ときめき。

Art, Design, Essa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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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 하룻밤의 도움. 내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중앙일보를 힘겹게 끝낸 후 컨디션을 추스르고 있었을 때야. 마냥 슬픈 시기였지. 번아웃과, 삶의 불안감이 겹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10여 년의 경력이 아깝기는 하지만 -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빠르면 3년, 길어야 10년 주기로 개편되는 이 분야의 특성, 즉, 물성 없이 금방 휘발되는 이 일이 과연 의미 있는 걸까 싶기도 하고.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제껏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며 상실감과 회의에 빠져 있던 때였어. 그러던 어느 날, 옆 팀이 눈에 들어왔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거든. 새 프로젝트를 맡은 모양인데, 갓 책임을 단 시니어 한 명과 주니어 세 명으로 구성된 디자인 TF는 이미 충분히 지쳐 보였어. 일주일 동안 새벽까지 일한 모양인데, 전혀 진도를 ..

IMG 2020.09.27

ZEN of UX. 01 - Squircle, 스쿼클?

요즘 다시 스쿼클이 주목받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이걸 어디서 처음 시도했는지 의견이 분분하더라고. 삼성 One UI, 카카오톡의 프로필 이미지가 이 스쿼클을 사용하고 있어서 마치 이들이 첫 시도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내가 기억하기로 스쿼클은 Nokia N9 가이드라인이 첫 시도였다고 봐. Nokia N9 UX Guidelines n9.dy.fi 국내에선 널리 회자되지 않았지만,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 오면서 고전했던 노키아의 야심찬 도전이 N9 Guideline (이후 meego로 개명) 이었어. 폰트, 색상, 아이콘 스타일 등 정말 쟁쟁한 디자이너들을 모아 만든 걸작이었지만, 이미 노키아가 시장에서 밀린 상황이어서 그다지 넓게 확장되지는 못했어. 개인적으론 참... 더 멀리 가는 모습을 ..

ZEN of UX 2020.08.18

서정범 교수와 드레퓌스의 정의

서정범 교수님께서 돌아가신 지 벌써 10년이 되었군. 내가 어렸을 때 그는 KBS에서 작은 방송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는데, 주로 우리말의 어원과 변형을 설명해 주는 5분짜리 짧은 구성이었어. 이를테면 이런 거였지. ... 이 '설겆다'는 옛말로는 '설엊다'입니다. 여기서 '설다'는 '치우다, 정리하다'의 뜻이 있습니다. 한자로는 '수습'의 의미가 있죠. 즉, '설엊-'은 '설-' + '엊-'의 조합이며, '엊-'은 '겆다'의 의미로 기역이 탈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겆다' 역시 '수습하다, 정리하다'의 뜻이 있습니다. ... 교수님 특유의 가볍게 새는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나. ^^ 5분짜리 프로그램이라서 챙겨 보려면 나름 신경 써야 했을 텐데, 어린아이가 꼬박꼬박 챙겨본 걸 보면 되게 맘에 들었었나 봐...

LOG/OPN 2020.08.12

중앙일보 : 지우기 어려운 상처와 연민

내 페북이나 이전 웹사이트들을 본 사람, 또는 나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꽤 오래전에 중앙일보 디지털 개편 사업을 총괄 디자인했고, 그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한참 동안 힘들어했었어. 견디기 힘든 비합리성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 권력구조 안에서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였는지를 처절하게 느끼게 해주는 상황을 겪고 나니, 내 인생의 모든 게 비합리적인 결과로 끝날 수 있겠다는 불안감과, 나의 미래 역시 의지보다 운명이겠구나 싶은 끔찍한 감정을 한참 달고 살았던 것 같아. 게다가 어리석게도, 비합리적인 상황을 이겨보겠다고 부득불 온갖 내 역량을 쏟아부은 프로젝트이기에, 이후에 큰 도전과제가 생기면 마치 가정폭력을 당하고 자란 어린이처럼 어둠 속으로 움츠러드는 버릇까지 생겼었지. ..

IMG 2020.07.15

프로젝트 돌아보기 : Naver 메인화면 개편

이전에 내가 쓰던 글은 모두 오피셜한 거라, 보안 이슈도 있었고 또 말을 가려서 썼어야 했는데, 이제 개인 블로그에 글을 쓰니, 조금 자유로운 마음이야. 특히 이 네이버 프로젝트의 경우는, 보안 지침이 좀 있었어서 섣불리 꺼내지 못한 이야기였는데, 네이버가 이 때 이후에 한 번 더 업데이트를 했으니, 이젠 이 내용이 그다지 민감한 건 아니지 않나 싶어서 - 이 얘기를 꺼내보려 해. 2016년이었나 봐. 막 프로젝트를 끝내고 한숨 돌리고 있었는데, 네이버로부터 재밌는 제안이 왔어. 네이버 업무 영역 중 4가지를 골라서, (나름 이름난) 네 곳의 에이전시에게 의뢰한다는 거야. 그 4가지 사업영역은, ① 네이버 뮤직 개편, ② 네이버 오피스 개편, ③ 네이버 메인화면 개편이었고... 하나는 기억이 안나네. 이..

