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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2a : 훌륭하지만 디테일이 아쉬운.

ARTBRAIN 2024. 3. 26. 23:14

나는 아이폰을 3부터 쭉 써 왔고, 업무용 테스트폰으로 몇 년간 Galaxy S8을 사용하고 있어. 물론 회사에서 제공하는 여러 공기계들을 테스트폰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여러 개인정보와 통신/결제 등을 연동한 UX를 분석하기엔 '남의 기계'로는 한계가 있어서, 디테일한 고민을 할 때는 항상 전용 테스트폰을 사용해. 운좋게도 갤럭시 S8이 갤럭시 시리즈 중에는 성능과 내구성이 좋아서 7년 넘게 잘 사용하고 있지만, 최신 OS까지는 업데이트가 안되는 까닭에 최신 OS가 돌아가는 개인용 테스트폰이 필요한 상황이었어. 

그러던 중 무려 40만 원대의 저가형 폰이 출시됐단 말에 바로 질렀지. 은근 궁금했던 Nothing 시리즈인데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상급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라니!

총 금액은 - 필름과 케이스를 합해서 48만 원 정도에 샀고, 주문한 지 이틀 만에 도착. 지금은 일주일째 유심과 필요한 모든 정보/앱을 옮겨서 메인 폰으로 사용하고 있어. (원래 폰은 iPhone 14 pro)

간단히 리뷰를 적을텐데, 주로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 (OS 14)로 넘어오면서 느낀 장단점을 위주로 써 볼까 해.


1. 외관

홍대병 폰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겉멋 들린 디자인, 좋아. 플래그십인 Nothing 2보다 디테일이 적긴 하지만, Nothing 2의 뒷면은 지나치다 싶게 작게 쪼개놓은 느낌이 없잖아서 (내 기준엔) 너무 인더스트리얼했고, 이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 

뒷면 전체와 옆면의 20% 정도가 반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인데, 옆에서 보면 두 다른 재질이 두께를 분할하고 있어서 폰이 얇아 보여. 나는 아이폰을 쓰던 사람이라 그런지 아이폰 맥스 정도의 화면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벼운 느낌이어서, 가지고 다니는 데 큰 부담이 없어. 렌즈 부분이 도톰하게 올라온 것도 - 글루건을 쏴서 렌즈를 붙여 놓은 것 같은데^^ 크게 어색하지는 않아. 주변의 장식들이 워낙 시선을 분산시키니까 주의 깊게 보지 않게 되더라구. 그걸 의도한 것 같기도. 카툭튀지만 좌우 균형이 잘 맞아서 바닥에 놓아도 덜그럭거리지 않아.

내구성도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은데 살짝 걱정되기는 해. 케이스를 몇 번 씌웠다 벗겼다 했는데, 플라스틱이라 그런지 밴딩이 잘 돼서 조금 걱정이 되지만 아직까진 괜찮아. 전반적으로 저렴한 소재를 쓴 것 같지만 가격대비 훌륭하고, 플래그십 디바이스에 비하면 소재 면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크게 아쉽진 않아. 

2. 디스플레이

100% 만족한다고는 못하겠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감지덕지.

최대 밝기가 10% 더 밝았으면 좋겠고, 빛 반사가 센 게 단점이야. 저반사 코팅까지는 무리였을까. 실내에서 쓰기엔 무리가 없지만 햇빛이 강한 바깥에서 사용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광량이야. 소프트웨어적으로는 - 내가 아이폰에서 넘어와서겠지만 - 트루톤이 안되어서 아쉬웠어. 오래 아이폰을 써서 눈이 트루톤에 적응된 탓일 거야.

장점이라면 역시 아몰레드. 암부가 제대로 시커멓게 나오는 게 좋고, 스펙상으로는 DCI P3를 100% 지원한다고 하는데, 약간은 미심쩍지만 반박은 못할 것 같아. 예전 아몰레드는 빨간색이 정말 '시뻘겋게' 나왔는데, 낫싱은 컬러 프로파일을 정말 잘 뽑은 것 같아. 애플 기기를 제외하고는 DCI P3를 이만큼 충실히 따라주는 기기를 본 적이 없으니까. 반면에 120Hz까지 올라간다는 주사율은 딱히 체감이 안돼. 다른 120Hz 화면은 정말 신기할 정도로 부드러운데, 낫싱의 주사율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 항상 최대 주사율을 쓰도록 설정해서 쓰고 있는데도 다른 120Hz 기기만큼의 부드러운 느낌이 아닌 건 CPU, GPU 탓일까? 

