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를 확인한 적은 없지만, 팝업을 화면 하단으로 내린 건 내가 전세계 최초가 아닐까 해. 그래서 몰래 뿌듯해하곤 하지. ^^
FWA에서 App of the day를 수상했으니까 (링크) 시기에 대한 검증은 될 거야. 애플이 팝업을 버튼으로 풀어 하단으로 배치한 것보다는 훨씬 이전이니까, 최초가 아니더라도 나름 창의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해.
S Health Buddy를 할 때의 고민은 간단했어.
당시 '엄지손가락으로 조작할 수 있는 범위(링크)'에 대한 담론은 많았는데, 팝업만 유독 화면 한가운데에 뜨는 게 이상했던 게지. 게다가 캐릭터의 움직임을 보는 게 핵심인데 그걸 가리는 것도 싫었고. 그래서 개발사의 항의(?)를 무릅쓰고 하단으로 버튼을 배치했어. 누구도 칭찬해 주진 않았지만 출시한 앱을 써보면서 내 가설이 틀리지 않았음에 몹시 뿌듯했었더랬지.
요즘은 애플 이후로 이와 같은 over-layer-ui들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팝업은 그냥 팝업이었어. 하지만 이제는 모달 없이, Share Extension 없이 폰을 쓰기에는 버거울 정도가 되었지.
UX 및 GUI 쪽에서는 이런 것들을 레거시 OO라고 불러. 레거시 시스템, 레거시 UI, 레거시 데이터 등.
Legacy — 유산이란 뜻이잖아. 오랫동안 사용되어서 익숙하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어 잘 쓰이지 않지만 사라지지는 않아서 현재의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말한다고 해. 개발 쪽에서는 '지울 수 없는 옛날 코드나 프로그램' 레거시라고 부른다더라구.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여기기 때문에, 불편한 것임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레거시... 무엇이 레거시 UI인지를 잘 찾아낸다면 UX의 큰 도약을 이룰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단 말이지.
아!
탭이 있지. 나와 일해 본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탭을 싫어하는지 알 걸?^^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탭의 후진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해답이 있는 건 아니야. 이만큼 자유방임적인 UI가 또 없거든. 적어도 생성할 때의 스트레스는 없잖아. 나중에 정리가 안되니 문제지. ^^
또한, 오래된 레거시 UI인 체크박스와 라디오 버튼도 개선되어야 해.
어떤 진영에서는 'Chip'이라는 UI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시각적으로 덜 정리되어 보이는 것 같아.
세밀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형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불편한 건 불편한 거야. 언젠가 이런 수동 선택을 '인공지능이 알아서' 해 주기를 바라지만, 당장은 요원한 일인 것 같고.
이런 셀렉트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더라도, UI를 잘 펴서 유저를 잘 이끌 수 있다면, 체크박스와 라디오 버튼이 주는 성가심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는 있다고 봐. 흔히 나쁜 UI들이 모든 선택을 떠넘기면서 유저에게 복잡함을 감수하라고 말하곤 하는데, 명백히 잘못된 거야. UX는 유저의 선택장애를 최소화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잖아?
마지막으로, 레거시 까지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거슬렸던 것 중에 프로모션용 팝업과 거기에 붙어 있는 오늘 다시 보지 않기가 있어.
이거 참 말도 안되는 거거든. 애초에 왜 '다시 보지 않기'가 필요한 건지 모르겠어.
전형적인 서비스 제공자의 마인드인데다, 고민 없이 갖다 쓰는 UI의 전형이라고 봐. '다시 보지 않기'를 넣은 건 아마도 유저의 불안을 유도할 목적이거나, 적당한 대안 경로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혹은 둘 다 이거나) 전자라면 정말 'Dark UI'라고 생각하고, 후자라면 경로 설계를 다시 해야 할 거야. 얼핏 보면 맨 왼쪽 팝업이 그나마 나아보이지만 - 어쨌든 '다시 보지 않기'나 '닫기'나 동일한 기능이잖아. 유저에게 쓸모없는 고민을 하게 하는 건 똑같은 것 같아.
글 쓰는 동안 잠깐 생각해 보면... '닫기'를 누르면 작게 줄어들어서, 본 화면 배너로 들어가면 어떨까. 물론 트랜지션 구현이 관건이겠지만, 닫았다가 다시 열고 싶으면 본 화면에 있는 배너를 눌러서 다시 열면 되는 거잖아? 앗, 애플 앱스토어에서 비슷한 걸 본 거 같은데?
대안이 없어서 쓰는 경우도 있고, 그냥 관습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지. 최악의 경우는 '그렇게 배웠으니까' 그게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 비판적인 사고의 결여일테고.
이게 UI/UX의 어려운 포인트야. 똑같은 UI도 맥락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가치가 바뀌기도 하고, 어느 쪽으로 가도 좋지만 그 어느 쪽도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어제 옳았던 것이 오늘 그르기도 하고. 그 와중에 레거시는 자꾸 쉬운 길로 오라고 유혹의 손짓을 보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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