 때 가장 힘들게 느끼는 부분이더군요. UX로 들어오신 (시각) 디자인 계열 전공자들은 ‘예쁘게’ 그리는 데 힘을 빼는 나머지, 전체적인 가치를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UX는 본질적으로 무형의 가치입니다. 시각적인 단서는 오히려 ‘유저에게 익숙한’ 것이 더 나을 때가 많습니다. UX는 어떤 면에서 보자면 ‘유저가 자연스럽게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페이지 별로 나누어 생각하기보다는, 유저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전체적인 흐름과 스토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유저의 감정과 기분을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UX는 심리학과도 큰 연관성이 있습니다.)

혹자는 위 내용이 ‘창의성’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UX에서의 창의성은 다른 어떤 디자인 분야보다 중요합니다. 혹자는 애플, 구글, 삼성의 가이드가 자유로운 창의성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반대입니다.

익숙한 UI 요소를 사용할 때는 “이것이 이 과정에 꼭 맞는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으면, 금세 당신의 프로젝트는 구태의연하고 지루해서 아무도 쓰지 않게 될 것입니다.

최근에 애플에서 만든 Dynamic Island는, 창의성이 얼마나 프로덕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그리고 문제를 어떻게 스토리로서 승화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사례입니다.

© Apple

리서치는 비판적으로 (a.k.a 네이버, 카카오도 그러는데요?)

-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꽤 잘한다는 디자이너들이 모여있는 회사의 산출물이기 때문에 그들의 프로덕트에 막연한 신뢰를 가지게 되는 거죠. 나름 일리는 있습니다만, 자신의 업무에 적용하는 건 다른 얘깁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사정으로 UI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 유니버설한 UI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위에 예시를 둔 두 회사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다양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일반적인 UX를 만드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아주 멋진 옷이라도 몸에 어울리지 않으면 쓸모가 없듯이, 겉보기에 우수해 보이는 UX라도 자신의 프로덕트에 적용하면 어색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아직은 어렵겠지만, 프로덕트가 전제하고 있는 조건이나 세계관을 이해한 후 적용을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고독한 아티스트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합주자입니다.

- 몇몇 주니어들은 자신의 작업이 직원들 사이에서 이야기되는 것, 공론화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모니터를 함께 보는 것도 꺼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아티스트적인 기질이거나, (완벽주의로 포장되어) 온전하지 않은 것은 보여주기 싫어하는 고집일 뿐입니다.

여러분의 작업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야 합니다. 의견을 많이 받은 만큼 더 성장하는 것은 물론, 개발자나 전략 기획자, 마케터 등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수용해야만 견고한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UX는 본질적으로 ‘과정’이지, 결론이 아닙니다. 어떤 것도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불완전합니다. 온전한 결과를 위해 투쟁하지 말고, 성기더라도 빠른 피드백을 구걸(?) 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 위의 내용과 연결됩니다. 우리가 만드는 결과물은 온전히 시각적이지도, 온전히 기술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같은 그림이라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판단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구성원 모두의 머릿속에 최대한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소통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툴(tool)에 빠지지 마세요.

- 요즘의 툴은 너무나 좋습니다. 피그마나 프로토파이, 프레이머, 로띠, 스케치, XD… 끝도 없죠. 하지만, 풍부한 옵션을 무한하게 제공하는 "툴"은 생각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손으로, 혹은 포스트잇으로 디자인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툴"은, 편리하지만 도구일 뿐입니다.

글쓰기 연습이 필요할 겁니다.

- 다른 디자인 분야와 UX 디자인을 구별 짓는 특징 중 하나는, 논리와 합목적성이라고 생각합니다. UX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고, 빈틈없는 논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실제로 실무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 글을 쓰는데 시간을 소요합니다. 목적, 근거, 원인, pain point, 실행방식, 전략, 기대효과, 위험요소, FAQ까지... 버튼 하나를 넣는 데에도 상세한 브리핑이 필요합니다.

이건 시각 디자인 쪽에서 넘어 오신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미대생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우선, 일단, 저는, 그냥, 뭔가, 약간, 근데, 사실, 아직' 이라잖아요. ^^

작은 요소라도 '그냥' 하는 것은 없어야 하고, 모두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tool을 사용해서 시각적인 산출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서 논지를 분명하게 정리하고, 전달하는 능력을 기르시길 바랍니다. 


뭐, 다 아시는 내용이고, 꼰대스러운 조언일 수도 있습니다만. UX 분야에 적응하는 데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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