ときめき。

Art, Design, Essay, News

LOG/OPN 15

권지안이 제프 쿤스를 표절했다고?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어! - update '21.1.1

최근 뉴스 기사를 통해, 권지안(a.k.a. 솔비)의 미술 작업이 제프 쿤스의 'Play Doh'를 따라 했다는 내용을 읽었어. 기사에는 두 개의 색 덩어리를 비교하는 사진이 실려 있었는데, 왼쪽은 권지안의 케이크 작업이고, 오른쪽은 제프 쿤스의 거대한 조형물이야. 이걸 표절했다고 말하는 것 까지는 좀 오버인 것 같고, 그렇다고 건전한 참조라고 하기에는 좀 더티한 것 같고. 그냥 사소한 해프닝에 지나지 않으며, 그녀에겐 조금 아쉬운 찬스였다고 생각해. 권지안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제프 쿤스의 작품을 보고 영감 받아서 만들었다'고 적었지만, 굳이 배색과 형태를 비슷하게 구성해서 본인의 오리지널리티를 날려버릴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 난 제프 쿤스의 'Play Doh' 시리즈를 이번 뉴스에서 처음 봤어. 하..

LOG/OPN 2021.01.01

옛 파일을 뒤적거린 후, 뻔한 통찰을 느끼다.

외장하드를 꺼내서 파일을 뒤져 보고, 과거를 반추하며, 폭풍처럼 4개의 포스팅을 올렸다. 당연하고 뻔한 성찰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 나는 나답게 살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내었다. 선의든 악의든, 나답지 않은 일을 할 때 나는 무뎌졌고 비루해졌다. 다른 이에게 피상적인 적응을 하면 최악의 결과를 얻었고, 그들과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시켰을 땐 함께 좋은 열매를 나누어 가질 수 있었다. 어설프게 트렌드를 좇고,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태도를 취했을 때는 남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슬퍼졌고, 나와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 움직였을 땐 그저 오롯이 즐거웠다. (가끔은 놀라운 선물도 뒤따라 왔다.) 항상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반복되는 실수를 올해도 했다. 44년을 살았지만 아직도 교정해야 하는 삶이다. 내 스..

LOG/OPN 2020.12.25

서정범 교수와 드레퓌스의 정의

서정범 교수님께서 돌아가신 지 벌써 10년이 되었군. 내가 어렸을 때 그는 KBS에서 작은 방송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는데, 주로 우리말의 어원과 변형을 설명해 주는 5분짜리 짧은 구성이었어. 이를테면 이런 거였지. ... 이 '설겆다'는 옛말로는 '설엊다'입니다. 여기서 '설다'는 '치우다, 정리하다'의 뜻이 있습니다. 한자로는 '수습'의 의미가 있죠. 즉, '설엊-'은 '설-' + '엊-'의 조합이며, '엊-'은 '겆다'의 의미로 기역이 탈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겆다' 역시 '수습하다, 정리하다'의 뜻이 있습니다. ... 교수님 특유의 가볍게 새는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나. ^^ 5분짜리 프로그램이라서 챙겨 보려면 나름 신경 써야 했을 텐데, 어린아이가 꼬박꼬박 챙겨본 걸 보면 되게 맘에 들었었나 봐...

LOG/OPN 2020.08.12

가짜뉴스에 대한 피로

사실을 정확히 알지 않은 채로 글을 쓰는 것은 죄악에 가깝다. 가르치는 것도 마찬가지. 사실을 모르는, 사실을 잘못 이해한, 사실을 묵살하는, 사실에 관심없는, 사실을 재단하는, 사실을 왜곡한, 사실을 부정하는, 사실을 흘깃 보는, 사실을 피하는. 사실에게는 그 스스로가 원하는 지위만을 주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사실의 지위를 빼앗지 않아야 한다. 무지는 사실을 구축驅逐하므로, 무지 위에 쌓은 사실은 필연적으로 부패하므로, 우리는 무지를 경계해야 하고, 자신의 지식에 겸허해야만 한다. 나의 세계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실에 다가설 때 천국이 된다. Image @Unsplash

LOG/OPN 2020.05.26

Human always seeks a thing to love.

만고 불변의 진리, 동시에 인간의 탐욕을 변호하는 가장 그럴듯한 레토릭. 사람은 언제나 사랑할 것을 찾는다. 다른 사람이든 어떤 물건이든, 또는 다른 사람의 어떤 물건이든. 하지만 대개의 경우, 그 결과는 아름답지 않아서, 전쟁과 비슷한 형태로 실체화한다. '사랑할 것을 찾는다'는 말이 참 예뻐보이지만, 사실 그 앞에 '언제나'가 붙어있어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마케터들은 잘 이해할 테지만, 이는 자본주의가 인간을 얼마나 닮아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자, 우리가 '좋다'고 분류하는 정신의 기능들 - 이를테면 창조, 사랑, 믿음, 정열 등 - 조차도 필연적으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LOG/OPN 20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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