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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레시브 음악, 좋아하시나요?

Curious ARTBRAIN 2020. 12. 31. 16:30

사람의 취향이란 거, 어쩔 수 없다 생각해 난. 
내가 좋아하는 걸 남들이 싫어할 수도 있는 거고, 남들이 열광하더라도 나 싫으면 그만인 거잖아.

어쩌다 보니 프로그레시브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평생을 살면서 주변에 영업을 해 봤지만, 앨범 하나를 좋아하게 만들긴 했어도, 장르까지 좋아하게 하진 못한 거 같아.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비슷한 성향이 더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지만, 한창 음악을 듣던 80년대 말 ~ 90년대까지는 거의 섬처럼 음악을 들었어.

낙원상가 근처에 살던 것과, 음악을 좋아하시던 외삼촌, 라디오를 통해서 큰 영향을 끼쳤던 성시완, 전영혁 님의 영향이었던 거 같아.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소설이나, 90년대에 우리나라를 몰아쳤던 씨네필 문화도 한 몫 한 것 같고.

취향은 설득한다고 바뀌는 게 아니겠지만 - 프로그레시브 영업을 블로그에서 한 번 더 해볼까 해. 내가 좋아하는 베스트 10이지만, 순위로 나열하진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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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ink Floyd - the Wall

고등학교 때, 어떻게 하면 주변 친구들에게 프로그레시브를 알릴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이 앨범을 골랐어. Alan Parker 감독의 영화가 자극적이기 때문에 주의 집중을 시킬 수 있겠다는, 전략적인 접근이었지. 사춘기 친구들의 정서에 제대로 먹힌 것 까진 좋았는데, 교실에서 틀다가 선생님에게 뺏겨서, 젊은 선생님들 사이에서 이 비디오가 돌고... 나는 한 달 후에 돌려받을 수 있었어. (낙원상가에서 7천 원인가에 산 해적판 비디오였어. 그 당시 우리나라 금지곡, 금지영화였거든.)

핑크 플로이드의 명반은 물론 Dark side of the moon이지만, 이 앨범이 조금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라 생각해. David Gilmour 쪽을 더 선호하긴 하지만, Roger Waters의 똘끼도 나쁘지 않아서, '닥사문'이 조금 더 '프로그레시브 톤'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이 앨범은 대중적인 록 느낌이라 더 듣기 좋은 것 같아. Alan Parker 감독의 영화도 반드시 보길 바라. (19금) 

교육제도의 문제를 비판한 걸로 유명하지만, 전반적인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어. 그리고 개인적 감상으로는, 비판이라기 보다 락 스피릿에 입각한 "저거 ㅈ같아"하는 느낌이지. 주인공 핑크가 어려서 전쟁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학교 및 사회 제도에 부적응하고, 어머니나 애인의 부조리한 강압을 받고, 락스타가 되었지만 소외되고, 히틀러 같은 권력을 가지기도 하지만 허상일 뿐인. 참 암담한 인생을 보여주는 데, 그게 먼 얘기 같지 않단 말이지. 특히 8~90년대에 학교들 다니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거야.

(c) Pink Floyd

유투브에 풀 영상이 있네, 세상에. 그런데 노약자는 조심해 줘. ^^

 

2. New Trolls - Concerto Grosso Per.1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모티브로 하는 클래식한 프로그레시브 락이야. 역시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앨범이고, 드라마 배경 음악으로 가끔 쓰이더라구. (뉴트롤스가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가 높아서, 나중엔 우리나라에 먼저 앨범을 발매하기도 하고, 내한공연도 했고) New Trolls는 프로그레시브 그룹으로 규정되지만, 사실 그들의 음악은 잠깐만 프로그레시브였던 것 같아. 이 앨범 앞뒤로는 팝이거나 하드락이거나. 장르가 분명하지 않은 느낌이야. 클래식을 좀 섞어 쓰는 게 개성이랄까.

하지만, 이 앨범은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앨범 1위일 거야. 정규 LP 한 장, 해적판 앨범 2장, 카세트 테이프 3개, CD 한 장... 잃어버리거나, 당장 옆에 없으면, 고민 없이 새로 샀던 것 같아. 듣다 안 들으면 갈증이 생긴달까. 

이 앨범 역시 고3 음악시간에 (수능 끝나고였나, 딱히 수업을 안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선생님이 아무 음악이나 가져와서 같이 듣자고 해서 가져갔다가... 선생님께서 이 음악 분석하신다며 테이프를 일주일 넘게 뺏어가셨던 기억이. ^^

다들 좋아하는 Adagio도 좋지만, Cadenza가 좀 더 개성을 잘 보여주는 듯. youtu.be/bPefV2g1TMk

(c) New Trolls

공연실황이 생각보다 빈약해서 좀 아쉬움.