Always on Display도 아이폰보다 또렷한 느낌인데, 이건 아이폰과 달리 정보만 남기고 배경을 미출력하기 때문인 것 같아. 광량으로만 보면 아이폰의 AOD가 더 강할 것 같은데, 낫싱폰이 더 AOD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  

디스플레이 안에 지문인식을 넣어둔 것도 신기했는데 - 지문을 인식하게 위해서 강한 빛을 내뿜는 게 디스플레이에 안좋을 것 같아서 평소에는 페이스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어. 얼굴인식 기술이 아이폰의 방식과 달라서인지 어두운 곳에서는 잘 인식되지 않는데, 살짝 보안이 걱정되기는 해. 그래서인지 뱅킹 앱 등 생체인증을 하는 건 지문인식으로만 가능해. 

3. GUI 디테일 ㅠㅠ

가장 아쉬운 부분.
명색이 '디자인에 몰빵한 폰'인데, 사소한 디테일이 너무너무 아쉽더라구.

지오메트릭한 디자인을 표방하면서 모든 곳을 원과 사각형으로 통일해 놓고, 심지어 타이틀로 닷 폰트를 사용하는 결벽증적인 디자인 집착을 보이면서도... 정작 (가장 장식적인) photo 위젯의 원은 정원이 아니야. 별 것 아닌 거 같아 보이지만, 나는 이게 한 번 신경 쓰인 이후로는 계속 눈에 밟혀서 불편해. 보면 볼수록 점점 더 넙데데해지는 것 같아.^^ 아마도 플래그십 폰에 맞춰서 개발한 GUI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일 거 같은데, 빨리 업데이트해줬으면 좋겠어.  

이것 말고도 간격, 배치 등 사소한 곳에서 너무 구멍이 많아. 위의 AOD 이미지를 보면, 하단의 지문 부분과 충전 퍼센트 표기의 정렬도 맞지 않고, 화면의 스케일이나 폰트 설정을 바꾸면 각 위젯이나 간격들이 틀어지기도 하고, 낫싱 자체에서 제공하는 아이콘들의 align도 애매한 것이 많고... 뜯어보면 볼수록 디자이너로서 못 참겠는 부분이 너무 많아. 기왕에 힘을 쓸 거면 좀 마무리도 깔끔하게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사소해서 말하기도 민망한 것들이 많은데... 순전히 나는 디자이너의 관점이니 일반인들이 보기엔 거슬리지 않을지도 모르지. ^^

가장 거슬리는 것 중 하나는 상단 status bar나 하단 소프트키 영역. 앱의 바탕색을 이어받지 못하고 항상 검게 나오는 데다, 폰의 라운딩을 고려하지 않아서 bar 형태의 소프트키를 선택하면 아래처럼 라운딩을 잘라먹어. 소프트키 옵션을 사용하면 적어도 라운딩이 잘리지는 않는데... 라운딩 잘리는 것 때문에 올드한 내비게이션을 쓸 수도 없고... ㅠㅠ 물론 이건 앱 개발의 잘못이기도 해. 네이버 웹툰 같은 건 위아래 모두 바탕색을 연결해서 잘 보여주거든. 하지만 대개의 앱에서 이렇게 출력되는 거라면, OS 개발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애플처럼 하드/소프트웨어의 통합이 쉬운 일은 아닌가 봐. 이 역시 업데이트를 통해서 나아질 거라는 희망은 있는데, 두고 봐야지. 

4. 장점

• 무엇보다도 가격. 이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니까. 물론 중국제 저렴이들도 있지만, 낫싱 폰이 그들과 비교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해. 보급형 기기이긴 하지만, 내외부의 구성 스펙이나 OS에 대한 고민들을 보면 중국제들과는 차이가 있어. 서브폰이 필요하거나 나처럼 테스트폰이 필요하다면 강추. 

• 두 번째 장점은 당연히 디스플레이 - 지만, 앞에서 설명했으니 패스. 디스플레이만으로도 저가 폰 중에서는 탑일 듯.

• 디테일이 아쉽긴 해도, 안드로이드를 높은 수준으로 커스텀한 OS(?)는 이 폰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이걸 OS라고 부르는 낫싱의 주장과는 다르게 나는 '높은 수준의 런처'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최적화도 꽤 잘 되어있고, 위트도 있고. 확실히 즐겁게 쓸 수 있는 디바이스야. 뒷면의 반짝이는 세 개의 LED 띠도 즐겁고. (생각보다는 잘 안보게 되더라구. 아무래도 뒷면이다 보니, 내가 보는 것보다 남이 보는 경우가 많지.)  

• 자주 충전하는 습관 때문에 크게 유용하진 않지만, 거의 이틀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용량도 인상적이야. 하루 종일 충전 없이 사용해도 자정쯤에 3~40% 정도는 남아있더라구.

