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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Wick 4 : 해브 위 곤 투 파?

ARTBRAIN 2023. 4. 16. 05:45

©  LIONSGATE

나는 영화감독이 아니지만, 존 윅은 같은 창작자의 입장^^ 에서 보게 되는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였어.

영화 존 윅의 장점은, 액션 영화의 장르성을 씨게 따르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넣는 균형감각에 있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내 관심은 앞의 세 편에서 엄청나게 불려 온 '장르적 과잉이 감독을 어떻게 잡아먹을까'에 있었어. 본 Bourne 시리즈의 경우는 시리즈가 진행되면서도 계속 내적인 규칙을 지키며 본질적인 깊이에 몰입하도록 한 반면, 존 윅 시리즈는 계속 (꽤 탐욕적으로) 확장하며 계속 스스로를 위태로운 위치로 몰고 간다는 인상이 있었기 때문이야.

"Have we gone too far?"는 인터뷰 중 키아누의 말 © LIONSGATE

매트릭스 시리즈처럼 고전과 철학 구절들에 기댄 가오잡기... 라던지, 장르 영화 역사 전체를 훑을 정도로 많은 오마주와 패러디, 갱스터 문화와 각 대륙 문화에 대한 엑소티즘, 매 화마다 새로운 액션 시퀀스를 넣어야 한다는 강박, 규모를 더 키우겠다는 야심 등등... 뭔 카드 돌려 막기도 아니고... 이래도 되나 싶었거든. 키아누도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좀 무모하게 밀고 나간 것 같기도 하지만, 내 결론을 말하자면 - 역대 시리즈 영화 중 가장 훌륭한 수습 중 하나 -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시리즈 영화 중에 이렇게 화려하고 풍성한 엔딩을 본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훌륭한 엔딩이라고 생각했는데... 5편 만든다며?)

백투 더 퓨처나 본 Bourne 시리즈,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가 그나마 괜찮은 3부작이었고, 스타워즈나 토이 스토리(3까지만)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지만, 모두 기존 시리즈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거나, 탐욕에 굴복한 나머지 자기 복제와 컨셉 부재로 무너졌잖아. (해리포터는 강력한 팬덤이 하드캐리했고, 영화적으로는 우수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논외로 두고, 톨킨 시리즈는 전편을 한 번에 만들었으니 프랜차이즈 형태가 달라서 제외. 007과 미션임파서블은 드라마로 분류하는 것이 맞는 거 같아. ^^)

갠적으로 손오공은 프리저 때 끝냈어야 한다고 생각. 슬램덩크는 딱 좋았고. © SHOEI

왓챠피디아에 모처럼 별 넷 ⭐️⭐️⭐️⭐️ 을 준 영화이니만큼, 이 영화의 좋은 점보다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는 게 먼저일 것 같아. 난 영화 칭찬을 하는 것보다 이런 '단점이 있지만, 그걸 압도하고 남는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니까.

먼저, 첫째 단점.
긴 러닝타임. 

길어도 너무 길어. 2시간 46분이라면 사실 굉장한 서사가 있어야 하잖아. 그래서 반지의 제왕 같은 건 3시간이 넘어도 지루하지 않았던 거고. 근데 그 시간을 액션으로만 채운다? 안될 줄 알았지. 근데 되더라고? ^^ 자정에 끝나는 회차에 관람해서 좀 피곤하긴 했는데, 늘어지거나 불필요한 장면 없이 꽤 튼실한 시퀀스로만 채워놔서 아쉬움이 없었어. 

*
이 영화에서 배운 게, 패러디/오마주의 효과적인 타이밍이었어. - 아마 감독들은 모두 알고 있지 않나 싶기는 한데 - 특히 이 영화에서는 본 흐름이 애매해진다 싶으면, '아 이건 그 영화의 패러디(오마주)인가?'라고 생각을 전환하게 해 주어서 관람의 강약을 조절해 준 것 같아. 스턴트맨 출신의 감독이 장르영화 전체의 역사는 물론, 각 씬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는다는 게 경이롭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길이는 좀 짧게는 어려웠을까? 

두 번째는 (계륵인데) 기존 캐릭터의 평면성.

© LIONSGATE

새로 나오는 캐릭터의 존재감을 올리기 위해서 기존 조연이 너무 뒤로 빠지는 느낌이었어. 그런데, 컨시어지 빼고는 뭐... 액션캐가 아니니까 크게 할 게 없었긴 해. 그래도 바워리 킹을 쓰는 게 고작 보트 운전이라니 너무했음.  그래도 그 덕분에 견자단과 노바디, 히로유키와 아키라를 매력적이게 만들어 줬으니, 그걸로 even인가 싶고.