 

3. Latte e Miele - Papillon

아마 여기까지가, 우리나라에 꽤 알려진 프로그레시브 3대장이 아닐까 해. PFM이 빠지긴 했는데, PFM은 너무 말랑하달까. 약간 내 취향이 아니라서 제외했어. 

라떼 에 미엘레의 대표 앨범은 이전 앨범인 마태 수난곡Passio Secundum Mattheum 이지만, 이 앨범이 더 정이 가더라구. 빠삐용이라는 어릿광대의 사랑 이야기(?) 비슷한 건데, 그걸 모르더라도 전 앨범의 기승전결이 뚜렷해서 카타르시스가 있어. 뉴트롤스와는 다르게 꽤나 오랫동안 정체성을 유지했지만, 나중엔 이들도 약간 팝적으로 바뀐 것 같기도 하고. youtu.be/bs0-Jh4Hn70

(c) Latte e Miele

'마리이야기'라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 누가 라떼밀의 음악을 붙인 듯? 

 

4. Banco del mutuo soccorso - Come in un'ultima cena

방코 델 무투오 소코르소, 줄여서 방코, 뱅코라고 부르는. 번역하면 '공제조합'이래.

앨범 제목은 '최후의 만찬처럼...'이라는 뜻이야. 일반적인 프로그레시브가 섬세한 느낌인 반면에, 이 앨범은 좀 남성적인 선 굵은 멜로디가 특징이야. 보컬의 음색 (뭔가 데미스 루소스가 떠오르는) 때문이기도 하고. 방코는 전반적으로 앨범들이 다 좋아. 이 앨범 좋으면 다른 앨범 들어도 만족할 거야. 

앨범 전체가 뭔가 투쟁적이지만, 동시에 묘한 위로를 줘. 없는 향수를 만들어 내는 느낌이야. 약간 은하철도 999의 배경음악으로 괜찮을 것 같고. youtu.be/iMPANTuOMh

(c) Banco del Mutuo Soccorso

 

5. Shylock - Gialorgues

외삼촌으로부터 뺏은(?) 빽판으로 처음 들었어. 대부분의 프로그레시브 그룹이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이들은 프랑스 그룹이야. (영국이 아니라^^) 프랑스도 나름 유명한 프로그레시브가 많지. Gong이나 Pulsar, Ange 등등. 프랑스 프로그레시브는 뭔가 좀 공격적인 느낌이랄까. 스토리보다 음악 중심인 느낌. 샤일록은 특히 연주가 좋아. 일반적인 프로그레시브는 전자 악기를 많이 쓰더라도 좀 레트로한 느낌이 있거든. (박자가 좀 안맞으면 어때, 연주가 섬세하지 않으면 어때.) 그런데 이들은 되게 집중해서 연주한다는 느낌이 들어. 

그래서 한 번 듣고 나면, 지나치게 집중하게 돼서 좀 피곤해진다는 단점이 있지. ^^ youtu.be/6QKY5VSX1IU

(c) Shylock

 

6. Triumvirat - Illusions on a Double dimple

여기에 왜 트리움비라트가? 라는 생각을 할 사람이 있겠지? 사실 여기부터 좀 헷갈려. 어디까지 프로그레시브라고 불러야 할지를 잘 모르겠어. Triumvirat가 프로그레시브면, Klaatu는, ELO는? 응? 그들도 프로그레시브라고? 그럼 Genesis는, Jethro Tull은? 흠... 

암튼, 흔하지 않은 독일 프로그레시브 밴드야. 독일은 참 희한한 나라인 게, Judas Priest가 있으면서 Novalis도 있단 말이지. 그러면 안된다는 법이야 없지만, 독일적인 분위기가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한단 말이지. 

아래에 보듯 생쥐가 마스코트야. 모든 앨범 자켓에 있어. 멋진 자켓 이미지는 프로그레시브를 좋아하면 얻는 부수적인 즐거움인 듯.

Spartacus는 그들의 앨범 중 대중적인 편에 속하는데, 그래서 가끔 Klaatu인가? 싶기도 하고. 진행은 복잡한데,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코드가 뚜렷해서 듣기에 어색하지는 않아. 아마 여기까지 소개한 앨범 중 가장 이지-리스닝한 앨범이 아닐까 해. youtu.be/_P-e123qqJY

(c) Triumvirat

 

7. Klaatu - Hope

프로그레시브라고 하기에는 많이 대중적인 밴드라서,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항상 망설이게 되지. 이 앨범에 있는 곡은 아니지만,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는 Abba가 불러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고.

