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 2(a) 폰에 이어서 ear(a)를 샀어.
Nothing 2(a) 폰은 산 지 2년 정도 되었고, ear(a)는 산 지 일주일 정도 됐어.
직업이 직업인지라, 폰을 두 개 쓰는데, 이 Nothing 2(a)는 안드로이드앱 테스트용이고 메인 폰은 아이폰이야. 당연히 에어팟도 사용하고 있고. 오늘은 에어팟(pro2)과 ear(a)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구매 후기를 써볼까 해. (이하 nothing ear(a)는 '낫싱'으로 표기)
첫인상은, 작고 귀엽다.
사진으로 보면 에어팟과 크기 차이가 없고, 재는 방식에 따라서는 더 크기도 한데, 눈으로 보기엔 매우 작아. 디자인 차이겠지. 쥐는 맛도 좋지만, 여는 건 조금 불편해. 일부러 연약하게 만든 느낌도 있어. 애플 제품처럼 뭔가 씌우고 꾸미게 만들게 하겠다는 전략인 것 같은데, 여는 방향을 헷갈리게 만든 건 좀 심했다 싶어.
연약해 보이고, 흠집도 잘 나게 생겼지만, 플라스틱 자체의 품질은 나쁘지 않아. 생각보다는 내구성이 있을 것 같은데, 힌지 등의 연결부위가 충격에 잘 버틸지는 미지수야. 케이스의 방수방진등급이 IPx2라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요즘에도 방수방진 안 되는 케이스가 있어?) 알고보니 내 에어팟(라이트닝 충전 버전)은 아예 케이스의 방수방진 등급이 없더라고. ㅋㅋ
이어팁의 사이즈는 에어팟과 낫싱 모두 '미디엄'인데, 에어팟의 '라지'가 낫싱의 '미디엄'정도로 보여. 그런데 이건 재는 방식의 차이가 아닐까. 이어팁의 단단한 입구 부분의 직경은 비슷한 것 같아. 낫싱 이어팁의 유연한 부분이 더 넓게 펼쳐진 느낌. 실제로 착용해 보면 낫싱 쪽이 차폐력이 더 좋은 것 같아.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듯. 낫싱이 조금 크긴 한데, 무게나 밀도는 에어팟이 미묘하게 더 큰 거 같아. 그래서 착용한 상태로 보면 낫싱의 존재감이 더 강한데, 착용감은 조금 더 가볍고 단단하게 물리는 느낌이야.
이어폰의 가장 큰 점은 아무래도 음질.
낫싱의 내 평가는 '낫배드' 정도. 장단점이 분명해.
아까도 말했지만,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서 강한 차폐력이 있어. 이어폰이 완전 방전된 상태에서 귀에 끼고만 있어도 어느 정도 외부 소음을 막아주는 정도. 사람에 따라서 이 '압박감'이 피로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어. 내 경우에는 음악을 '분명히' 듣고 싶어 하는 터라 압박감을 좋아하는 편인데, 대중적으로는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아.
전반적인 음질은 이 가격대에서 훌륭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개성이 꽤 강해.
단적으로 말하자면, '조용한 환경에서 비틀즈를 들을 때 가장 좋은 이어폰'이라고 말할 수 있어. 음 분리도 좋고 treble이나 음의 입체감도 좋은데, 전체적으로 Bass의 인공미가 강해. 전용 앱에서도 bass를 여러 방식으로 보강하고 있는데, 자신들도 알고 있는 게지. 근데, 그 인공적인 Bass가 꼭 나쁘냐고 하면 또 그렇지도 않아. 다른 음을 누르거나 소리 왜곡을 하지 않고 딱 bass 영역만 강하게 해주는 느낌인데, 드라이버와 하우징이 좀 안 맞는 건지, 아니면 덩치에 비해 강한 드라이버를 넣은 건지 - 소리를 약간만 올려도 음압이 강해지더라고. 그래서 음악을 크게 듣는 사람들은 인공 bass를 빼고 듣는 걸 추천해...... 근데 또 그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귀 쪽에서 공기가 팡팡 솟아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뚜렷한 음 분리가 장점이라고 말하긴 했는데, 이게 약간 레트로한 맛이 있어. 약간의 LP같은 치찰음이 있는데 불편할 정도는 아니고 재밌는 정도.
이걸로 가장 듣기 좋은 음악은 60년대 영미권 음악, 리마스터하지 않은 음원을 듣는 게 최고인 것 같아. 반면 소리를 맥스로 놓고 듣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소리를 키울수록 개방감과 확장감이 있어야 하는데, 낫싱은 조금 막아 세우는 느낌이 있어. 빵 하고 터지는 걸 애써 막는 느낌이라 스래시 메탈 듣는 사람은 - 걍 마샬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게다가 낫싱은 소리가 외부로 새는 편이야. 볼륨을 맥스로 놓고 들으니 주변에서 크다고 하더라구. 에어팟을 쓸 땐 그런 피드백이 없었는데 말이지.