세 번째. 액션을 위한 배려. 도장 깨기 방식.

© LIONSGATE

스턴트맨 출신의 감독이니까 다양한 조건에서 싸우는 걸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게 추구하는 일일테고, 새 회차를 만들 때마다 계속 새로운 형태가 추가되었기 때문에 이해는 가지만, 이번엔 개연성이 조금 아쉬웠어. 액션 영화 다 그런 거 알지 않냐고? 그래도 보통은 액션을 통해서 얻게 되는 아이템이나 정보들이 있어야 하는 건데, 이건 너무 데드엔드야. 미션만 해결하고 오는 거라구. (그래도 오른쪽 부감은 낯설고 좋았음. 자칫 더 갔으면 유치해 보였을 수도...) 비 오는 곳에서 전투, 군중 사이에서의 전투, 드라카리스 화염포를 가졌을 때의 부감, 계단을 올라가는 전투 등등... 보여주고 싶었겠지. 해보고 싶었겠지. 나도 재밌게 보긴 했어. 하지만, 계단 씬의 메타포를 제외하면 나머지 전투 씬의 큰 의미를 찾지는 못할 것 같아.

마지막 결점. 액션 뜸

이건 비-전문가로서 하기엔 좀 부끄러운 지적이지만, 사람이 많아지니 동선이 연속으로 갈 때 약간 합이 뜨는 걸 본 거 같아. 뭐 그렇게 때려본 적도 맞아본 적도 없으니 내가 뭘 알겠냐마는... '저 때 쏘면/찌르면 윅 죽겠는데? 왜 안 함?' 같은 생각이 가끔 들었음. ^^


좋았던 점은 간단히 적을게.
다시 말하지만, 나는 좋은 점이 더 많았고, 장점이 단점들을 거의 온전히 가려준다고 생각해.

1. 장르영화의 오랜 역사에 대한 존경심, 학구열, 이해도

- 명확하게 오마주한 것과 의심이 가는 걸 다 합치면 거의 100개는 되는 것 같아. 물론 자기 복제도 적절한 위트 요소로 쓰이고 있지만, 장르 영화에 대한 이 정도의 천착이 있으니, 초짜가 이런 훌륭한 시리즈를 만드는 거겠지.

 2. 아시아에 대한 적절한 이해

- 킬빌 등 일본/중국에 기반을 둔 영화들은 대개 지나치게 엑소틱한 감상을 가진 나머지 어디에도 없는 아시아를 그리곤 하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중국무술과 일본병기의 현실성에 기반하다 보니, 표현 자체도 너무 판타지스런 설정은 없었던 것 같아. 아키라와 존이 만나는 우메다 역과 기차 내부의 에나멜 재질이 좀 꺼림칙했지만 뭐 그 정도야. 과한 아시아스러움은 호텔이라는 공간의 설정상 과해도 되는 상황이었고. 

3. 왜 액션 영화는 전 세계를 돌아다닐까.

- 이건 장점 까지는 아닌데, 며칠 파리에 있어 봤다고 동선 추적을 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아, 사람들이 많이 다녀 간 동네를 쓰는 게 몰입에 유리하겠구나 싶더라구. 바워리 킹이 보트에서 내려 준 곳이 에펠탑 앞? 거기가 최선이었나? 거기선 뛰어 가도 3~40분은 걸리지 않나? 엥? 근데, 왜 존은 개선문 쪽으로 가는 거지? 거기서 사크레쾨르로 가는 샛길이 있는 건가? 그럴리가, 물리적 위치란 게 있는데^^

파리는 그다지 크지 않은데 굳이 저기에 내려줘?

뭐 나름 사정이 있겠지. 그에 비해서 물랑루즈 건너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견자단은 참 적절한 위치 선정이다 싶었어. 

@ Marvel

강남 골목으로 들어가서 인덕원 앞으로 나오고, 고가에서 내려오니 상암이었던 어벤져스를 보고 있으면 뷰가 그토록 중요한 것인가 싶다가도, 지금까지 몇 억 명이 다녀갔을 파리의 구조를 거짓말로 말하면 욕먹지 않겠어? 그래서 액션 영화에서 로케 가는 곳은 그토록 뻔한 곳일까? ^^

전개로만 보면 오사카는 새로운 등장인물을 끌고 와야 하는 거니까 어느 정도 의미가 있고 (프랜십 삼위일체), 파리도 루브르 그림을 통해 할 말도 있었고, 그라몽 후작의 캐릭터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지만... 그 뚱뚱이 사장의 댄스클럽은... 베를린이 댄스의 성지라는 것 빼고는 별로 독일스런 상황도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 패밀리라는 애들은 죄다 러시아어 쓰고, 게다가 패밀리는 루스카 로마. 왜 그들이 베를린에 있는 건지? 