이 앨범 Hope는, 그냥 막연히 슬퍼지고 싶다? 할 때 자주 들었던 거 같아. 겁나 쓸쓸한 노래들이거든. 얼핏 들으면 아닌데, 전체 앨범을 죽 듣고 있으면 그 특유의 공허함이 느껴져. I am the Loneliest of creatures of the universe까지 가면. 뭐 죽는 거지. 밝은 멜로디인데, 묘해. 

Klaatu의 특징이 그런 것 같아. 마냥 듣기 편한데, 묘하게 어렵고, 조잘조잘하는데, 실제로는 되게 큰 음악이고. youtu.be/O5grhuvcSes

(c) Klaatu

 

8. Art of Noise - Who's afraid of the art of noise!

이건 정말 고심했어. 아마 십중팔구 프로그레시브가 아니라 생각할 거야. 그래도 들어봐 좋아할 거야. 

백남준 미술이 연상되는 음악이고, 은근히 광고에서 많이 가져다 쓰는 소스야. 처음 들으면 '내가 왜 이런 걸 듣고 있는 거지' 싶다가도, 계속 생각이 날 걸. 그저 거대한 샘플링 견본 같은 느낌? 그러다 보니, 어디서부터 듣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 youtu.be/EL3sh8EL_3E

(옛날 사람이라면, 김광한 아재가 진행했던 '쇼 비디오 자키(KBS)'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게 기억날 거야. ^^)

(c) Art of Noise

 

9. Yes - Close to the edge

이걸 소개하면 - 뭐야 초짜잖아 - 하겠지만, 어찌 이 앨범을 빼놓겠어. 락음악, 프로그레시브 모두에게 Yes는 거대한 나무였고, 쓰러진 후에도 수많은 나무의 거름이 되었지. 천사의 목소리 그 자체인 Jon Anderson과, Rick Wakeman, Steve Howe. 거를 타선이 없지. 앞뒤로 yes의 계보를 그려보면, 이래서 사람은 인맥이 중요하구나 싶을 거야. ^^

Fragile이 훨씬 대중적이고 찬사를 받을 만 하지만, 나는 이 앨범 - Close to the edge를 소개할까 해.

이 쪽 분야에서는 더 긴 곡도 많지만, Yes는 특히 긴 흐름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서사가 훌륭한 것 같아. 게다가 Roger Dean이 그려 준 Yes, Asia 통틀어서, 이 앨범 자켓이 가장 예쁜 것 같아.^^ (다시 얘기하지만, 프로그레시브는 앨범 자켓부터 비범해.)

youtu.be/gka_km9gb5c

(c) Yes

 

10. 공동 수상?

위에서부터 듬성듬성, 생각나는 대로 진행하다 보니, 마지막 한 앨범을 고르기 힘드네. 

일단 여기 리스트에 오르지 못한 아티스트, 밴드 여러분들에게 심심한 양해 부탁드리구요. 네, 모두 열 번째에 몰아넣겠습니다. ^^ 시간 나실 때, 아래 이름들도 함 검색해서 들어봐 주셔요. ^^

Los Canarios 있구요. 스페인 사람입니다. 클래식에 가깝구요.
Aphrodite's Child 있죠. Jon & Vangelis랑 같이 들으세요. 아참 Strawbs도.
Nektar Lucifer's Friend. 자켓과 이름에 거부감이 들겠지만, 들어 보세요. 좋습니다. 
iPooh. 나름 국내에 팬덤도 있는데, 무례하게 소개를 안했군요. ㅠ
Mike Oldfield. 시험을 친다면 꼭 나올 문제같은 앨범. 천재예요.
Emerson, Lake & Palmer (ELP) 얼핏 들으면 팝이죠. 그런데 맨날 ELO랑 이름이 헷갈려.
나온 김에 ELO도 영업합니다. Electric Light Orchestra
좀 있어 보이려면 Formula 3, '포르물라 뜨레'라고 읽습니다.
Alpha Ralpha. 특별히 유투브 링크 달아드릴게요. 특별대우입니다.
네, 여기까지구요. 이름 없는 분들께 심심한 위로를.
아참, Pulsar를 막차로 태울게요. Pollen 앨범은 좋아요. 

 


 

마지막으로, Keith Jarrett을 영업할까 해. ^^

재즈가 형이상학적이 되면, 프로그레시브보다 더 프로그레시브하게 되는 것 같아. 그 정점에 있는 분이 키쓰 자렛. 특히 쾰른 콘서트는 엄청난 파워를 보여주지. 즉흥성도 즉흥성이지만, 몰입도가 장난 아니고. 라이브 답지 않게 완성도도 엄청나. 천재란 이런 게 아닐까. youtu.be/T_IW1wLZhzE 

(c) Keith Jarre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