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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Design, Essay, News

LOG 72

듄(Dune, 2021) : 영화에서 힌트만 준 것들. 스포 포함

네 달쯤 전에, Dune을 영화화한다는 얘기를 듣고 서둘러 소설책을 구해 읽었어. 감독이나 배우들을 보고 짐작컨대 — 꽤 괜찮은 영화가 될 것 같았거든. 소설을 읽은 후에 본 영화가 실망스러울 땐 영화를 안 본 셈 치면 되는데, 소설을 읽지 않고 본 영화가 만족스러우면 꽤 난감해져. 아무래도 영화화하면서 압축된 설정과 디테일들을 소설 속에서 재구성하는 게 어렵기도 하고, 영화의 시각적 설정들에 얽매이게 되어서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지니까. 그래서 개인적으론 '왕좌의 게임'과 '반지의 제왕'을 영상으로 먼저 접한 게 참 후회스러웠어. 듄의 경우, 영화보다 소설을 먼저 본 건 옳은 선택이었어. 덕분에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역량을 분명히 알게 된 것 같아. 그의 영화를 많이 보진 못했는데, 이야기를 통합..

LOG/LIB 2021.11.08

입문용 만년필의 최강자는? - 라미 사파리 vs. 트위스비 에코

최근에 산 페리스휠 노란색 잉크(link)와 궁합이 좋은 만년필이 있을까 해서 갖고 있는 것 중에 색깔이 어울릴만한 두 자루를 골라 봤는데, 공교롭게도 입문용 만년필의 대명사인 라미 알스타와 트위스비 에코였어. 꺼내고 찬찬히 살펴보니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만년필이라서, 만년필 입문자들이 고민할 사항을 기준으로 글을 써보려 해. 모쪼록 도움이 되길 바라. 제목에는 라미 '사파리'라고 썼는데, 오른쪽 만년필은 사파리보다 한 등급 높은 알스타(al-star)라는 모델이야. 하지만 사파리와 알스타는 배럴의 소재만 다르고 완전히 같은 모델이거든. 사파리는 배럴이 ABS 플라스틱이고 알스타는 알루미늄이라는 차이밖에 없어. 그래서 이미지는 알스타지만 내용은 사파리를 기준으로 쓸게. (노란색 잉크에 어울리..

LOG/BLC 2021.09.05

Jinhao specialist - 현타오네, 대단해

20년 넘게 만년필을 써 오면서 '필감은 가격과 비례한다'는 걸 체감했던지라, 한 번도 중국제 만년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어. 유명 모델을 카피한데다 너무 싼 가격이라 믿을만하지 않았거든. 이천 원 내외의 가격이 상식적인 수준이 아니잖아. 그런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 베스트펜에서 잉크를 사면서, 4500원짜리 진하오가 있길래 함께 주문했어. 알리에서 구하면 2000원 정도 선에서 살 수 있지만, 너무 싸니까 두 배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더라고. ^^ 모델명은 진하오 스페셜리스트, F촉. 그레이 색상이야. 사진이 어둡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약간 어두운 중간 회색이야. 사진에 있는 세일러도 작은 펜이지만, 이것도 거의 같은 급의 크기이고, 시가형이라서 길이는 약간 더 길어. 배럴의 두께도 비슷하고. 엇, ..

LOG/SHP 2021.08.25

걸 온 더 트레인 - 영화와 소설 모두 아쉬운.

언제부턴가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게 루틴이 되었어. 소설 '걸 온 더 트레인'을 우연히 읽게 되었고, 엄청나게 흥행했다길래 영화화되었을까 찾아보니, 왓챠에 있더라고. 2016년 작. 넷플릭스에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인도 영화가 있는데, 그건 뭐... 시작하자마자 춤추고 난리도 아니어서 패스. ^^ 소설을 기준으로 먼저 얘기하자면 — 세 남자와 세 여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실종(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추리를 이끌어야 하는 주인공 레이첼(에밀리 블런트)이 알코올 중독자라서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데다 대책없는 거짓말도 해대는 캐릭터야. 추리물의 주인공은 다들 흠결이 하나씩은 있다지만, 이 정도로 엉망인 주인공을 주인공으로 세운 건 처음 보는 것 같아. (요 네스뵈 소설의 주인공 해리 홀레 형..

LOG/BLC 2021.08.08

Noodler 만년필 -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짐을 정리하다가, 잃어버린 줄 알았던 만년필을 발견했어. 누들러 만년필, 풀네임은 'Noodlers FLEX NIB Fountain Pen, Piston Fill, Clear Demo' (아마존 상품명) 2~3년 동안 잉크가 채워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나 봐. 놀랍게도 잉크가 덜 굳은 상태로 발견되었어. 차폐성 인정! 하지만 원래는 투명했던 바디가 완전히 황변한 데다가, 원래 빨간 잉크 전용으로 쓰던 놈이라 붉은색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어. 그닥 애정을 주지 않은 펜이라서 크게 기대하지 않고 30분 동안 설렁설렁 청소하고 다시 잉크를 채워 넣은 상태야. 완전 분해하고 닦고 싶은데, 어휴~ 어찌나 찌꺼기가 많이 나오는지! 배럴을 헹구고 헹궈도 끊임없이 검은색 가루가 나오더라구. 그냥 스크류에 기름칠만 좀 하고..