IMG 2020.06.02

프로젝트 돌아보기 : 스마트TV 에러 관제화면 - FUI?

언제 했는지도 명확하지 않아. 아마 2013~14년인 것 같은데.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전세계 스마트 TV의 에러 및 동향을 한 눈에 보기 위해 개발된 두 페이지짜리 GUI야. 공장이나 관제센터 등 특정 부서에 설치된 TV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고, 또는 프리젠테이션 할 때도 활용 한다고 해. 플래시로 만들어졌고, TV로 보는 거라서 리모콘 버튼으로 간단한 조작을 할 수 있어. 리모콘에 마우스패드가 있는 경우엔 상세 조작을 할 수도 있고.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은, 각 데이터들을 상호 참조하거나 데이터를 서로 연결시켜서 에러 대응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함이야. 스마트 TV에서 발생하는 에러 중 어떤 에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지, UHD와 FHD 중 어느 기종에서 어떤 에러가 주로 일어나는지, ..

IMG 2020.05.28

가짜뉴스에 대한 피로

사실을 정확히 알지 않은 채로 글을 쓰는 것은 죄악에 가깝다. 가르치는 것도 마찬가지. 사실을 모르는, 사실을 잘못 이해한, 사실을 묵살하는, 사실에 관심없는, 사실을 재단하는, 사실을 왜곡한, 사실을 부정하는, 사실을 흘깃 보는, 사실을 피하는. 사실에게는 그 스스로가 원하는 지위만을 주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사실의 지위를 빼앗지 않아야 한다. 무지는 사실을 구축驅逐하므로, 무지 위에 쌓은 사실은 필연적으로 부패하므로, 우리는 무지를 경계해야 하고, 자신의 지식에 겸허해야만 한다. 나의 세계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실에 다가설 때 천국이 된다. Image @Unsplash

LOG/OPN 2020.05.26

프로젝트 돌아보기 : KBS - 용두사미라고 말하긴 아쉽지만 (05)

각자의 창의성을 발휘해 달라고 요청하긴 했지만, 돌이켜 보면 15명(+ KBS 미디어 직원 n명)의 디자이너에게 더 상세한 지시가 필요했던 것 같아. 워낙 외부인들(사업주체, 개발 및 코딩파드 등)에 대한 대응이 중요했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을 세밀하게 드라이브하지 못했던 것 같아. 가이드를 중심으로 진행하던 이들에게 갑자기 창의력 중심의 작업을 지시하는 게 무리이기도 했고. 디자이너라는 사람들은, 원래 쉽게 방향 전환이 안돼. 아무리 탑-다운으로 '이제부터 놀아보자!'라고 해도, 몸이 풀리고 예열이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지. 가이드를 정리할 때의 분석적인 뇌 상태 그대로 창의적인 업무로 피벗할 수 있는 디자이너는, 아마 전체 디자이너의 3% 이내일 거야. (디자이너가 야근을 많이 하는 이유이기도 ..

IMG 2020.05.25

프로젝트 돌아보기 : KBS - 나도 즐겨야 하니까 (04)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KBS 디자인의 가장 중점적인 부분은 '개성이 없도록' 하는 일이었어. 컨테이너로서의 디자인, 부품으로써의 디자인이 우리의 목표였지. 전략이 그렇다 보니 어느 정도 심심함은 감수해야 한다고 봐. 그리고 그 심심한 부분들을 각 파트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자기 부서의) 색깔대로 장식해 주길 바랬지. 사실, 컨테이너로서의 플랫폼 디자인은 트렌드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당연한 현상이라고 봐. 플랫폼을 디자인하는 경우 "구조가 곧 디자인이며 장식은 필요치 않다"는 명제는 현대 UX디자인의 '상식'이라고 생각해. 각각의 컨텐츠들에 주목하게 하고, 어떤 통신환경에서도 빠르게 로드할 수 있으며, 구조를 분명하게 보여주어 혼란을 최소화하는 디자인. 그런데, 이걸 이해시키는 데 정말 오래걸렸어...

IMG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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