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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비슷한 두 영화 : 65 vs. 크리에이터

ARTBRAIN 2023. 10. 21. 02:42

모처럼 '비교'하는 카테고리의 블로그. 카테고리 이름인 'BLC'는 '밸런스게임'의 약어로 쓴 건데, 유사한 것을 연결하고 비교하기 위한 카테고리야. 우열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본성인 탓도 있지만, 비교를 통한 인사이트는 하나의 콘텐츠만을 즐기는 것보다 2^n 배로 확장한다고 믿기 때문에... 비슷한 콘텐츠를 비교하는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어.


최근에 '크리에이터'를 보았어.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하고 예고편에서의 그래픽도 아주 훌륭했기 때문에 기대가 컸지. 왓챠피디아에 평점을 매기기는 2.0 점을 주었지만 (5.0 만점) 영화 자체가 가지는 가치는 충분히 높다고 생각해. 그래픽이나 배우의 연기를 생각한다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큼 괜찮은 영화라고 봐.

그리고 올해 이런 감상을 준 영화가 또 있었어. 의도와 계획도 좋아 보이고 배우의 연기와 CG도 좋았지만, 영화적 밸런스가 너무나 아쉬웠던 '65(백만년 전 = 6500만 년 전)'. 이건 왓챠피디아에 2.5점을 매겼었어.

먼저, 크리에이터. 

여러모로 익숙한, 전통적인 주제와 전개. 그래서 잘 만드는 방향이 선명하게 보이고 공식도 분명한 "장르영화로서의 SF" 영화라고 봐. 인간과 AI의 갈등, 인간은 왜 존엄하며, 왜 기계에는 영혼이 없나. 냉혹한 인간과 인간적인 휴머노이드의 구도. 인간과 닮은 로봇들로 눈요기하기. 약간의 스팀펑크. 신비한 오리엔탈리즘 상상하기 등등 - 잘만 따라가면 틀리기 힘든 문제를 풀어나가는 느낌이야. 배우도 훌륭했고, CG도 훌륭했어. 장르영화로서의 전형성을 충분히 잘 살렸다고 봐.

승복을 입고 종을 치는 로봇, 쟁기같은 걸 들고 논밭에 선 로봇의 비주얼은 - 합리성은 전혀 없지만 비주얼만으로 압도하잖아.

사실, 영화 전체가 그래. 전체적인 얼개나 복선 배치 등은 너무나 꼼꼼한데,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정서적인 디테일은 거의 챙기지 못한 것 같아. 그냥 악한 빌런. 그냥 착한 주인공 무리. 그걸 이해시키기 위한 아무런 장치가 없고, 있더라도 개연성이 너무 떨어져서 몰입하기 어려웠어. 약간 '아바타(1편)'가 연상되기도 했는데, 아바타보다도 '더' 인물 빌딩에 실패한 영화인 것 같아. 

정서적인 디테일이 더 큰 문제지만, 이 영화는 세계 설정의 디테일도 많이 떨어져 :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 일부가 통합하여 '뉴아시아'라는 나라를 제안했는데, 언어적인 배경은 물론 문화적인 이해가 현저히 낮아서 '서양인이 동양을 이렇게 그리는 것도 인종차별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 

영화로서 훌륭하지 않다고 해서, 영화의 각 요소들이 훌륭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야. 배우들은 하나하나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CG 디자이너들도 - 창의성은 좀 떨어졌지만 - 자기 할 일을 100% 했다고 봐. 영화적 장치에 집중한 나머지 이야기가 너무 약해서 문제지.

그런데, '65'는 묘하게 달랐어.

6,500만년 전에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의 지구 생존기이자, 유일한 두 명의 생존자가 마치 아버지와 딸인 양 관계를 가지면서 서로 이해해 나아가는 성장/버디 영화이기도 하지. 둘 다 SF이긴 하지만, '크리에이터'가 SF를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라면, '65'는 SF를 '도구'로 쓴 영화라고 할 수 있어.

이 플롯도 사실은 엄청나게 많이 있어왔지. 성인 남자와 어린 여자아이 사이의 연대가 주제인 영화는 특히 현대(지난 30년 사이)에 많이 등장했어. '제5원소'도 그렇고 '로건'도 동일한 형식이지. '레옹'도 그렇고. 

영화에 단 두 명만 나온다고 봐도 무방한 영화지만,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 내공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고, 어린 아역배우의 연기도 훌륭했어.

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 건조해. 예술영화 정도의 차분함이 있어. 여러 가지의 설정을 두었고, 모두 개연성이나 논리에 흠잡을 데 없이 잘 짜긴 했지만, 영화적인 재미는... 너무 무덤덤한 수준이었어. 이런저런 조건을 잘 차리려다 보니, 설정들이 그 자체로 제약사항이 된 거지. 지뢰를 밟지 않으려다 보니 너무 빤한 길로 진행한 영화라 생각해.


어렸을 땐, 좋으면 좋은 거였고, 별로는 나쁜 거였어. 그런데 요즘 좀 관점이 바뀐 것 같아. 예전보다 시스템과 프로세스, 그 사이에서의 각 창작자들의 고충에 좀 더 잘 이입하게 되었달까. ^^ 그래서 영화의 일부가 좋은 건 (이 작은 블로그에서라도) 한 번 짚어주고 싶었어. 전체적인 영화가 별로라도, 연기한 배우나 감독의 문제의식이나, CGI의 완성도 같은 건 개별적으로 칭찬받아 마땅한 경우가 있더라구.

암튼, 오늘의 비교는 43:57의 비율로 '65'의 승. ^^

ps. 내가 본 영화를 기록해 둔 왓챠피디아 링크. 참 많이도 봤네그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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