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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파트2 (2024) : 2회차 관람. 퀵 리뷰 열 가지 (노 스포)

ARTBRAIN 2024. 3. 2. 18:38

1. 처음엔 아이맥스. 두 번째는 Super S로 관람했어.

아이맥스가 당연히 좋지. 하지만 이번 영화는 유난히 극단적인 클로즈업이 많고 화면 명암의 급작스런 전환(=눈뽕)도 잦아서,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아이맥스가 좀 부담스러울 것 같아. 반면에, 이 특성이 Super S에서는 장점이었어. 화면의 다이내믹한 전환이나 디테일들을 보는 데에는 Super S가 훨씬 더 좋았거든. 특히 Super S는 디지털이라 마스킹이 필요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더라구. 조금 더 자극적인 영화 경험을 하려면 아이맥스를, 유난히 섬세한 듄의 디테일을 보려면 Super S를 추천. 그런데 워낙 때깔이 잘 뽑혀서, 일반 극장에서 봐도 괜찮을 것 같아.

2. 1편보다 빠른 전개. 비슷하지만 다른 속성의 영화.

책을 기준으로 영화를 분할하면, 파트 1은 책 1권의 30%를 보여 준 반면, 듄 2는 1권의 60%를 담고 있어. 즉, 파트 2가 전편보다 두 배 이상 더 빠르게 전개되는 셈이지. 드니 빌뇌브 특유의 여유로운 스토리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꽤 낯설겠다 싶어. 그래도 이야기를 훌륭하게 접고 쌓아서, 알차게 완결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고 봐. 전편이 책의 스토리를 거의 그대로 따라갔다면, 파트 2에서는 원작 소설을 제법 많이 각색했는데, 그래도 튀진 않아. 원작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질감을 느끼진 않을 거 같아.  

전편이 서정적이었다면, 파트 2는 훨씬 더 설명적이고 액션도 많아서 조금 할리우드적인(=상업적인) 영화가 되었는데, 드니 빌뇌브가 액션을 잘 찍는 감독이었던가 하면... 솔직히 어색하긴 해. 준수한 액션이긴 하지만 특징적이진 않아. 한국 영화 '아저씨'와 유사한데, 그만큼 임팩트가 세지도 않고. 그래도 그림은 예쁨^^

3. 3편까진 갈 것 같은데, 어디서 끊으려고?

듄 2에서 이 영화를 마무리할 줄 알았는데, 엔딩만 보면 후속편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아. 다음 편에 대한 밑밥을 너무 깔아놔서 이걸 어떻게 다 수습할까 걱정될 정도. 어쩌려고 그러지? 

3편까지 가는 건 기정사실인 것 같아. (1편에서 등장했어야 했던) 이룰란 공주마고 펜링 역할을 각각 플로렌스 퓨, 레아 세이두가 맡아 출연했고, 딱 한 컷 나오면서 마치 "저 파트 3에 나와요"라고 말하는 듯한 알리아 아트레이더스의 역할에 아냐 테일러 조이까지. 셋 모두 야망이 큰 배우들이어서 단역이래도 기꺼이 할 사람들이지만...

본 게임은 지금부터일까? 여기까지가 프롤로그? ^^

책 2권은 1권보다 얇기는 한데, 1권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배경지식과 설정이 필요하거든. 과연 한 편으로 끝낼 수 있을까? 나는 파트 5까지는 있어야 책 2권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 거라고 봐. 책 3권은... 스포가 될까봐 얘기하진 않겠지만,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지진 못할 것 같아.

4. 티모시 샬라메와 젠데이야

티모시 샬라메는 아직 어려서 (배우로서의) 성장이 빠른 것 같고, 이번에는 정말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어. 파트 1에서의 어린아이가 본격적인 영웅(컬트? 안티 히어로?)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잘 묘사한 것 같고 - 특히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군중 씬이 압권이었어. 하지만 곳곳에서 어린아이 같은 질감이 언뜻언뜻 보이는데, 그게 연기라면 인정! ^^ 실제로 극중 인물도 '갑자기 어른의 탈을 써야 하는 아이'니까 크게 거슬리진 않았어.

그에 비해, 젠데이야는 (원래 챠니의 역할이 작기도 하지만) 연기력을 보여 줄 찬스가 많지 않었어.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각색이 그나마 젠데이야의 출연 비중을 늘려준 거라서 감독 탓을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파트 3에서 챠니의 역할이 더 커지는가 하면... 그것도 아닐 것 같고... 좀 안타까워.

5. 레베카 퍼거슨과 연기파 배우들

개인적으로 반가왔던 인물은 황제 역의 크리스토퍼 월켄. 스크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웠고, 이 배우만의 카리스마가 있는데, 짧게 등장해서 많이 아쉬웠음. 오래 사시길! 

레베카 퍼거슨은 항상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역시나 이번에도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고, 하비에르 바르뎀 역시 너무나 현지인답게 연기를 해 줬어. 극중 역할이 다소 평면적인 캐릭터라서 관객들이 몇 번 웃긴 했지만, 그래도 명불허전!

6. 하코넨과 리펜슈탈

영화적으로는 너무나 멋졌고, 훌륭한 선택이긴 한데 - 흑백으로 처리된 몇몇 장면이 너무나 리펜슈탈의 영화를 연상하게 해서 조금 불편(?)했어. 물론 하코넨 가문이 악마적인 이미지이긴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끌어 쓴 것은 Pink Floyd의 'the Wall' 이후로 오랜만이라서 낯설었달까. 나치를 비유하는 것과 리펜슈탈의 스타일을 가져오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직도 이런 작법이 잘한 짓인지 불건전한 인용인 건지... 잘 모르겠어.

