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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유형의 디자이너가 되어야 할까 — 알 파치노 vs. 로버트 드 니로

Curious ARTBRAIN 2021. 4. 14. 21:15

 

©GQ

둘 다 좋아하는 배우야.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고, 둘 다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이라 그런지 제스처나 표정이 서로 닮아있지만, 정작 연기하는 방식은 너무나 다르지. 로버트 드 니로는 각 역할에 맞게 자신을 바꾸는 형태로 연기를 하지만, 알 파치노는 어느 영화에서든 알 파치노로 연기하는 편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로버트 드 니로는 갱스터에서 은퇴한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역할을 하는 데 반해서, 알 파치노는 매번 느와르, 스릴러 장르물에만 출연하는 것 같아. 

각각의 장점이 있겠지?

감독 입장이라면, 자신의 역할에 몰입해서 자신을 역할에 맞게 변화시키는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방식을 선호하겠지만, 어떤 감독은 예상 가능한 연기를 보여주는 알 파치노를 더 선호할 수도 있어. (캐스팅 하기도 전에 알 파치노를 염두에 두고 각본을 쓴 영화도 상당히 많았다더라구.)

배우의 입장이라면 어떤 방향을 좋아할까?

이건 영화에 대한 각자의 견해 차이에 따라 결정될 것 같아. "나는 이런 방식으로 연기하는 게 좋고, 내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어. 그러니까 이 스타일을 고수할 거야. 내 연기는 최고니까!"라는 알 파치노 유형과, "영화의 완성도를 올리려면, 나를 버리고 역할에 충실해야 해. 게다가, 나는 모든 형태의 연기를 할 수 있거든. 나는 다재다능하니까!"라는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방식. 연기 자체의 퀄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영화 전체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의 차이겠지.

나로서는 —. (두 배우에게 댈 바는 아니지만)

젊었을 때는, 알 파치노처럼 일했어. 내가 추구하는 바를 관철시키는 게 중요했고,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려고 노력했지. 이건 순수미술을 했던 과거의 경력 영향이기도 할 거야. 실제로 주변에서 "내 스타일의 디자인"을 봤다며 연락해 오는 지인들의 피드백이 반가왔었어.

하지만, 요즘은 로버트 드 니로의 관점이 더 옳다고 여겨져.

'디자이너'라는 이름보다 'User experience Designer' 혹은 'Product Designer'처럼 — 디자이너 앞에 형용사가 붙어있는 직종은, 그 형용사의 가치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 UX 디자이너는 User에게, Product 디자이너는 product에게 가장 적합한 디자인을 제공해 주어야 하고. 개인의 개성은 후위에 두어야 맞는 것 같아.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때로 Artist이기도 하고, 대문자 Designer이기도 하지. 그런 때에는 — 여전히 스타일 고집을 피우기도 하고, 무조건 남과 다른 무엇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해.

** 당연하게도, 내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젊은 디자이너들은 모든 작업에 자신의 취향을 강하게 넣고 싶어 해. 어쩌면 당연한 일이야. 자신이 독립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하지만, 팀을 운용하는 면에서는 이런 각각의 취향을 이해하고 일을 진행하기가 어렵기는 해. 가장 좋은 경우는, 각자의 개성에 맞추어 적절하게 일을 분배하거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을 열어주는 거겠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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