4. 가장 큰 칭찬 : 창의성을 놓지 않은 것

- 액션 영화 리뷰의 결론이 왜 이쪽으로 결론지어지는지 뜬금없어 보이겠지만, 난 맨 앞에서도 썼듯이 같은 창작자 입장에서^^ 영화를 본 터라, 이게 제일 와닿았어. 현실적으로, 이런 거대하고 즉흥적인(?) 형태는 헤매거나, 헤매기 싫어서 몸을 사리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아직도 보여줄 게 많다며 계속 모든 걸 키워 나갔고, 그게 어색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

창의적인 도전이 예술 레벨에서는 맘껏 갖고 놀 수 있는 무기이지만, 상업적 영역에서는 쉽게 생각할 수 없거든. 그런데 이번 마지막(?)회에서도 새로운 걸 많이 갖고 왔어. 쌍절곤과 영춘권을 도입하면서 자연스레 80년대 홍콩 누아르의 스타일을 흡수할 수 있었고, 일본의 궁술도 소개했... 는데, 한국식 활에 반지의 제왕 엘프식 타격법이라 약간 이질감이 느껴졌음. 멋지긴 했음. 마지막 서부식 대결을 포함해서, 오데사의 계단 또는 시지프스의 형벌 같은 것도 언뜻 보였고. 확실히, 그간의 시도를 통해 지평을 넓혀 둔 건 확실하고, 그 자산 위에다 이것저것 (마지막회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도) 끌고 오는 욕심도 대단했다고 봐.

5. 어설프지만 현학적 고민도 합격점

- 워쇼스키나 놀란, 봉준호, 박찬욱처럼 철학책 많이 읽은 애들의 표현 방식은 어설프게 따라 하면 망신살 뻗치는 거라 (나는 박찬욱이 가장 위태로움) 가급적 안하길 바라고, 하면 어색하거나 내가 다 창피한데, 존 윅은 적당히 기웃대면서 가오 잡는데 잘 써먹으면서도, 내실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을 정도의 교양을 갖고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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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와 장르 영화의 공식에 빠삭하고, 오락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메시지를 던지려고 많이 노력했으며, 자신의 주 분야인 액션은 물론, 평론적인 가치(?^^)까지 챙기려는 야망, 무엇보다 자칫 망가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한 번에 날려버린 감독의 자기 확신에 박수!


*
사족 : 루브르는 재밌는 신이었지만, 너무 설명도 많은 데다, (아무리 봐도 실제 루브르 안에서 촬영한 것 같은데) 그림이 망가질까봐 불안 불안하게 봤어. 여명의 시간이라는 설정으로 그림에 직접 조명을 때리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촬영이라는 게 간접조명이 반드시 들어가는 상황일 텐데, 특히 사진도 못 찍게 하는 리슐리외 관 쪽인 것 같은데... 그리고 기억이 맞다면 나오는 그림들이 절대로 마주 보고/나란히 위치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원본이든 가품이든, 이 영화를 위해서 움직이고, 자리 바꾸고, 이상한 소파 갖다 놓고... 이런 거 꼭 해야겠어 루브르? 돈이 요즘 없어? (CGI라고 말해줘 제발 ㅠㅠ) 

**
참고로, 혁명의 여신 맞은 편에 있지만 설명이 없는(편집된?)그림은...........ㅜㅜ
그림의 내용을 설명하며 지금의 상황과 직접 비교하는 대사가 너무 쿨하지 못했지만, 그 그림을 그라몽 뒤에다 걸어놓은 건 너무 적나라하지 않음? (미술 쪽에 감각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데, 사람들이 못 알아볼까봐 배우가 말하게 한 거야?)

***
파리의 풍경을 보는 것 빼고는 별다르게 일반 스크린의 아쉬움이 적었어. 어차피 인물 중심의 움직임이고, 매스라고 해 봐야 곰 만한 자동차 뿐이라... 굳이 큰 스크린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런데 자세히 들어 보면 미세한 음들을 많이 쓴 것 같아서, 다 보고 나서는 내가 무슨 소리 단서를 놓친 게 아닐지 조금 걱정했었어. 워낙 꼬아 놓은 공간에서 전투를 하기 때문에 사운드는 좋은 곳에서 듣는 게 어떨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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