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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F 헤드폰 프로 : 사도 돼

ARTBRAIN 2025. 10. 28. 14:17

CMF는 Nothing의 서브 브랜드야. Nothing 자체가 충분히 작은 회사인데 무슨 서브 브랜드인가 싶긴 한데, CMF라는 이름답게 만듦새는 괜찮은 것 같아. 이미 Nothing의 제품을 두 개 (폰 하나, 이어폰 하나) 쓰고 있는 중인데, 이 브랜드의 언더독 성향이 - 오늘 소개하는 이 헤드폰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 같아.

가격 대비 훌륭함

크게 봐도 굴욕 없는 외모, 만듦새는 가격대비 최고야. 다크 그레이만 캡 부분이 무광이라는데, 밝은 색상은 유광이래. (그것도 예쁘더라) 사진보다 실제로 보면 더 어두운 색이지만, 조금만 더 진했으면 어땠을까 싶어. 검은색 머리카락 위에 얹어지면 밝게 보이는, 실제로는 #444444 정도의 느낌이야. 

대두 샷. 설계 실수?

이게... 설계가 좀 잘못됐어. 이어컵 부분이 너무 두꺼워. 때문에 암이 너무 이상하게 벌어져. 가격을 낮추는 대신 공간을 두껍게 만든 셈인데, 이것 때문에 암은 (반원으로 예쁘게 떨어지지 않고) 거의 'ㄷ'자로 벌어지게 돼. 당신의 머리가 저 콜라보다 크다면 무조건 대두처럼 보일 거야. 저 모델들이 쓴 헤드폰은 그나마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데, 실제로는 맨 아래 오른쪽 여성의 룩이 나와. 그런데 'ㄷ'자 형태로 벌어지는 구조 덕분인지 착용감은 웬만한 헤드폰들보다 좋아. 좌우 이어컵이 무겁지도 않거니와 무게 분산이 좋아서 오래 쓰고 있어도 부담이 적어. 즉, 이 헤드폰은 패션 소품으로 쓸 때는 목에 걸어두는 걸 추천^^

오른쪽 이미지는 이전에 나온 플래그십 헤드폰인 Nothing headphone 1인데, 실물이 참 별로였던 기억. 과장된 디자인에는 그만큼 소재나 디테일도 살아줘야 하는데 실제로는 플라스틱 덩어리에 투광성도 좋지 않아서, 실물을 본 뒤 살 마음을 접었더랬지. 그런데 이번 것은 디자인과 퀄리티가 유사하게 align 되어서, 헤드폰 1보다는 훨씬 나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 (지금 보니 왼쪽 이미지도 포샵이 많이 들어갔네, 위의 콜라 사진이 내가 찍은 것이니 암의 두께나 곡률을 보려면 그 사진을 참고해) 오른쪽 헤드폰은 컵의 두께를 줄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CMF에는 그런 것 없음. 엄청난 두께 차이. 이렇게 비교하고 보니, 정말 암의 엔지니어링 디테일은 차이가 크네.

다양한 기능인데, 쓸 건 딱히

Nothing 브랜드의 특징답게 독창성이고 위트 있는 구성이야. 에너지 슬라이더는 설정에 따라 베이스나 트레블을 아날로그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든 건데, 그다지 성능이 좋지는 않아. 인위적인 베이스 강화. 차라리 트레블 조절로 설정을 바꿔 쓰면 나은 것 같아. 왼쪽에는 에너지 슬라이더와 전원, 이어폰잭이 있고, 오른쪽에는 볼륨, 액션버튼(핫 키), USB 포트가 있는데 - 조작 밀도를 나누어야 하므로 양쪽으로 나눠 둔 것은 그럴 수 있다 쳐도, 배분이 이게 맞나 싶어. 두 손을 고르게 사용하는 게 맞는 걸까? 사용 빈도가 높은 걸 한쪽에 모아두어야 하는 것 아닐까?

가장 큰 장점은 배터리

아직 일주일 정도밖에 써보지 않았으니, 나중에 배터리 성능이 얼마나 낮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너무 만족하는 부분이 바로 재생시간이야. 배터리의 총량도 중요하지만, 소모속도도 중요한 법인데, 이 헤드폰은 배터리가 매우 천천히 줄어들어. 웬만한 사람들은 매일 쓰더라도 2~3일에 한 번만 충전해도 될 것 같아. 하루에 한두 시간씩 들으면 일주일은 넘기지 싶어. 완충은 느리지만, 몇 분 충전하면 한 시간 분량은 충전되는 것도 큰 장점인 것 같아. 