• 아, 아이폰 유저로서 반가왔던 건 - 에어팟 연결을 지원한다는 것. 자동으로 붙는 에어팟의 특장점을 사용할 수 없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계속 써 온 에어팟을 이물감 없이 쓸 수 있다는 건 좋았어. 낫싱 폰에 에어팟을 연동시켜 놓더라도 맥북이나 아이패드에서 사운드를 출력하면 여전히 전환이 자동으로 되는데, 반대로 맥북/아이패드에서 자동으로 낫싱으로 연결되진 않아. 

• 낫싱 대표가 애플빠라서 그런지, 애플에서 넘어가는 사람에게 낫싱은 괜찮은 선택지인 것 같아. 다른 안드로이드 회사들과는 다르게 불필요한 앱을 선탑재하지도 않고, 과거의 nexus 같은 레퍼런스 폰 느낌이야. 쿨한 태도 좋아.

5. 단점

• 여러 가지 시도를 한 건 칭찬할 일인데, 뒷심이 부족해서 참 아쉬워. 좀 더 풍성한 위젯과 아이콘, 트랜지션과 연결성이 있었다면 이 새로운 스타일을 크게 부흥시킬 수 있었을 텐데. 앞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되었으면 해.

무선충전이 안된다는 점도 은근 아쉬운 점. 요즘은 죄다 지원하니까 케이블 사용하는 걸 종종 까먹는데, 이 폰을 사용하는 중에는 케이블을 꽂아 둔 걸 깜빡하고 들다가 놀라기도 했어. 그래도 다른 기기를 충전하는 기능은 있더라구? 약간 기술균형이 묘해. ^^

• 스타일을 신경 쓴 나머지 앱 아이콘을 지나치게 통제하는데, 그 때문에 어떤 앱이 어디 있는지 찾기가 좀 어려워. 애플에 자동 폴더링 기능이 생긴 이후로 앱 아이콘을 폴더링한지 꽤 됐는데, 오랜만에 하려니 성가시더라구. 그냥 다른 런처를 깔아 쓰면 말끔히 해결될 문제이긴 한데, 그럴 거면 이 폰을 쓰는 의미가... ^^ 나 역시 디자인(과 가격)에 끌려서 이 폰을 산 거지만, 컬러풀한 기존 위젯을 (깔맞춤하느라) 쓰지 못하는... 이건 뭐 디자이너의 병이긴 한데. 

• 그리고 크게 신경 쓰이진 않는데 의외의 곳에서 약간의 딜레이가 있어. 항상 느끼는 건 아닌데 가끔 응? 하는 포인트가 있어. 오래 쓰다 보면 성가실 수도 있을 거 같아. 

• 마지막으로, UX 디자이너로서 보자면, 좀 과한 UI 구성과 트랜지션이 제법 있어. 굳이 이렇게까지 접어야 했을까 싶은 구성도 있고, 다 풀어 표기해도 되는데 UI 표현의 욕심탓에(?) 접고 접은 UI도 있어. 편의성보다 폼 잡기를 위한 디자인. 뭐 그거야 몇 번 욕먹으면 고칠 테지. 특히 노티피케이션을 여러 단계로 접고 펴는 것은, 빠른 접근을 방해해서 조금 성가셔.

• CPU와 램은... 개인적으로는 전혀 불편함을 못느꼈는데, 게임 등을 많이 쓰는 헤비 유저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나 봐.

• 항상 쓰던 애플페이를 못쓰게 된 것. 하하. 당연한 거긴 한데 아쉽더라구.

6. 총평

아이폰을 십 년 넘게 썼으니, 이 폰으로 완전 옮기는 건 어려울 것 같아. 애플뮤직이나 애플티비, 애플에 쌓인 수많은 사진들 때문이지. 

그래도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로 옮긴다면 낫싱은 괜찮은 선택지가 될 거야. 가끔 회사 폰에다 유심과 데이터를 옮겨서 며칠씩 들고 다녀 봤는데. 얘만큼 즐겁고 스무스하게 넘어 온 적은 없었어. 다들 뭔가 좀 불편하고 갑갑하고 그랬지. 그런데 이 폰은 나름의 독특함, 위트 같은 게 있어서 저항감이 적었던 거 같아. 다음 주쯤에는 다시 옛날 아이폰으로 돌아가겠지만, 계속 이 폰을 쓴대도 아이폰이 절실하게 느껴지진 않을 것 같아. 

안드로이드 유저들에게는... 추천할 정도는 아니지만, 갤럭시 생태계에 묶여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찍먹도 괜찮을 듯. 안드로이드를 오래 쓴 사람들은 나름 자신만의 커스텀 룰이 있는데, 이 폰은 커스텀하기엔 좀 불리한 것 같아. 스킨이나 런처를 깔아서 쓰기엔 효용이 낮고, 성능이 탁월한 것도 아니고, 그런 이들에겐 비추.

모처럼 즐거운 디바이스를 만나서 기분은 좋은데, 훌륭하다기 보단 즐거운 거라 감흥이 오래가진 않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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