LOG/SHP 2021.07.30

오랫만에 펜 구매 - 펠리칸 M205, 오퍼스 콜로로, 페리스휠 잉크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Endless Pens(링크) 에서 할인을 하기에 펜을 좀 샀어. 원래 Endless pens을 자주 이용하지는 않았었는데, 요즘은 대안이 몇 개 없어서. 일본 라쿠텐이 글로벌 사이트를 닫은 탓도 있고, 국내 만년필 판매사가 가격을 지나치게 후려치는(?) 탓도 있고. Endless pens가 싼 판매사는 아니지만, 가끔 세일을 핑계로 정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파니까. ^^ 실수로 USPS(미국 우체국)를 통해서 배송을 받았는데, 그 덕에 2주일 만에 받은 건 안 비밀. USPS는 거의 중국 배편만큼 느린 것 같아. ㅠㅠ 한국 들어오면 트래킹도 어렵고... 가급적 피하길 바라. 1. Pelikan Fountain Pen - M205 Classic - Blue-Marbled / E..

LOG/SHP 2021.07.26

10년 동안의 태블릿 전자책 사용후기

직업상 전자장비를 자주 구매하는 편이야. 지난 20년간 컴퓨터와 태블릿, 노트북을 산 개수를 다 합하면 약 15~20개 정도 되는 것 같은데, 현재까지 쓰고 있는 장비를 정리만 추리면 대충 이 정도 ; Macbook Air 2011, Surface pro 5 (2017), 11inch iPad pro 2nd 2020, Nexus 7 2013, Amazon kindle paperwhite 2015, 리디 페이퍼 라이트 2016, iriver story k HD, (그리고 iPhone 12 mini와 Apple watch series 5) 개인적으로는 노트북보단 타블렛을 선호하는 것 같아. 태블릿이야말로 궁극적인 전자장비의 형태라고 생각해. 한때 e-ink에 대한 호기심과 책읽기라는 취미 때문에 열심히 전자..

LOG/SHP 2021.07.24

원작 소설과 영화의 관계 - 영화와 소설을 모두 보는 게 좋은 걸까?

어쩌다 영화는 소설로부터 시나리오를 추출하게 되었을까. 최근에는 원작 없는 영화를 본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아. 픽사 영화정도? 1917도 원작이 없던가? 시나리오 자체가 원작인 영화도 많겠지만, 이제껏 본 영화를 복기해 보면 소설이 원작인 영화가 두 배는 더 많은 것 같아. 제작자 입장에서는 소설을 통해 검증된 시나리오를 받는 게 유리하겠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뭔가 찜찜한 느낌이야. 영화와 소설을 모두 감상한다고 하더라도 즐거움이 두 배 될리는 만무하거니와, 자연스레 둘을 비교하게 되니까 어느 한쪽에는 아쉬움이 생기게 되는 거지. 그래서인지 영화 사이트에 올라오는 관객 리뷰를 보면 한결같아. "원작 소설을 반도 살리지 못했다." "원작을 훼손했다." 사실, 영화 입장에서는 억울할 거야. 장편 소설을 ..

LOG/BLC 2021.06.22

핸드폰 역사의 결정적 장면 - iPhone 1 vs. InfoBar 2

2007년은 아이폰의 신화가 시작된 첫 해지만, 동시에 피처폰의 전성기이기도 했어. 이미 피처폰은 전화 기능을 넘어서서 mp3 플레이어이기도 했고, 영상 재생장치이기도 했으며, eBook 리더기이기도 했지. 기능을 탐구하긴 했지만, 부족함을 느끼는 상황은 아니었어. 폰은 원하는 만큼 작아질 수도 있었고, 다양한 모색을 할 수 있는 기술적 여유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작은 시도들에 도취되어 있었지. 이때까지만 해도 IT/테크 쪽은 일본이 한국보다 나았어. 이미 아이팟이 mp3 시장을 장악한 시기였지만, 소니와 파나소닉 등은 여전히 건재했고, "정밀 기술 = 일본"이라는 공식이 유효하던 시절이었으니까. 비록 핸드폰 시장은 노키아와 모토롤라의 것이었지만, 일본은 워크맨 등을 만들던 노하우가 있는지라, 디자인..

LOG/BLC 2021.05.03

보부아르의 '잘 늙는 열 가지 방법'

'어크로스의 문장들'에서 트위터에 올린 문장을 발췌하여 기록한다. 또한 이 내용은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이라고 한다. 내용이 좋아서 기록을 남기지만, 아래 내용이 시몬느 보부아르가 직접 한(쓴) 말인지는 의심이 든다. 아마도 적절한 인용으로 자신(저자)의 생각을 말한 거겠지. 1. 과거를 받아들일 것 나는 이러한 회상을 '위대한 정리'라고 부른다. 이들은 과거의 희미한 윤곽과 어렸을 때는 파악하지 못했던 인생의 흐름을 분간하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조망한다. 또한 상서로운 우연을 알아채기 시작한다. 보부아르는 이를 "여러 선이 한곳에서 만나는 지점"이라고 말한다. 2. 친구를 사귈 것 젊은이들에게 친구는 중요하다. 나이 들면 친구는 더욱더 중요해진다. 공통의 관심사..

LOG/LIB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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