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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렇게 해요"의 불편함 (feat. 무한도전)

ARTBRAIN 2023. 10. 26. 22:37

언젠간 이 이야기를 써야지 했었는데^^ 오늘 또 막 불편해져서 ㅠㅠ 내 웃음버튼이자 발작버튼이 바로 이거거든.

무한도전은 다들 봤지? ( 링크 ) 무한도전에서 광희가 이성민 배우에게 연기수업을 받는 내용이야. 

우리는 때때로 - 자기 관성으로 일을 하곤 해. 내 깜냥과 경험의 패턴대로 일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그 방식의 유일한 이유가 '남들도 그렇게 하니까'라는 사람을 보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인물에 대한 기대를 절반쯤 버리게 돼. 

이성민 배우는 매우 부드럽고 분명하게, 고개를 흔들지 말라는 이유를 설명해 줬어. 감정에 집중해야 하고, 불필요한 + 의미없는 행동들이 '가짜 연기'임을 스스로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에 대한 황광희의 대답 "연기...고개 해요~."

이건 참 자연스러운 학습 방법인데, 실은 되게 무서운 거야. 이유를 알아보지 않은 채, 알려고 시도하지도 않고 현상만으로 파악해서 (대개는 현상을 관찰하는 능력도 서툴러서 이 사달이 나는 것이지만) '저건 원래 저렇게 하는 거구나' 하며 스스로 체화하는 것. 왜 그런 연기를 했는지 맥락과 의미를 파악하지 않았으니, 어디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아무데나 적용하려 들고, 누군가 이유를 물으면 당연하다는 듯이 "원래 이렇게 다 해요."라고 대답하면서, 마치 이런 일 한 두 번 하냐는 투로 대화(또는 회의)를 무용하게 만들곤 하지.

악순환을 만들기 딱 좋은 사고 패턴이고,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학습법이며, 경솔한 대화법이야.

이처럼 사건을 피상적으로 파악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자기 업무의 참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창의력이나 응용력, 임기응변 능력 등을 기를 수 없게 돼. 업무의 의미를 따지는 기능이 퇴화되면 상대를 설득할 필요도 없으니 소통 능력도 떨어지게 되고, 협업 간에 시너지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져. 자연스럽게 의미있는 업무에서 멀어지게 되고, "쟤도 나랑 똑같은 걸 말하는데, 왜 나한테만 뭐라고 하지?" 또는 "거봐 너도 똑같이 할 거면서" 라며 불만만 가득한 열등생이 되는 거지.

중요하니 크게 쓸게.

다들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하려 노력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고,
남들이 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게 네가 그렇게 하는 것의 근거가 되진 못해.
무엇보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해요 라는 문장으론 누구도 설득할 수 없어.


리더, 디렉터, 동료, 후배, 조력자, 후견인으로서 난감한 건 —

이런 유형의 동료들은, 상사나 주변의 의견 또는 회의의 결론 등을 단순하게 "그러니까, 이렇게 하라는 거지?"로 요약해 버려서, 성장도 없고 같은 실수만 반복하는데... 20년의 짬바로도 이런 친구들은 정말 상대하기 어려워. ㅠㅠ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꼰대이긴 싫어서 매번 참는 것도 일이고. 하하 ;

원문 : 내가 먹은 소금이 네가 먹은 쌀보다 많다.


인간은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존재니까 —
어떻게든 소통, 계도, 화해, 교육,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이제는 "다 ~해요"라는 말만 들으면, 무한도전의 광희가 생각나면서, '또 광희인거냐'라며 절망하곤 해. 

부디, 이 글을 읽을 전 세계 사회인들 중 몇 명이라도,
(마치 통달했다는 듯이) '원래 다 이렇게 해요'를 업무 중에 쓰지 않길 바라. 🙏


But, 나는 광희라는 캐릭터를 참 좋아해. ^^
인간적이고, 막냇동생같고, 막 챙겨주고 싶고.
사람이 싫은 건 아니란 얘기. 
사회에서 만나는 '광희'들도 마찬가지.

실낱같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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