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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cyl : 3년 만에 새 폰트를.

ARTBRAIN 2023. 11. 29. 16:20


거의 3년 만에 폰트를 하나 만들었어. 이름은 '복실'. 
목적을 갖고 만들었다기보다는 그동안의 상황에 이끌려 만들게 된 폰트야. 만든 시간은 한 달 정도. 업무 짬짬이 + 퇴근 후에 만들었으니 총시간으로 따지면 40시간 정도 쓴 것 같아. 


딸아이가 아이패드로 폰트를 만들어서 보여줬는데 (링크), 이게 꽤 매력적인 거야. 마침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를 통한 캘리그래피를 연습 (링크) 하고 있었는데, 이게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졌어. 이 둘을 합쳐서 폰트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지. 그래서 아이에게 허락을 맡고, 감시를 받으며(?) 폰트를 만들기 시작했어. 

딸아이의 폰트 '간당(gandang)'체
일러스트에서 브러시를 만들어서 글씨를 써 봄

 

딸아이의 서체를 최대한 따르면서 만들었지만, 약간의 욕심이 붙을 수밖에. '간당'체의 매력이 '획으로부터 휘어져 나오는 굵은 세리프'인데, 매력적이긴 하지만 가독성이나 커닝에서는 매우 불리한 형태야. 

이건 '간당'체로 쓴 문단인데, 세리프가 주는 '틀어짐'이 매력적이잖아? 마치 오래된 돌담과... 그걸 타고 올라가는 덩굴 같은 풍경. (폰에서는 가로모드로 보세요)

복실 엑스트라볼드와 레귤러


복실체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간당체의 앤틱한 맛을 살리려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

굵기가 얇아진 것 이외에도 수직으로 뻗는 선들이 더 빳빳해졌고, 세리프가 화면을 좌우로 흔드는 맛이 둔해져서 좀 심심해졌지. 모노타입이었던 간당체에 비해 복실체는 자간이 좁고 가변적이어서 '읽기'는 좀 편해졌지만 문단의 조형성은 오히려 떨어진 것 같아.  


라이트, 레귤러, 볼드, 엑스트라 볼드 - 모두 4개의 무게를 제작했는데, 원래... 폰트는 이렇게 만들면 안 돼. 높이는 비슷하게 가져가면서 너비를 사용해서 두께를 표현해야 하지. 하지만 획이 랜덤으로 올록볼록하기 때문에 이렇게 폰트의 기본을 지키지 않아도 잘 티가 안나더라구. ^^ 이 '랜덤'이라는 요소가 생각보다 강력했어. 아마도 일반적인 방식 - 즉, 매끈한 선으로 - 외형을 그렸다면 원도의 더티함이 눈에 크게 밟혔을 거야.

귀여움을 위해서, 각 웨이트에 나무 두 그루와 동물 하나씩을 추가했어. 대거, 더블대거가 나무고 애플 글리프가 동물이야. 원래 곰은 코끼리로 그렸는데 '코끼리가 복실하냐'는 딸의 꾸지람에 곰으로 바꿨어. ㅠㅠ


서체라고 하기엔 민망한 수준이지만, 모처럼 다시 시도를 했다는 거에 의의를 두고 있어. 조금 상세한 정보는 비핸스에서 확인하기 바라. (좋아요도 눌러주셈) 폰트 이름을 특이하게 지은 덕에 검색어가 꼬이지 않으니 이 또한 딸내미 덕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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