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는 업무 과정을 분할하여 각 시기에 맞는 업무의 방향을 제시하는 유용한 방법론인데, 이는 비단 UX 디자인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적용될 만한 일반론에 가깝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Discover
일단 일을 맡으면 천천히 탐색의 범위를 넓히며 고민한다. 이 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일에서 핵심인 부분은 어디이고, 영향을 받는 곳은 어디일까. 소외되어 보이지만 챙겨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놓친 곳은 없는가. 도대체 이건 왜 존재해야 하는 문제인가.
Define
그리고 이 논의를 더 펼쳐서 주름진 곳 없이 펼친 후에는 펼친 논의들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지 고민한다. 이런 방향으로 이 일을 몰고 가보자. 이 의미의 정수는 이런 단어이니 고정하여 오해가 없게 하자. 이런 특성이 생길 수 있지만 감안하도록 하자. 이 일의 진정한 의미는 이런 거였구나. 이제 알겠다.
Develop
조금은 자신감이 생긴다.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여긴 이렇게 해야 해. 저건 저렇게, 그건 그렇게. 처음 펼쳐 둔 곳을 구석구석 밟아가며 내 이해와 원칙을 적용해 나아간다. 나름의 전반적인 변화가 느껴지고, 그만큼 미지의 것들도 돋보인다. 무가치했던 곳에서 꽃이 피어나기도 한다. 우연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가 정리한 방향이고 내 관점의 실체적 재현이다.
Deliver
그렇게 모든 곳을 밟아 놓고 나면, 나는 이것으로 세상과 마주한다. 이제 유저도 받고, 테스트도 하며 실전 속에서 내가 맞았는지 틀린 지를 검증한다. 뒤돌아 보며 내가 걸어온 지점들을 둘러보며 단단히 한다. 지난한 작업이고 변수도 많지만 어쨌든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사실, 나는 이 과정을 몇 백번, 잘하면 몇 천 번도 거쳐 왔다. 일에서든 삶에서든.
크게 보면 나는, 라이프 사이클의 Deliver 초입에 도착한 것 같다. 사춘기 시절까지, 길게 보면 군 시절 직후까지 나는 Discover 했고 방황했고 인생에 대해서 고민했다. 나는 누구인가 왜 태어났나. 직업을 찾아보면서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 둔 정체성을 사회에 적용해 보면서 스스로를 Define 하려 노력했다.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 이 활동은 나와 사회에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가. 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내 삶의 철학과 내 디자이너로서의 철학을 녹여서 나름의 여러 이야기들을 Develop 했고, 이제는 이 과정들을 돌아보며 삶의 외부에 여러 흔적을 남기며 대를 잇는다. 일에서든 삶에서든.
사실은 실패에 가깝다. 사춘기나 청년기에 끝냈어야 할 Discover를 여전히 하고 있고, 불혹의 나이를 지나면서도 삶을 Define 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내 자산을 Develop 하지도 못한 상태로 성긴 Deliver를 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잘게 볼 수록 더블 다이아몬드는 무한한 중첩 구조라는 걸 알게 된다. 마치 프랙탈 도형처럼 - 한 곳의 discover가 이루어질 때, 삶의 어딘가에서는 deliver도 일어나고 define도 생긴다. 계속 희망 속에서 수렴이 일어나고 절망 안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다.
삶은, 굳이 UX 용어로써가 아니더라도 매우 Agile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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