7. 한층 업그레이드된 미술과 촬영, 조명. (음향도?)

제작진들은 단순히 엑조틱한 참조를 넘어서서, 아랍 문명을 제대로, 깊이 있게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 같아. 물론 논리적으로는 구멍이 많겠지만, 세계관 내부에서 바라본다면 거의 완벽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미처 연상하지 못했던 이미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건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어. 아랍의 의상이나 문화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만한 미적 성취를 해낸 건 - 모르고 봐도 - 정말 대단한 일이라 생각해. 그에 비해서 하코넨이나 코리노 가문의 스타일과 문화는 핍진성이 약한 느낌이었는데, 파트 3을 보고 '아 이래서 그렇게 했구나' 느낄지도 모르니 좀 기다려 봐야지. 

그에 걸맞게 촬영과 조명도 참 절묘했어. 개인적으론 1편보다 훨씬 더 나아진 것 같아. 클래식하지만 심도가 깊은 촬영과 조명이 개취여서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 블레이드 러너 2049 보다는 훨씬 성숙해진 느낌이야. (개인적으로 2049의 촬영과 조명이 조금... 오버스럽게 느껴졌거든. ^^) 

음향은 물론 훌륭했지만, 첫인상이 워낙 강렬했어서 2편은 그만큼의 감동을 못 느낀 것 같아. 파트 1이 서정적으로 흘러간 것에 비해서 파트 2는 스토리에 방점을 찍은터라 자유롭게 음악을 쓸 상황은 아니었을 거야. 이해함. 그런데 음악만 따로 들어보면 2편이 훨 좋은 것 같아. 신기하지.

8. 인종차별에 대한 혐의(?)

이것도 꽤 오래된 딜레마인데 - 백인 문화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필연적으로 인종차별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것과 그걸 오려내기엔 원작에 대한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 '늑대와 함께 춤을'이나 '라스트 사무라이' 등 수많은 영웅서사들이 대개 백인 주인공이잖아. 듄 역시 그 영화들과 동일한 약점을 갖고 있다는 거지.

한 편 '진저차별'이니 '인종에 대한 선입견'이니 갑론을박하는 '인어공주'도 있어. 인어공주가 흑인일 수도 있지만, 흑인일 필요도 없고, 굳이 진저 캐릭터'부터' 흑인으로 대체되는 것이 우연인 건지, 인종 평등이 기회의 균등인 건지 여전히 퀄리티를 우선으로 따져야 하는 건지 등등 인종차별과 관련한 담론들은 항상 한 방향에서 이야기하기는 애매한 일이고, 특히 한국사람으로서 이를 명확히 짚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아. (100% 한국인으로 구성된 회사를 다니는 사람으로서는, 일상에서 인종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는 게 쉽지 않아. ㅠㅠ) 

원작 소설에선 각 인물에 대한 묘사가 인종 특정적이지는 않아. 그러니까 백인을 쓴 것은 감독의 선택인 셈인데... 하지만 (나를 비롯해서) 대개의 사람들이 백인을 상상하고 책을 읽었을 거고, 프랭크 허버트 스스로도 백인을 주인공으로 상정하고 글을 썼으리라는 상상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보면 드니 빌뇌브의 기본적인 마인드가 조금 인종 편향적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그가 인종을 차별할 목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거나, 은연중에 묻은 인종차별적 메시지가 이 영화를 보이콧해야 할 정도라고는 생각지 않아. 오히려 조연의 성별을 바꾸면서 다양한 인종에게 기회를 열어 둔 것으로 유추할 때, 감독은 중도보다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쪽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야. 서투르지만 말이지.

9. 모래벌레에 대한 서술이 아쉽

기왕 3편을 가려면 모래벌레의 생태(?)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줘야 할 것 같은데, 필요한 부분만 오리듯이 얘기해 줘서 아쉬웠음. 모래벌레가 너무 피상적으로 사용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사막의 운송수단 또는 쓰레기 청소부처럼 묘사되었는데, 그것보단 훨씬 더 고귀한 존재거든. 

10. 다 좋아. 그런데 듄의 메시지는?

역경과 고난의 극복을 통해 승화하는 영웅 이야기는 정말 많지. 거기까지가 (원작) 듄의 가치였다면 현재까지 소설의 명성이 유지되지는 못했을 거야. 그저 그런 SF 소설로 남았겠지.

프랭크 허버트의 듄은 그보다는... 히어로와 안티 히어로 사이에서 묘하게 줄타기를 하는 주인공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학적, 철학적 (하이데거) 성찰이 돋보이는 영화인데, 이 시리즈가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일단 파트 2는 거기까진 가지 못하고 밑밥만 잘 깔아 둔 상황)

파트 2에서 영화를 끝냈다면 괜찮은 히어로물이 될 수도 있었을 거고, 적절히 만족할 텐데... 3편을 만든다니 솔직히 걱정이 앞서네. 만일 드니 빌뇌브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파트 3는 1, 2편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어야 하고 - 그렇게 되면, 소설파와 영화파 중 한 쪽은 실망하게 될 것 같아.

뭐 한번 더 믿어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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