또 하나 듣기 좋은 장르는 한국 아이돌 음악이야. 에스파나 블랙핑크같은 조금 하드한 비트를 인공적으로 조절한 음색과 또 궁합이 좋더라구. (특히 에스파의 savage) 한국 특유의 뭉개는 듯한 매끄러운 음색이 인공적인 튜닝을 만나니 원래 곡의 의도를 잘 살리는 느낌이야. 마이클 잭슨과 자넷 잭슨이 함께 부른 Scream도 매우 좋아. 같은 맥락에서 독일 클럽 음악, EDM 등도 듣기 좋은 편이야. (주변에 뭐라는 사람이 없다면 이 경우는 크게 들어도 좋을 듯.)
https://youtu.be/0P4A1K4lXDo?si=AHv0rwPuYd2uVvro
https://youtu.be/WPdWvnAAurg?si=06wpOeLrV1T2Yhuz
https://youtu.be/90M60PzmxEE?si=Eopo--4HaxwwgEeN
그래서 낫싱은,
- 비활동적인 사람이 (주변 환경이) 적당히 조용한 곳에서
- 레트로한 음악을 듣거나 인공적인 음색, 과장된 비트의 음악을 들을 때
최적화된 이어폰이라고 생각해.
장점
- 귀여운 디자인
- 경쟁력 있는 가격
- 충전 속도 개빠름
- 두 기기 간의 전환이 에어팟보다 빠르고 부드러움
- 가격대비 훌륭한 노이즈캔슬링 (그런데 배터리 소모가 큰 편, OFF도 나쁘지 않음)
- 버튼 커스텀 가능, 별도 앱 지원, 맥 친화적
- 개성 있는 음색, 음 분리 탁월
- (에어팟에 비해서) 청소가 쉬운 구조. 자석으로 착 붙는 느낌 좋음.
- LDAC 코덱 지원! (음악 좋아하는 유저들에게는 매력적인 일이지)
단점
- 스트랩을 꽂을 곳이 없음
- QCY 등 요즘은 싼 것도 좋은 게 많아서.
- 에어팟에 비해서 지속 시간이 짧음
- 여러 기기를 등록할 수 있으나 전환은 두 개로 한정
- 노이즈캔슬링이 기기의 차폐력에 기대는 편
- 쓸어서 볼륨조절이 안됨!
- 인공적인 음색을 기술로 커버하려다가...
- 뭔가 불안한 이어폰의 케이스 내 고정방법
그래서 추천하나?
9만 원에서 10만 원 초반까지의 블루투스 기준으로 보면, 정말 탁월하게 좋은 수준이야. QCY의 가성비를 넘을 수는 없겠지만, 걔는... 못생겼잖아. ㅎㅎ. 노이즈 캔슬링은 그다지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닌데, 확실히 작동되기는 해. 이어캡이 워낙 소릴 잘 막아주니까 낀 후에 뭔가 달라졌다고 느끼기 어려운 탓이지. 사운드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했지만, 요즘은 워낙 좋은 이어폰들이 대중화되어 있어서 사람들의 청음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지 이 이어폰의 수준이 낮다는 뜻은 아니야.
그래서 이 이어폰은 스스로 의도치 않게 매우 날카로운 유저군을 대상으로 해. 스타일에 맞는 사람들에게는 열광할 만한 물건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불만사항이 있을 것 같아. 사용시간이 긴 사람은 이어폰 배터리에 아쉬움이 있을 수 있고, 음량을 크게 듣는 사람들은 개방성에 아쉬울 수 있어. 파인 리스너(민감한 분들)들에게는 참 근본 없는 구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그런데 개성 있는 거 좋아하고, 낫싱 폰을 사용하거나, 이어폰을 계속 꽂고 사는 사람이 아닌 캐주얼한 유저들에게는 꽤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추천.
'LOG > SHP'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나미 라인 만년필 - 기왕에 하는 거, 노력하렴 (2) | 2025.02.20 |
---|---|
Lofree mouse OE909 : 키보드 재질에 혹했지만 (0) | 2025.02.18 |
Lamy 2000 : 1년 사용기 (0) | 2025.02.07 |
카베코 페르케오 : 저렴이 시장의 새 강자? (0) | 2024.07.19 |
Nothing 2a : 훌륭하지만 디테일이 아쉬운. (2) | 2024.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