듀얼 커넥션(multi point)의 편리함

애플 제품을 제외하고는 멀티포인트 연결이 부드러운 기기는 흔치 않아. 핸드폰에서 아이패드, 혹은 맥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을 전환해 주는 기기는 많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운하지 않은데, 낫싱 제품은 그게 꽤 괜찮아. 물론 애플보단 떨어지지만 거의 즉각적으로 소리 내는 기기를 잡아줘. 

그래도, 헤드폰의 본질은 음질이지.

낫싱 Ear(a)를 소개할 때도 한 말이긴 한데, 이 제품도 음질 자체는 매우 좋아. 하지만 매우 허약? 한 게 단점이야. 매우 조용한 환경에서 중간 볼륨으로 음악을 들으면, 이 헤드폰은 매우 훌륭한 음향을 들려줘. 밸런스도 좋고, 모나지 않은 고른 퍼포먼스를 내. 심지어 애플처럼 정 없는 무미건조한 소리도 아니고 적절히 안아주는 안정감 있는 소리를 내. 잔음이 좀 날아가는 느낌이 없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뭉뚱거리는 소리는 아니야. 어디에 무슨 소리가 얼마만큼 나는지는 명확하게 들려. 

하지만 체력이 문제. 

평범한 40mm 드라이버라서 전체적인 파워는 낮은 편이야. 마샬로 듣다가 이걸로 들으면 무스탕 몰다가 현대차 모는 느낌이랄까. 음악의 절반은 실재성인데, 실제 음원의 수준까지 음량이 못미치니 아쉽긴 해. 심지어 아이폰과 연결하면 최대 음량이 안드로이드보다 80% 정도로 낮게 나오는 것 같아. 낫싱 폰에 연결할 때의 최대 볼륨은 그나마 괜찮은데, 아이폰과 연결했을 때는 50% 정도 볼륨을 더 올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 그래도 찌그러뜨리는 소리로 억지로 음량을 키우지는 않는 건 참 좋은 선택인 것 같아. 자기 체력에 맞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건 좋은 거라고 봐.

ANC공간음향은 낫배드한 수준. '어 된다' 수준인데, 아쉽지는 않아. 음악을 들을 때 잡소리를 막아주는 정도는 충분히 하는 수준이라서 불만은 없어. 하지만 공간음향은... 요즘 다른 기기들이 워낙 잘하니까. 이건 딱 흉내 내는 수준이야. 

낫싱 헤드폰이 그럼에도 좋은 것은 LDAC 지원. 게다가 아이튠즈의 lossless 음원도 꽤 잘 지원해 주는 것 같아. 체력만 좋으면 크게 될 놈인데 워낙 기초체력이 약해놔서. 하하 ^^

음악은 두루두루 잘 받쳐주는 느낌인데, 궁합이 좋은 장르는 딱히 없는 거 같아. 굳이 말하자면 피아노 건반음이나 타악기의 잔향을 잘 잡아주는 느낌이라서 실내악 클래식이 꽤 맞는 것 같은데, 또 에스파 같은 K-Pop의 가공된 소리도 제법 잘 살려주기도 해. 반대로 라이브 음원이나 오케스트라와는 조금 결이 안 맞는 느낌. (지금 히사이시 죠의 음악을 듣고 있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아^^ 차라리 에스파의 Whiplash를 추천)

결론 : 사라 사

단점을 잔뜩 적어두고서 사라고 하는 게 이상할 수는 있는데, 이건 12만 9천 원이라는 가격에 기반한 주장이야. 만일 네가 50만 원 정도의 여윳돈이 있다면 다른 걸 권하겠지. (20만원 더 보태서 소니ANC 되는 거 사라) 또는 네가 진심으로 음악 마니아라면 애초에 이런 헤드폰을 기웃거리지도 않겠지. ㅎㅎ. 겨울에 귀 따숩게 다니고 음악도 나오는 예쁜 귀마개 하나 어디 없을까 하며 찾다가 여길 방문한 사람이라면, 이 헤드폰은 정말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어. 

착용샷이 조금 찐따같이 보일 수는 있어도, 네 외모가 출중하면 '그깟 헤드폰 따위'일 테고, 헤드폰 자체로만 보면 또 나름 예쁘긴 하거든, 싸 보이지도 않고 말이지. 그냥 평범하게 자신의 폰 브랜드에 맞춰서 에어팟이나 갤럭시 버즈 쓰던 사람에게도 괜찮은 선택일 것 같아. 최소한 이 헤드폰의 음질이 떨어져서 못 듣겠네 하는 경우는 없을걸? (노이즈 캔슬링이나 공간음향의 아쉬움은 있겠지만) 

가격, 만듦새, 배터리, 음질 등 장점이 단점을 상쇄할 정도라고 보고, 마지막 팁을 주자면...
머리 큰 사람은 밝은 걸로 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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